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위기, 조경혁신 기금운동 제안
[특별기고] 임승빈 원장((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특별기고] 조경분야 혁신에 조경인의 힘 모으자
임승빈 원장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초대 이사장
작년말 ‘조경진흥법’ 국회통과로 조경분야 장래에 관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는 듯하더니, 지난 6월 30일자로 국토교통부의 조경기술자격 확대시행(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 개정)이 알려지면서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에 찬물을 끼엊는 형국이 되었다.
이미 지난 6월에 조경기술자격 확대가 시행 되었는데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뒤늦게 ‘조경생존을 위한 긴급회의’, ‘조경생존을 위한 단체장회의’를 개최하였고 ‘범조경인 서명운동’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작금의 ‘조경기술자격 확대시행’ 문제가 촉발되기 이전부터 조경분야는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업계, 학계에 계신 조경인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러한 조경분야의 침체는 크게는 건설경기의 하락으로 토목, 건축, 도시 등 모든 건설 분야가 겪고 있는 문제이지만, 조경분야는 이에 더하여 특수한 생존경쟁의 환경에 처해 있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인접분야로부터 영역침범이라는 거센 도전이 지속되고 있지만 조경계는 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게 현실이다.
돌이켜보면 조경분야가 1973년 이 땅에 뿌리 내린지 40여년이 흘렀다. 초기 10여년은 국가경제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어려움 없이 성장의 수레에 무임승차 할 수 있었으나, 그 후 약 30년은 줄기찬 도전에 직면한 바람 잘 날 없는 역사로 기억된다.
주요한 사건만 보더라도 1989년의 산림조합법 개정안, ‘조경살리기운동’을 촉발 시켰던 1992년의 건설기술산업법 개정안 이외에도 환경복원업 신설, 최근의 도시숲 그리고 정원관련 법 등 끊임없는 제도적 도전에 시달려왔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에서 이번에 다시 조경기술자격확대 시행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제 우리는 또다시 이런 안이한 자세로 조경의 앞날을 후속세대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지금 시점은 조경분야의 총체적 난맥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조경분야의 위기 대응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조경분야의 대응을 보자. 그나마 (사)한국조경사회에서 긴급회의를 주관하였으나 (재)환경조경발전재단으로 공을 넘겼고, 재단에서는 단체장회의를 하였지만, 그 책임을 (사)한국조경학회에 떠넘기고 말았다. (사)한국조경학회는 ‘서명운동’이라는 대책 이외에는 가시적인 대응책이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여기서 누구의 잘 잘못을 따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번 문제에만 국한해 근시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있었던 인접분야의 여러 도전을 다시 한번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 이에 대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 내년 1월7일 시행을 앞둔 조경분야의 한 가닥 희망이라 할 수 있는 조경진흥법과 하위법령 실천에 관한 장기적 로드맵 구축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대박’이 될 수 있는 남북통일에 대비한 조경분야의 대응책도 선제적으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당하기 만하는 과오를 되풀이 할 것인가?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우선적으로 전체 조경분야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를 복원해야한다. 이런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재)환경조경발전재단이다.
최근 발전재단의 역할이 제한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빠른 시일 안에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해야겠다.
재단에서는 위기전담 대응팀을 만들어 관련부처의 입법사항이나 개정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사전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조경진흥법에 대한 실천계획을 시행령 발효이후에 졸속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범조경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조경분야의 발전에 효율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해야겠다.
이러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발전재단이 폐쇄적 조직이 아닌 모든 조경관련단체가 참여하는 개방된 열린조직으로 거듭나야한다. 이러한 개혁을 지원하기 위해서 발전재단에서는 ‘조경혁신을 위한 기금모금 운동’을 바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은 조경분야의 총체적 위기임을 조경인 모두가 인식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허물은 서로가 덮어주고 소통하며, 조경분야의 혁신을 통한 희망의 앞날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조경분야 후속세대에 희망을 주는 조경인이 되자.
- 글 _ 임승빈 원장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
다른기사 보기
seungbi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