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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스웍스 파크

월간 환경과조경20094252l환경과조경
포스터가 더 유명했던 ‘클럽 싱글즈(Singles)(1992)’라는 영화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사랑과 미래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장면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심각한 대화를 나누던 주인공들을 한켠에 두고 화면의 배경은 넓고 푸르른 잔디밭과 그 뒤로 보이는 아주 거대하고 기괴한 붉은 녹슨 공장과 파이프들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왠지 모를 그 아이러닉한 색감과 분위기에서 노스탤지어적인 낭만을 느꼈었다. 도대체 저 곳은 어떤 곳인 걸까? 공장 지대에 왜 공원이 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들과 함께 필자의 기억 속에 그 장면은 오래도록 남아있게 되었고, 나중에서야 이 공원이 바로 시애틀을 대표하는 개스웍스 파크(Gas Works Park) 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개스웍스 파크에 대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1860년대 후반 유니온 호수 주변에서 시작된 산업단지 개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개인 산업체와 공공산업의 형태를 거쳐 1930년대부터 1950년대 후반까지 가스정유공장으로 시애틀 외 여러 도시들에 가스Gas를 공급하게 되고, 1956년 그 모든 기능이 정지되었다. 그 후, 버려진 건물들과 공장 지대를 1962년 시애틀 시 정부에서 구입하게 된다. 1970년대에 들어와 여러 시민 공청회와 시애틀 공원 부서의 의견에 힘입어 공원화하기로 결정하여 리차드 하그 어소시에이츠(Richard Hagg Associates)(RHA)를 가스정유공장부지에 대한 마스터 플래너로 지명하였다. RHA는 부지 분석과 조사를 위해 부지 내에 사무실을 열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오래된 타워들을 직접 올라가 보기도 하고 부지 내에서 캠핑을 하는 등, 리차드 하그는 현장의 버려진 공장들의 모습을 철골 구조를 가진 예술로서 받아들였고, 이 과정을 ‘의식을 넘어서는 조합(unselfconscious assemblages)’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그는 부지의 제한조건을 독특한 성격으로 재해석하여 ‘역사적, 심미적 그리고 실용적인 가치(마스터플랜, 1971)’를 주장하며 공장 일부분을 보존하자는 의견을 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1971년 11월, 마리나(Marina)와 프로미나드(promenade), 그레이트 마운드(Great Mound)의 공간들을 포함하여 공장 구조물들을 놀이공간과 미술관, 음식점, 영화관으로 재사용하자는 하그의 마스터플랜이 발표되었다. 당시 그의 파격적인 제안은 시애틀 시와 시민들에게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하그의 ‘미생물과 식물을 이용한 환경정화방법(bio-phyto-remediation)’을 통한 흙과 물을 정화하는 등의 기술적 제안과 RHA에서 함께 일하던 로리 올린(Laurie Olin)의 해석적이고 표현적인 스케치 등의 디자인적 제안을 통해 그의 의견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재정적인 문제와 실제 기술적인 문제(시애틀의 기후가 미생물들이 정화 활동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이유로 여러 기술적 제한이 생기게 되었다)로 기존의 공장 건물들은 “Tower”(아이들의 체험과 놀이 장소로 허가되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접근이 금지되었다), “Concrete Viaducts”(석탄 램프의 콘크리트 하부구조), “Play Barn”(놀이 공간 - 오래된 시설물들과 펌프 건물을 놀이 공간으로 바꾸었다)과 “Picnic Shelter”(피크닉 공간 - 보일러 공간을 편의시설로 바꾸었다)만 남게 되었다.

 

기효순  ·  Hargreaves Associ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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