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발목잡기, 논리적 설명 어려워
지난 14일 KBS 라디오 공감토론 방송
삼각지에서 바라본 남산 서측 기슭의 용산공원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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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조성되어 있는 미군기지를 좋은 생태공원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서울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 같다. 타지에서도 서울시에 오고 싶게 만드는 좋은 생태공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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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땅이다. 이 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성을 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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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공원으로 만들어서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한국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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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는 중국, 일본, 미국 세 개 나라의 군대가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주둔하던 지역이다. 가능하면 평화적으로 국민과 시민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자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걸 기념할 수 있는 시설물이 들어섰으면 좋겠다.
국가공원인 용산공원 조성사업을 두고 시민들과 국토교통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4일(금) KBS 라디오 공감토론에서 ‘용산공원’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방송에서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시민단체 등을 대변해 조세환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용산공원추진위원회), 조명래 단국대학교 교수(용산공원시민포럼), 안승홍 한경대학교 교수, 신수연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용산공원 부지는 110년 넘도록 주한미군 기지가 주둔한 역사적 상처를 지닌 '금단의 땅'이다. 미군기지는 내년 말 경기도 평택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이로써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아픔의 역사를 씻고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최근 용산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에 서울시가 의의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5월 공개된 '용산공원 콘텐츠 기획안'을 두고 서울시가 '정부 부처간의 나눠먹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8개 시설은 △국립과학문화관(미래창조과학부), △국립어린이아트센터(문화체육관광부), △국립경찰박물관(경찰청), △국립여성사박물관(여성가족부), △아리랑무형유산센터(문화재청), △호국보훈 상징 조형광장(국가보훈처), △용산공원 스포테인먼트센터(문화체육관광부), △아지타트 나무상상 놀이터(산림청) 등이다.
토론에서도 "콘텐츠가 오히려 용산공원을 단절시킨다", "용산공원 성격과 상이한 안들이다"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용산공원 성격은 국가공원 종합기본계획에 의해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을 상징하는 대표적 공간이 될 것이므로, 공원과 주변 지역의 경관은 중심성, 국가적 상징성, 한국적 대표성이 구현될 수 있도록 조성·관리해야 한다.'라고 규정된다.
이를 근거로 조명래 교수는 "정부가 용산공원의 성격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어 국토부가 국가공원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용산공원 성격이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는 콘텐츠 기획안에 대해 '정부 부처간 나눠먹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콘텐츠 검토는 기존 건축물 1,200동 중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 82동을 재활용 차원에서 추진됐다. 전체 공원 면적의 2%만을 문화적 콘텐츠로 엮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용산공원 콘텐츠 기획안'에 대한 제안서 48개를 받았다. 1차로 용산공원추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용산공원 성격과 실현성에 부합되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뽑아 8개로 추린거라고 해명한 바 있다.
조세환 교수는 "공원의 특성에 따라 프로그램이 들어갈 수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런던 레전드 파크나 하이드 파크의 경우에도 경마장이 도입됐고, 뉴욕 센트럴파크에도 전망대와 아트리움이 들어 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군기지가 남은 상황에서 공원조성을 추진하는 것부터가 공원으로써의 성격과 맞지 않다는 의견 또한 팽배했다. 미군기지로부터 부지를 완전히 반환 받은 뒤에 장기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조명래 교수는 "미래세대가 참여하는 관점으로 미군기지가 전부 철수한 후 중장기적으로 공원조성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긴 턴을 가지고 컨텐츠, 기부, 참여, 기획 등 모든 것을 국민의 참여로 진행해야 한다"며, "현 세대부터 미래 세대를 위한 2세대론"을 제안했다.
신수연 팀장은 "우리나라는 땅이 너무 적어서 내 땅 갖기도 어려운데 공공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미군기지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결국 미군을 위한 공원과 마찬가지"라며, 특별법 개정을 주장했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제1조(목)에 의하면 '이 법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미합중국군대의 서울지역으로부터의 이전에 관한 협정」 및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에 근거'한다고 명시돼 있다.
90년대에 맺어진 협정은 현상황에 맞춰 개정되야 한다는 주장이 지금까지 여러차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조세환 교수는 "현실적으로 외교 협정으로 정해진 사항을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빼앗겼던 땅을 돌려 받은 세계 어느 나라도 잔류하는 유적을 전부 없애는 곳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용산공원 부지는 한 세기간 미군기지로 사용됐던 만큼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되어 왔던 곳이다.
용산미군기지는 지난 2000년 한강 독극물 방류, 2001년 녹사평역과 2006년 캠프킴 유류 유출 등 1998년 이후에 확인된 오염사고만 14건에 이른다.
지난해 서울시 유류성분 분석 결과, 녹사평역 주변에서는 1군 발암물질 벤젠이 국내 허용기준치의 646배, 남영역 캠프킴 인근에선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허용치 8600배 이상이 검출됐다.
신수연 팀장은 "공원이 되려면 공원이 먼저 깨끗하고 안전해야 한다. 용산기지 내부 오염원이 어떤 상태인지 조사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병든 땅을 어떻게 화장할지만 얘기하는건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승홍 교수는 "조경계획이나 설계에서 첫 단추가 되는 것은 조사 분석 단계이다. 자연환경, 사회·인문학, 관련 법규 등이 총망라해 용산공원의 비전을 제시하는 게 옳은 순서이다."라며, 신 팀장의 발언에 동의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2017년 말 미군 기지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 완료되면 2021년까지 한미 공동으로 환경 정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조약에 의해 오염상태가 초과되는 부분은 미군이 책임을 지게 된다.
신수연 팀장은 "공원 조성 예산이 1조 2천억 원인데 공원부지 내 환경오염 정화예산에 1,300억 원을 책정했다. 미군과 협상도 안한 상황에서 국토부가 1,300억 원을 우선 책정한 것은 말이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세환 교수는 "국토부가 100만 평 되는 땅을 시민들에게 빠르게 서비스로 제공하고자 전략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용산공원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2019년 부지를 선별해 임시 공원으로 개방하고, 그 뒤 본격적인 실시설계에 들어선다. 나머지 부지는 총 3단계에 걸쳐 2027년까지 조사, 정화, 설계, 공사 등이 차례로 이뤄진다.
즉, 대공원 부지는 한번에 조사와 조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분별로 나눠 진행되며,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같은 전략계획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조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나무가 자라 자연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이클이 100년이 걸리는데, 국책사업은 이를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부설계가 들어서면 그 때부터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관련 방송내용은 KBS 라디오 공감토론(http://www.kbs.co.kr/radio/1radio/debate/replay/2502407_92610.html?dt=20161014)에서 청취할 수 있다.
- 글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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