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곱 계절의 정원으로 남은 사람
‘독일 정원의 아버지’ 칼 푀르스터를 만나다지은이_칼 푀르스터 | 엮은이_고정희 | 쪽수_304면
판형_신국판 | 출간일_2013년 11월 25일 | 정가_15,000원
“꽃의 제왕, 정원 왕국의 칼 대제, 독일 정원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의 숙근초 육종가이자 정원사이며 작가였던 칼 푀르스터(1874~1970)가 생전에 썼던 27권의 책과 수백 편의 에세이, 수만 통의 편지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글을 선별하여 엮은 에세이 모음집이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책 「일곱 계절의 정원으로 남은 사람」은 그의 사후에 미망인과 친지들이 뜻을 모아 그의 삶을 재구성하여 8년 만에 펴낸 책으로, 칼 푀르스터가 만 15세에 정원사 교육을 받기 시작하며 쓴 편지부터 세상을 뜨기 직전인 96세에 쓴 글과 메모까지 긴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다.
시기상으로 보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글들이다. 그가 개발한 ‘일곱 계절의 정원’이라는 개념에 맞춰 그의 삶을 일곱 시기로 나누고 각 시기에 썼던 글과 편지를 실었다.
독일 역사 중에서 가장 파란이 많았던 격동의 세월을 보낸 칼 푀르스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정원을 가꾸고 정원 문화를 확산시키는 일관된 삶을 살았다. 혼란을 피해 정원으로 숨어들었던 것이 아니라, 꽃의 아름다움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찾을 수 있다는 독특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자신의 신념을 평생 복음처럼 전파하고, 사람들에게 정원을 ‘처방’했다.
이 책에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숙근초 육종을 포기하지 않고, 구술을 통해 새로운 정원 책을 집필한 정원형 인간의 구십 평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의 제목인 ‘일곱 계절의 정원’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초봄, 봄, 초여름, 한여름, 가을, 늦가을, 겨울 동안 ‘늘 피어 있으며 늘 변화하는 정원’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가능하면 지구 전체를, 적어도 독일 땅 전체를 꽃으로 채우고자 했던 그의 간절한 소망이 투사되어 있다.
지은이 칼 푀르스터는 숙근초 육종가이자 정원사이며 작가였다.
9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여 년 동안 포츠담 보르님에 머물며 숙근초 육성과 전시정원 조성, 글쓰기에 집중하여 총 362종의 숙근초 신품종을 만들었고 27권의 책을 집필했다.
정원 왕국의 칼 대제, 꽃의 제왕, 독일 정원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그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은 새로운 정원 문화의 확산이었다. 재배원에서 직접 육종한 숙근초들을 보급함과 동시에 글과 강연을 통해 이들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고, 재배원 부지에 자택을 짓고 전시정원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개방하였다.
또한 칼 푀르스터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일곱 계절의 정원’이라는 개념을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곱 번이건 칠백 번이건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곱 계절의 정원’은 ‘세상이 다 꽃으로 채워지는 그날’과 같은 뜻의 정원 프로그램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칼 푀르스터의 보르님 정원은 정원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 책을 옮긴 고정희는 1981년 독일 유학길에 올라, 베를린 공과대학 조경학과에서 Water-City 개념이론으로 석사 학위, 20세기 유럽조경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베를린 자유도시개발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10년간 도시설계 및 조경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독립하여 녹색 엔지니어링 사무소를 창립했으며, 이후 “고정희 조경설계연구소”와 “Third Space"를 운영했다. 현재는 다시 독일에 머물며 오랜 소원이었던 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2006년에 『고정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 정원박람회가 만든 녹색도시를 가다』, 2012년에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등의 저서를 펴냈다.
본문 중에서
보르님 정원이라고 하면 대개는 이 선큰정원을 말한다. 사방에 마련된 계단을 따라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문득 별천지에 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저 내 눈앞 화단에 피어 있는 꽃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사방이 꽃으로 둘러싸여 꽃 속에 들어앉은 형국이 되니 결국 세상 자체가 꽃이 되는 것이다. (중략) 선큰정원을 움푹 팬 커다란 방주로 여기고 하늘을 덮개로 파악한다면 선큰정원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세상이 되는 셈이다. 이곳의 주민들은 물론 기적의 존재인 꽃들이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순간 인간들도 꽃이 되어 버린다. 꽃물이 들고 꽃향기가 배어 스스로 아름다워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우아한 걸음걸이로 세상에 다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인간도 꽃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칼 푀르스터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였으며 이렇게 세상을 꽃으로 채워 사람들에게 꽃물을 들이고 꽃향기에 적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이 하늘에서 받은 사명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_ 25쪽
- 글·사진 _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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