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구분보다, ‘함께 어떻게’가 중요"

에버랜드 렉처시리즈 조성룡 석좌교수 초빙
라펜트l기사입력2013-09-27

조경, 건축, 도시, 토목. 이들을 나누는 것이 맞는 것일까? 도시가 변하면, 그곳에서 일어나는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삼성에버랜드 E&A 사업부 디자인 그룹은 올해 렉처시리즈 세번째 시간으로 지난 26일 삼성본관 6층에서 조성룡 석좌교수(성균관대)를 초빙해 특강을 가졌다. 특강 주제는 시간 속의 공간’이다. 그는 도시의 기억, 도시를 다루는 분야와 공간의 관계맺기를 테마로 강연을 진행했다.

 


 

처음 조성룡 교수가 꺼낸 화두는 도시의 기억이다. 그는 통일 전 독일의 베를린 모습이 담긴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1960년대 서울역 앞의 풍경이 찍힌 사진에 대해 "도시는 많은 사람이 모여사는 거대한 땅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모여서 역사를 만드는 기억해야 할 장소"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역은 KTX 도입으로 과거의 모습이 지워졌다고 안타까워 하였다. 역이란 공간은 근대도시를 상징하는 장소인 동시에 도시의 경계를 짓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 기억의 매개가 되는 것이 과거에는 조형물과 건축물이었지만, 이제는 땅으로 개념이 바뀌었다고 전하였다. 지난 2011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여 시내에 설치한 폴리가 그 맥락의 연장에 있었다. 조성룡 교수의 폴리는 콘크리트로 바닥의 높이를 올린 후, 신라시대 광주읍성의 옛날 도시구조를 금속으로 새겨넣어 넣었다. 기억의 현재화라는 이름의 이 작품에 대해 대다수의 광주 사람이 이 폴리의 의미를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존재하는 한 옛 광주의 기억을 언젠가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의 기억 외에도 그가 강조했던 키워드는 관계맺기 였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다수의 산지가 분포된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조경, 건축, 도시, 토목 등을 각각 구분짓기 보다는 하나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료제와 행정체계 때문에 그것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성룡 교수는 사례 대상지 중 하나로 1983년 국제설계경기에 당선된 아시아선수촌 및 기념공원을 설명했다.

 

먼저 이 곳은 공원과 선수촌을 하나의 개념아래 연속성을 부여한 작업이라는 큰 방향을 먼저 짚어주었다.

특히 공원조성에서는 조경설계 서안의 정영선 대표와 공동으로 작업을 했었는데, 그 당시의 경험을 통해 조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가운데 협업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같이 하는 것,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분야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이 밖에 조 교수는 광주 의재미술관, 이응노 화백 기념관,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설계, 지앤아트스페이스와 해외의 사례를 차례로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조성룡 교수는 선유도공원과 꿈마루 사례를 차례로 설명하였다. 이 두 장소는 공간의 기억의 살리는 가운데, 구분의 경계를 허물어 조성한 곳이라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꿈마루는 한국 최초의 골프장 클럽하우스로, 어린이대공원 교양관으로 쓰이면서 원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되었다가, 리모델링을 거쳐 2011년 재탄생되었다. 처음 서울시는 이 1400여평 면적의 건물을 허물기로 했지만, 조 교수가 원형의 모습으로 되돌리자고 제안해 지금의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다시 부활한 것은 건물뿐만이 아니었다. 조성룡 교수는 잊혀진 원 설계자인 건축가 고 나상진의 이름을 재조명하는 작업까지 병행했다.

이 곳의 특색있는 장소 중 하나로 과거 락커룸이 있던 자리에 만들어 놓은 피크닉 가든이 있다. 건물의 외벽을 뜯어내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야외 공간이다. 조경 작업에는 박승진 소장(디자인스튜디오 loci)이 참여하였다.

 


 

조성룡 교수는 선유도공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조경설계 서안과 정수장이었던 부지를 공원화하는 첫 단계로 "공원이지만 도시의 개념으로 가기로, 또 기존의 시설을 존치하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개관을 앞두고 있는 선유도 공원의 전시관 리모델링 작업을 중심으로 설명을 이끌어 갔으며, 단순히 전시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옛 정수장의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에 중점두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보는 사람이 한듯 안한듯 하다고 말해주면 성공이라는 것이다.

 

2011년 선유도공원을 한국의 최고 건축물이라고 선정했던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조경설계 서안과 처음부터 선유도공원을 함께 작업하였다. 다만 장소가 공원이다보니, 조경의 포션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2011년 당시 기자가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였던 점도 있지만, 조경이 사회와 문화적인 부분에서 인식이 높지 않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성룡 교수는 직업으로서 조경가, 건축가로 나누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렇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시민들이 제대로 살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쓰는 사람은 결국 시민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히며, 땅 위에서 같이 공부하며 서로 독려하는 사람들이 되자고 맺음하였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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