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커뮤니티 디자인
디자인의 사회 참여를 위한 방법
아름다운 공간을 고심하여 만들어도 쓰이지 않으면 그곳은 더 이상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기보다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한다. ‘만들지 않는’ 디자인으로 디자인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아마자키 료는 일본 사회에 ‘커뮤니티 디자인’을 인식시키는데 성공한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물질(하드웨어)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닌, 일명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야마자키 료는 사람과 토지가 연결될 수 있도록 공공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동시에 완성된 공간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잘 활용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 설계 및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공간이란 그 땅을 사용하는 사람의 삶과 생활이 쌓여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을 디자인하려면 사람과 생활 방식을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디자인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공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람들이 스스로 공원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프로그래밍하는 야마자키 료의 역할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야마자키 료는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디자인’의 프로그램으로 공간을 메워야 디자인의 가치를 생산된다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으로서 역설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디자인-커뮤니티의 힘을 조직하는 디자인
야마자키 료가 커뮤니티에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는 재해 속에서 사람들의 유대의식을 목격한 데에 있다. 야마자키 료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진 재해 현장에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만들고, 아이를 잃은 부부가 부모를 잃은 가족을 위로하는 모습을 목도했다. 이때 야마자키 료는 생활 재건의 싹이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 우리의 유대 안에서 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야마자키 료가 커뮤니티의 강력한 힘을 깨달은 순간이다.
사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커뮤니티의 힘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평상시에 커뮤니티를 단단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마을 만들기’가 회자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마자키 료는 이 사실을 일찍이 깨닫고 그만의 방식으로 일본 열도 각지에서 커뮤니티 만들기를 실천해 나간다. PC와 짐 가방 1개로 동분서주하는 365일, 어떤 날은 어촌 마을에서 할아버지들과 물고기를 잡고, 또 어떤 날은 낙도의 젊은이들과 춤추며 마음을 나눈다. 이 모든 활동은 지역 사회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모하는 커뮤니티 디자인 방식이며, ‘커뮤니티의 힘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함께’과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 삶의 터전과 사람이 연결되는 길
‘커뮤니티 디자인’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 가능성에 실마리가 있기 때문이다. 야마자키 료는 ‘상황은 아직 호전될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지역 사회 곳곳에 심기 위해 나서고 있다. 지역 주민 가까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읽어 낸다. 이런 활동은 마을 조성의 토대를 다져준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커뮤니티’가 주민 스스로 지역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한다. 이 모든 ‘커뮤니티 디자인’활동은 공공기관과 협력하고, 지역 활성화를 모색하는 정책 변화를 유도하면서 빛을 발한다. 야마자키 료의 커뮤니티 만들기는 지역과 행정 그리고 주민의 끈끈한 유대를 형성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과제는 당연하게도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시대가 바뀌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한 지금, 우리는 주변의 모든 것을 새로이 탐색하여 다시 마을 만들기에 착수해야 한다. 이 일은 혼자 시작할 수 있을지언정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의 연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관의 동참이 없어도 성공하기 어렵다. 참여하는 힘이 마을을 구축한다. 야마자키 료는 그 길을 여는 방식과 가능성을 지역 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마을 하나하나가 스스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게 천천히, 오래도록 연대의식을 뿌리내리는 것이 커뮤니티 디자인의 디자인 방식이자 가능성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 이면의 것을 설계한다. 보이지 않는 유대 관계를 직조하여 공동체와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길을 닦는다.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우리가 사는 땅과 만나는 방식을 알려 주는 디자인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 서신혜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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