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조경분야 흐름과 우리의 과제(2)

[기획인터뷰] SWA Group 김영민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1-07-27

조경과 인접분야의 협업,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던, 27일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SWA Group의 김영민 씨에게 미국내 한인 조경가의 활동과 해외 조경설계사무소 취업, 세계화를 위한 한국 조경분야의 과제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美조경분야 흐름과 우리의 과제(1) – 바로가기]

  

 

 

△김영민 씨가 번역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도서출판 조경)’과 공저인 공원을 읽다(나무도시)’, ‘, 디자인 경쟁시대의 조경(도서출판 조경)’, ‘LAnD: 조경 미학 디자인(도서출판 조경)’-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현재 미국 내 한인 조경가의 활동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제가 유학을 갔던 2004년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근무하는 조경가가 40명 안팎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원 파악이 힘들 정도로 그 수가 많아졌습니다. 한국에서도 알만한 모든 유명 조경사무소에 한국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듯합니다.

 

담당하는 분야도 상당히 다양해서 개념 단계의 설계는 물론, 실시설계나 리서치 부분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선배님들 가운데 미국에서 사무실을 여시거나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요.

 

한국의 많은 조경학도가 해외 조경설계사무소에 취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해외 조경설계사무소로 들어가기 위해 어떠한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어야 할까요?

 

한국 학생들의 최근 작품을 보면 그래픽의 기술적인 수준이나 잠재력은 매우 우수합니다. 작업 능력보다는 언어와 문화적 차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겠지요. 그리고 우리나라 설계사무실의 인지도가 낮아서 국내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어도 그를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일을 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은 유학이겠지요. 물론 인턴으로 일을 시작해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도 있지만 결국 비자의 문제 때문에 쉽게 취업은 힘듭니다.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 조경분야가 나아갈 방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현재 이론적, 실무적 영향력을 볼 때 미국의 조경이 유럽과 함께 세계의 조경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조경계도 건축과의 종속적 관계, 미비한 사회적 영향력, 빈약한 이론적 토대 등 영역의 정체성 자체에 대한 내부적 고민이 있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조경가이자 조경가였던 피터 워커는 저서 Invisible Gardens에서 미국의 현대 조경이보이지 않는다. (Invisible)”라고 진단했을 정도였죠.

 


Invisible Gardens(
피터 워커 저)

 

하지만 그 이후 미국의 조경은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면서 이러한 콤플렉스(Complex)와 약점들을 극복해 나갑니다. 다양한 디자인 철학을 지닌 작가들의 등장, 생태학이나 도시 계획등 인접 분야와의 연계, 새로운 시장의 창출, 다양화된 설계 사무소의 형태, 심도있는 이론적 연구, 이러한 모든 노력들이 오늘날 미국의 조경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볼 때 한국의 조경계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왔고 시각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직 미국보다는 다양성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는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개인 주택이라든가 상업 조경은 공공 프로젝트에 비해 열등하다는 편견, 시공이나 디테일보다는 개념과 그래픽적 표현 방식을 중시하는 성향, 여전히 배타적인 타영역과의 관계 등. 조경은 타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분야이고 따라서 끊임없이 그 새로운 지평을 스스로 개척해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조경이라는 분야의 힘은 스스로를 고정시키지 않고 다양한 시각으로 경계를 다루는 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굳이 한국이나 미국, 특정한 지역의 조경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끝으로 한국의 조경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이전 질문과 연결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요. 인식의 틀을 다양화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시장의 다양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외부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 조경의 역량은 미국은 물론, 그 어느 나라의 조경과도 비교해보아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선유도나 청계천 같은 프로젝트들은 미국에서도 훌륭한 도시재생의 사례로 참고가 되고 있고, 고밀도 주거단지, 즉 아파트조경 분야에서는 아마도 세계 최고의 수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질적, 양적 성장에 비교해 보았을 때 너무 국내에만 갇혀있지 않나 생각도 듭니다.

 


청계천(출처: 서울시)



선유도공원(출처: ASLA)

 

2010 ASLA 어워드 대상과 두 개의 우수상을 중국의 투렌스케이프(대표 Kongjian Yu)가 수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얼마전 투렌스케이프는 FO나 하그리브스, West8과 같은 세계적인 조경설계사무소들을 제치고 미네아폴리스 공모전의 결선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뒤저있다고 생각했던 중국 조경의 약진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는 큰 나라가 아니며 당연히 조경 시장도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가 작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산업은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왔습니다. 국내 시장의 규모가 큰 미국의 조경계 역시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열등감이 있었던 유럽의 조경을 제치고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섰습니다.

 

저는 한국의 조경 역시 역량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동양적 정서를 갖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시장은 여전히 큰 잠재력이 있습니다. 현대와 삼성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고 우리의 대중 문화가 아시아 전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듯, 이제 한국의 조경도 그 역량을 밖으로 뻗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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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20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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