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뭐 좀 새로운 것 없어?
최정민 논설위원(순천대 조경학과 교수)라펜트l기사입력2016-05-12
뭐 좀 새로운 것 없어?

글_최정민 교수(순천대 조경학과)
“뭐 새로운 거 없어?”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을 만한 질문이다. 늘 새로운 것을 고안해야하는 디자인 분야에서 일한다면 친숙한 말일 것이다. 직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설계 수업을 한번이라도 수강했다면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질문이다.
“뭐 좀 섹시한 것 없어?”는 “뭐 새로운 거 없어?”의 다른 표현이다. 늘 자극적인 것을 고민해야 하는 분야에서 더 친숙한 표현일 것이다. 강박적일만큼 새로운 것을 요구받고 또 요구한다. 때론 재촉이자 쪼임이기도 하다.
새것은 설렘이다. 신상품은 신상녀(女)를 설레게 한다. 새 차는 모던 보이를 설레게 한다. 새 차를 사본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새 차 냄새가 싫지는 않았다. 새 집으로 이사 가는 날은 설렘으로 밤잠을 설친다. 새 집은 평범한 서민들의 꿈이다.
새 집들이 지어지는 신도시(new town)는 거의 모든 도시들의 꿈이다. 지방 도시에게는 더욱 간절하다. 그것이 서울처럼 되는 길이고, 국제화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새롭고 넓은 길, 새 건물, 새로운 랜드마크는 발전된 도시의 상징이다.
신상품, 새 차, 신작로, 새 집, 신도시, 신세계는, 우리가 새로움에 부여하는 가치는 보여준다. ‘새로운 것’은 ‘꿈’과 닿아있다. 새로운 것을 꿈꾸는 것은 미래 지향적이고 진취적이지만, 옛것을 꿈꾸는 것은 수구적이다. 과거와 단절된 새로움은 근대(modern)가 추구한 가치이자 근대성(modernity)의 상징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근대(modern)다.
새로움은 모던 보이와 신상녀만 설레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새것 열풍의 시대에 살고 있다. “빠름 빠름 빠름”이라는 통신 회사 광고처럼 빠르게 바꾸어 나간다. 빠른 변화만이 살길이고, 늦으면 죽는다고 이야기한다. 빠른 변화는 새로운 것을 이내 낡은 것으로 만든다. 새로운 것이 또 다른 새로운 것에 의해 파괴된다. 자기 파괴의 알레고리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곳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스펙터클해지는 것이다. 스펙터클에는 이야기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스펙터클은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의 욕망이다. 늘 새로운 것을 강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조경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시대가 바뀌고 조경에 대한 정의가 바뀌어도 사람과 땅이라는 조경의 가치와 토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것은 사람들에게 결코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에 보다 큰 의미를 두는 현상은 아이러니하다. 땅은 시설물처럼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다. 장 보드리야르는 사건들이 역사로 응고되려면 ‘어느 정도 느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는 성경(전도서 1장 9절) 말씀처럼,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고안하고, 새로운 것을 내놓고 있지만 동어 반복인 경우도 많다. 새로움이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조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첫인상은 강렬하지 않아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레 주변과 하나가 되는 친화력을 지닌 것들이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화력을 지니고 가치를 드러내는 조경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글 _ 최정민 교수 · 순천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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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키워드l녹색시론, 최정민, 순천대, 조경,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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