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조경분야 흐름과 우리의 과제(1)

[기획인터뷰]SWA Group 김영민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1-07-26

지난해 중국의 투렌스케이프(Turenscape)가 2010 ASLA(미조경가협회) 어워드의 대상과 두 개의 우수상을 거머쥐며, 전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비록 3등상 이내의 수상작을 배출하진 못했지만, 2011 IFLA(세계조경가협회) 학생공모전에선 참가자 총 361팀 중 203팀이 중국에서 나왔다. 세계 속 중국 조경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미국, 유럽 등과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추세이다.

 

지난 5월 하버드 GSD의 닐 커크우드 교수는 신화컨설팅 초청강연에서 중국 조경의 대두 원인으로 글로벌 커뮤니티를 꼽았다. 단순히 자국 내 경쟁보단 세계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제언도 우리에게 전했다.

 

한국조경의 세계화를 다시금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이유다.

 

라펜트는 최근 세계 최고의 조경설계사무소 중 하나인 SWA Group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인 조경가 김영민 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미국에서 체감하는 세계 조경분야의 추세와 지금 우리가 세계와의 경쟁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자 진행되었다.

 

김영민 씨는 서울대 조경학과와 건축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졸업하고, 하버드 GSD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SWA 로스앤젤레스 오피스에서 조경가로 활동 중인 그는 조경비평 봄의 회원이기도 한 젊은 조경가이다.

 

인터뷰에 앞서 김영민 씨는 자신이 말하는 의견이 미국에서 일하는 한인 조경가의 그것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며, 하나의 의견이기 때문에 다른 한인 조경가들의 생각과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영민 씨와의 인터뷰는 27일과 28일 양일간 2회에 걸쳐 라펜트를 통해 게재될 예정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SWA Group는 어떤 회사?

 

SWA는 히데오 사사키와 피터 워커가 1957년 세운 회사입니다. 당시 사사키는 하버드 조경학과의 학장이었고 워커는 그의 제자였습니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SWA는 학교 디자인 스튜디오와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 있었습니다. 각 프로젝트는 학교 스튜디오의 팀작업과 비슷한 작업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한 명의 디자이너의 의견이 절대적인 개인 사무소나, 팀원들의 역할이 직급에 따라 고정된 다른 대형 사무실에 비해 SWA는 상당히 자유로운 사무실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한두 명의 디자이너들의 능력보다는 다양한 배경과 능력의 여러 디자이너들의 협업을 중시하는 SWA의 디자인 이념은 사사키와 워커가 회사를 떠난 지금에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SWA는 지난 50년간 미국에만 2000개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회사로서 도시계획에서부터 상업 조경까지 조경의 전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2009 ASLA 대상을 수상한 버팔로 바이유, 2006 ULI 대상을 수상한 상하이 후빈 프로젝트,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옥상 정원,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주목받았던 버즈두바이 조경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코엑스 무역 센터, 삼성 타워팰리스, 강남 GS타워, 그리고 2018 평창 올림픽을 주최할 알펜시아 스포츠 파크 마스터플랜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Buffalo Bayou Promenade(
출처:ASLA)



강남 GS타워(출처: SWA Group)
 

美 조경분야의 현재흐름과 주목할 만한 이론, 프로젝트는?

현재 미국 조경계에 하나의 흐름이 있다고 단정짓기는 힘듭니다. 우선 학교 마다 추구하는 방향과 철학이 다르고, 각 설계사무실마다 역시 디자이너에 따라 그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성향에는 공통점이 있기는 합니다. 우선 도시 재생이나 과거의 산업 시설을 재이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의 역사적인 대도시를 위주로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미 성장이 평형 상태에 도달한 미국의 대도시에서 새로운 개발을 추구하기 보다 기존의 활용도가 낮은 공간을 재이용하는 도시 개발의 방향은 당연한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는 뉴욕 하이라인,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로스앤젤레스의 콘필드, 시애틀의 올림픽 공원 등이 있습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에서 주목하는 프로젝트들도 이러한 도심재생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한가지는 해외 프로젝트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07년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가 미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시작된 것은 알고 계실 텐데요, 사실 미국의 건설 경기가 그 때 이후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했습니다. 따라서 많은 미국의 설계 사무소들이 침체된 미국 국내 시장을 떠나서 중동과 중국 등의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센젠 퀀하이 워터 시티 공모전이라든가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마스터 플랜 또는 두바이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실무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양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성립되는 이야기일 뿐, 주정부나 연방정부가 관심을 갖는 방향, 또는 학계가 주목하는 프로젝트들이나 이론은 다르겠죠.

 

미국 조경분야는 그린인프라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실천이 어디까지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린인프라가 최근 등장한 신조어이기는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과거의 친환경적 개발이나 지속가능한 개발과 연장선상에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의나 출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린 인프라스트럭처라는 용어는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친환경 개발 정책과 연관이 많은 듯합니다. 혹자는 50년을 거슬러 올라가 영국의 밀톤 킨즈나 미국의 시랜치 같은 환경친화적인 계획 단지에서 그 기원을 찾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오바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발표된 오바마의 새로운 경제 정책(Obama Initiative)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오바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녹색 산업의 성장을 통한 녹색 일자리의 창출을 제시합니다.

 

당연히 녹색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즉 녹색 기반시설의 확충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100만대의 하이브리드차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전기충전소 등의 기반시설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예시를 보아도 아시겠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녹색 기반시설은 조경과는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조경계의 그린인프라 논의와 관련해서 이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그린인프라에 대한 논의는 조경이나 건축, 산업디자인 등의 특정 분야에서 친환경적인 디자인이나 생산품을 만들어내자는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공간이나 상품을 포함해서 녹색성장이 가능한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지요. 이는 상품에서부터,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부대시설, 세금 혜택과 같은 사회적 제도, 법적인 장치, 정치적인 이해 등 사회 전분야의 협업을 필요로 합니다.

 

사실 미국은 그린인프라에 대한 논의가 있기 이전부터 EPA LEED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왔습니다. LEED라는 제도를 통해 친환경 건물에 대한 세금 혜택을 주면서 민간 부분의 친환경적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지요. 환경적 기준에 도달을 못하면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는 규제 위주의 우리나라의 그린 정책과는 정반대입니다. 이미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또한 자발적인 민간의 참여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그린인프라는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미국의 사례를 보았을 때 그린인프라의 논의는 조경계, 혹은 인접 건축, 도시 분야만의 연계가 아니라 행정, 경제, 법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섭과 협업 측면에서 미국 조경분야와 인접분야, NGO 등과의 관계, 또 정부기관과의 교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세 가지 질문을 함께 하신 것 같습니다. 우선 미국에서 타분야와의 교류는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더 개방적이라고 할까요? 대부분 학부에서 조경으로 전공이 결정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상당수의 학생들은 다른 분야를 학부에서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조경을 공부하게 됩니다.

 

물론 미국에도 조경 전공의 학부과정이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디자인 학교는 대학원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건축이나 도시분야는 물론, 순수 예술, 인문학, 과학 등을 전공한 학생들이 조경을 공부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그다지 특이한 일이 아닙니다.

 

또한 조경이 공대나 농대 혹은 미대 소속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건축 대학이나 환경대학 내에서 속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단대 자체가 서로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학과들이 모여 있다 보니 더 교류가 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제의 열린 구조는 자연히 실무나 학계 쪽으로도 연계가 되고요.

 

NGO(비정부단체)와의 관계는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중요합니다. 요즈음 한국의 NGO의 힘도 많이 커졌지만 미국의 NGO가 갖고 있는 힘은 한국의 경우보다 월등합니다. 주로 관주도로 조경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온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공공사업은 NGO가 주관을 합니다. 또한 시나 주정부가 기획을 해도 실제 진행은 NGO 기관을 만들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는 중앙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지방 자치단체나 주민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미국적 행정, 정치 체계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관주도의 개발이 많았던 우리나라에 비하면 미국의 설계회사는 NGO나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정부기관과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실제로 법적인 부분이나 사업의 허가를 관장하는 것은 관공서이니까요. 또한 국립공원이나 민간이나 NGO에게 일임하기 힘든 공공사업들을 관에서 주도를 하기도 합니다. 다만 과거 우리나라와 같이 정책에 따른 관주도의 개발 사례는 드물죠.(2회에 계속)



 

28일에는 미국내 한인 조경가의 활동과 해외 조경설계사무소 취업, 세계화를 위한 한국 조경분야의 과제 등에 대한 김영민 씨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美조경분야 흐름과 우리의 과제(2) – 바로가기]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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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20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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