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의 ‘소통’ 위해 공동체숲 포럼 개최
‘폐쇄된 놀이터 그 이후’ 포럼라펜트l기사입력2017-01-04

주민참여 과정에서 전문가와 주민과의 타협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주민의 참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조성 이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다.
안산시는 지난 2014년 250명의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2015년 안전관리법 시행으로 그 학생들이 뛰어놀던 놀이터가 폐쇄된 채 또 한번 상처를 가져오게 된다.
이에 지역사회 차원에서 공동체의 숲을 조성하는 것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공동체의 숲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드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지역사회의 자긍심과 문화를 느끼며, 주민들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다.
지난 26일(월) 한양대학교 에리카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상을 담은 장소만들기 전문가포럼 ‘폐쇄된 놀이터 그 이후’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2015년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으로 폐쇄된 놀이터의 문제를 지역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든 커뮤니티 공간인 공동체 숲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박성우 가든디자이너, 박영석 플레이스 온 팀장, 기아미 조경작업소 울 팀장,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문정석 소셜디자인랩 대표, 정성빈 마이너스플러스백 대표, 오진숙 가든디자이너, 채종세 안산시 자치행정과 주무관(좌부터)
토론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주민의 의견을 조율하는 방안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패널들은 주민참여에 있어서 도전적인 설계보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오진숙 가든디자이너는 “디자이너로써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현장에서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해보고 접합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며, “공간이나 금액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설계로써의 새로운 시도보다는 프로그램적인 부분이 좀 더 시도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정석 대표는 “사업의 성격 자체가 참여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가든디자이너는 “주민들이 왜 참여하는지 의식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현장에서는 설계하는 사람과 시공하는 사람간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설계 작업부터 계속된 민원과의 전쟁이였다고 회상했다. 가장 큰 원인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부재라고 지목했다.
조미숙 마을간사는 “매뉴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민원을 처리하다보니 계속해서 반복되는 문제가 생겼다”며, 민원 처리를 위한 매뉴얼을 제안했다.
그는 주민이 처음 단계부터 참여했을 때, 혹시라도 중간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현장에서 변화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성빈 대표는 “설계과정에서 원래 계획과 달리 시설물 개수를 맞추기가 어려워 시설물 단가를 공개해 주민들과 조정했다”며, “주민과의 마찰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시작 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폐쇄된 놀이터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담당 부서가 변경되면서 설계자들간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정 대표는 “참여 설계팀들이 통일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이에 기아미 팀장도 “좀 더 디테일하게 가기 전에 주민들과 심도 깊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공동체 숲이 조성되더라도 앞으로 유지관리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놀이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패널들은 입모아 말했다.
박영석 팀장은 한 세대에 걸친 장기간 프로그램을 계획하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공간에 대한 경험을 한 세대로 잡고 장기적인 로드맵이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놀이 프로그램, 안전관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놀이 프로그램은 문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것이여야 하고, 안전관리는 아이를 돌보기 위한 보조주체로써 엄마를 양성해야 한다. 셋째, 놀이공간에서의 경험들이 어울러 질 때 비로소 바람직하고 구체적인 가치가 완성된다.
채종세 주무관은 "미국에선 센트럴파크 운영 위원회가 있고, 서울에는 서울숲 사랑모임이 있다"며, "둘 다 추구하는 것은 독립된 기금을 모금해서 공간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독립된 기금에 대한 목표를 두고 세금을 보조 받거나 파트너십을 통해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체적인 틀 안에서 관리하고 가꿔나가야 힘들게 만든 과정들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우 대표는 "장소가 주는 장점은 유지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해야 하는지 최대한 재밌고 신나게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도훈 안산시희망마을사업추진단장과 라은영 신나는문화학교 자바르떼 경기지부 팀장이 발제를 맡아 ‘폐쇄놀이터의 일상 속 장소만들기, 그 과정의 기록’과 ‘엄마기획단과 함께하는 마을문화만들기’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한편, 안산시는 24개의 공동체의 숲을 조성해 행정자치부가 개최한 ‘국민디자인단 성과공유대회’에서 우수상(장관상)을 받았으며, 내년에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 글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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