[사진기행]두 기자와 떠나는 제주의 봄(3)

가파도, 신창 풍력발전단지
라펜트l손석범, 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1-04-08

가파도(손석범 기자)

 

처음부터 가파도는 이번 제주여행의 꿈이었는지 모른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계획을 세우면서도 가장 많은 정보를 찾아 헤맸던 곳도 바로 이 가파도였다.

섬 속의 섬, 대한민국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외로운 섬 중의 하나, 찾는 이는 물론 그 섬에 사는 이조차 그리 많지 않은 아주 조그마한 한적한 섬, 하지만 해마다 봄철이면 파랗게 물이 오른 청보리가 이는 바람에 넘실대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는 평화로운 섬….

TV였을까? 신문이었을까? 이젠 어디서 보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가파도는 그렇게 내 마음속의 꿈으로 다가왔다.

 

제주도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한다는 가파도는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옆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가장 높은 곳의 해발고도가 20.5m에 불과해 높이로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해수면과 가장 가까운 낮은 섬이기도 하다. 섬 전체가 가오리가 넓적한 팔을 한껏 부풀린 듯한 덮개 모양이어서가파도라고 부른다고. 구전으로 전해오는 바로는 허허바다에 단 둘뿐인 마라도와 가파도 주민들끼리 빌려 쓴 빚을갚아도(가파도) 좋고, 말아도(마라도) 좋다고 한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가파도로 들어가는 입구인 모슬포항. 궂은 날씨 때문에 배가 뜨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운 좋게도 날씨가 화창하다. 그리 크지 않은 터미널 안에는 마라도로 가는 승객과 가파도로 가는 승객이 한데 뒤섞여 일행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눈다. 사실 이웃한 마라도를 찾는 관광객은 많지만 가파도는 낚시를 즐기려는 강태공들만 간간이 찾는 곳이었는데, 몇 해 전부터 청보리축제를 열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가파도를 일주하는 올레코스가 개발되어서 찾는 이들이 부쩍 많이 늘어났다고.

 

가파도 가는 길. 산방산과 송악산이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청명한 날에는 멀리 한라산까지도 볼 수 있다.
 

힘찬 뱃고동 소리와 함께 배가 출발한다. 이윽고 방파제를 벗어나니 우뚝 솟은 산방산과 옆으로 길게 뻗어 나온 송악산이 푸른 바다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이 멋진 풍광을 놓칠 새라 좁은 갑판 위에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럽다. 그렇게 20여분, 드디어 꿈에 그리던 가파도에 도착한다.

 


가파도의 선착장. 하루에 딱 3번 제주 본섬과 가파도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이다.



선착장에서 내려다 본 바다. 너무 맑고 투명해서 바다 속이 훤히 보인다.


어느 것이 물빛이고 어느 것이 하늘빛일까.
 

가파도는 느리게 걸어도 한 시간이면 돌아볼 만큼 작은 섬이다. 돌아가는 배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약 두 시간 정도. 여유 있게 돌아보기로 마음먹는다. 그동안 제주도 곳곳을 돌아보며 조금 급하게 돌아다닌 터라 함께 한 나기자도 선뜻 그러기로 동의한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의견 일치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올레길 화살표를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 시작한다. 함께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이내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청명한 하늘과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바다, 해안가 검돌 위에 살며시 내려앉은 갈매기들, 모든 것이 그저 한가롭고 평온하기만 하다. 멀리 바다 한가운데 드러난 갯바위에 올라선 낚시꾼들이 이 섬의 매력을 더한다.

 


바다 한가운데 드러난 갯바위에 올라선 낚시꾼들. 가파도는 원래 낚시꾼만 간간히 찾는 섬이었다.




한가로운 해안 산책로. 비포장길이 인상적이다. 최근 올레길로 개발되면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검돌 위에 내려 앉은 갈매기들. 멀리 마라도가 손에 잡힐 듯 하다.



순간 해안가에서 잔잔히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정적을 깬다. 어디선가 들었던 소리인데 싶더니 이내 휘닉스 아일랜드의 지니어스 로사이에서 들었던 물폭포 소리가 떠오른다. 혹시 안도 타다오가 담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 바다소리가 아니었을까?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들어 우쭐한 마음에 슬쩍 기분이 좋아진다.

 

슬슬 해안 산책로가 지겨워질 무렵 가파초등학교 쪽으로 방향을 튼다. 약간의 경사로를 오른 순간, 눈앞에 펼쳐진 비경에 우리 둘 모두 환호를 지른다. 드넓게 펼쳐진 초록빛 물결, 바로 가파도의 주인공인 청보리밭이다. 사실 가파도행 배를 타는 그 순간까지도 보리가 나오지 않았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었는데, 괜한 시름이었음을 확인한 순간 안도감이 밀려온다. 마음속에선 누가 말릴 세라 만세를 외친다.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이제 막 올라온 보리가 한데 어울려 싱그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슴 속까지 뻥 뚫리는 시원함이랄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보다 더 한가로울 수가 있을까. 가파도의 산책로는 걷기 위한 길이 아닌 머물기 위한 길이다.

가파도의 주인공인 청보리밭. 이른 봄인데도 보리가 싹을 틔웠다.


가파도의 보리밭은 모두 18만평. 산이 없는 비교적 평탄한 지형이어서 섬 어느 곳에서나 넓게 펼펴진 보리밭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가파도는 한라산과 산방산, 송악산, 군산, 고근산, 단산 등 영주산을 제외하고 오름이나 봉이 아닌 제주 본섬의 산 6개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 산과 바다와 함께 어울린 보리밭이 연출하는 아름다움은 가히 압권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다고 할까. 그러기에 가파도는 마음이 편해지는 안식의 섬이자 정화의 섬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0.5m에 불과한 가파도. 산이 없는 이곳에서 시야를 방해하는 것은 전봇대뿐이다. 곧 지중화 될 예정이라고.




바다 넘어 한라산과 산방산, 송악산과 어울리는 보리밭은 가파도 최고의 경관이 아닐까.

 

가파도의 청보리밭이 유명해지면서 한해 천명도 안 되던 관광객이 2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오는 5월 가파도 청보리축제가 열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직은 괜찮다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가파도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다. 평화롭고 한적하기만 했던 이곳이 여느 관광지들처럼 본래의 모습을 잃지는 않을지 말이다. 돌아오는 이번 주말에는 KBS의 인기프로그램인 ‘1 2의 가파도 편이 방송된다고 한다. 방송으로 인해 더 많은 유명세를 치르며 혹시나 가파도가 홍역을 치르진 않을지 걱정이다. 더불어 꿈만 같았던 가파도의 추억도 물거품처럼 흐린 기억으로 사라지진 않을는지.

 

산책과 휴식, 그리고 안식이 기다리고 있는 섬.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자 모두 떠나라! 가파도로.



신창 풍력발전단지
(손석범 기자)

 

삼다도라 바람, , 여자가 많은 곳이라고 했던가. 바람 많은 제주도엔 여기저기 풍력발전소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중에서 이번에 들른 곳은 한경면 신창리에 들어선 풍력발전단지. 모슬포에서 고산 들판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제주도 어느 곳의 해안도로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특히 신창리와 용수리를 잇는 신창해안도로는 해질녘의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차귀도도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

 

해질녘의 신창리 풍력발전단지.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바람개비가 원근감을 잘 살린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모슬포항에서 출발해 이곳에 이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바다 한 가운데로 우뚝 선 바람개비들이 일정한 속도로 돌아간다. 붉은 노을을 배경 삼아 적당한 간격을 두고 서 있는 바람개비들이 마치 원근감을 잘 살려놓은 그림 같다.

 


석양에 비친 풍력발전기

 

차에서 내리니 바닷가 검돌 사이로 발전기를 세우면서 가설한 좁은 콘크리트길이 나온다. 바닷물이 차 있다면 못 갔을 텐데 다행히 물이 빠져있어 걸을 수 있다. 풍력발전기에 가까이 다가설수록휙 휙하며 바람개비 돌아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가까이에서 본 발전기의 높이가 족히 80여 미터는 되어 보이는 게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순간 어린 아이처럼 저 바람개비 끝에 매달려 보면 어떨까 하는 장난기 어린 생각이 발동한다. 마치 놀이동산의 어느 놀이기구처럼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상상에 웃음이 난다.

 

“나기자! 저기 매달리면 어떻게 될까? 한 번 해봐

“네? , , 안돼요

 


조그만 이름 모를 등대가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웃고 장난치는 사이,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간다. 더불어 여러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었던 제주도에서의 추억도 이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신창리 해변의 일몰. 아름답기로 유명한 차귀도 일몰과 견줄만하다.
 

새 봄을 맞아 준비한 두 기자의 제주도 여행기도 여기가 마지막이다. 돌이켜보니 처음에 밝혔듯 참 닮은 것 없는 두 사람이 동행하며 좌충우돌 또한 많았던 것 같다. 글과 사진에서도 두 사람의 차이점이 조금씩 드러난 듯한데 독자 여러분은 과연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경관을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만은 분명 하나였음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제주도는 현재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투표 최종 후보지에 올라있다. 오는 11월까지 28개의 최종 후보지중 7개를 선정하는 이 투표는 전화와 문자, 인터넷으로 투표가 가능하다. 라펜트 뉴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나창호 기자)

여행을 마치고 온 두 사람은 이번 기사를 구상하며,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분량은 얼마나 잡았나요?"

"이미지는 몇 컷이나 올릴까?"

 

소개 대상지의 선정에서부터 밸런스와 구성까지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로 했다. 

 

잡지(환경과조경)와 인터넷(라펜트)이라는 다른 매체에 소속된 두 사람이 이렇게 기사작성을 이유로 머리를 맞대어 본 것도 오랜만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문득 조경생태시공 에디터로 활동하던 2008년이 오버랩 되었다. 잡지 11월호 제작당시 현장탐방 대상지를 물색하던 본인은 '금천구 종합청사'가 완공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를 계획하였다. 손 기자역시 때마침 같은 대상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같은 곳을 테마로 하여 조경생태시공에서 시공과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환경과조경은 설계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각각의 잡지에서 소개해 주는 것은 어떨까?"

 

손 기자의 제안이었다. 본인도 역시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같은 날 두 사람은 그 곳에서 각자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취재를 감행했다. 결국 시공잡지는 11월호에, 환경과조경은 12월에 각각 실리게 되었다.

 

'두 잡지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발생시킬 수 있는 시너지도 함께 찾아보자'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됐던 두 사람이다.

 

제주도 사진기행의 결과물을 놓고 보면, 두 기자 모두 아쉬움과 미흡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보다는 이번의 과정에 더 의미를 두기로 했다. 각자의 차이로 벌어졌던 이견,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서로의 대화가 첫째 소득이었다. 거기에 기사비교로 서로의 부족함을 발견한 것도 이번 기회를 통해 얻은 소득중 하나이다.

 

사실 앞서 소개한 대상지가 우리가 다녀왔던 전체는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사진 몇 컷으로나마 풀어보며 마친다.

 

<해비치>








 

<오설록>








<
쇠소깍>



 


<
유리의성>


 






(p.s 라펜트 페이스북으로 응원해주신 김복영 운영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손석범,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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