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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텃밭의 가능성, 도시농업이 뜬다: 도시농업과 조경의 공진화를 위하여

월간 환경과조경201010270l환경과조경

For the Coevolution of Landscape Architecture
and Urban Agriculture


현대 조경은 견고한 개념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적어도 조경을 둘러싼 외연에서는. 그 예로 한참 유행하는 소위 ‘랜드스케이프’ 논쟁만 보아도 충분하다. 이것은 조경을 나무심기로 보는 실행 중심의 간단하면서도 유연한 접근과 간편한 이해의 태도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경의 대상화는 ‘경관을 만드는 행위’라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부각되는 경관(랜드스케이프)이 조경업을 보다 확장하여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도 동시에 열어주는데, 여기에는 조경을 하나의 단단한 개념체로 이해하지 않을 때 보다 조경이 단단해 질 수 있다는 아이러니도 내포하고 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그러한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 우리나라에서 최근 주목받는 하나가 소위 ‘도시농업’이라 불리는 것이다.

 

전통 도시농업의 연장(extension)
과거의 도시는 지금과 같지 않았다. 도성의 형태를 완고히 했던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궁과 도성 내외에는 다양한 형태의 생산용 땅(텃밭)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 사료인 당시의 회화에서 도심 텃밭 활용 모습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동궐도”를 보면 근농장(勤農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왕이 생산의 과정을 몸소 체험하기 위한 일종의 시험 포지였다. 풍흉을 점치고 농사의 노고를 체험하면서 백성을 위한 정사에 충분히 참고하였던 나름의 기능적 텃밭이었다.
민가 텃밭의 경우는 좀 달랐다. 성 밖 또는 성내 토지에 구획을 지어 텃밭을 일구었는데 성내의 경우 울타리진 초가에 식생활과 의생활을 위한 생활밀착형 텃밭으로 보인다. 사대부 민가를 그린 작자 미상의 “옥호정도”에서는 과원과 채원이 당시 공간적으로 어떻게 배치되었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에는 선생이 서울에 살 무렵 공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직접 잔가지를 잘라주면서 뽕나무를 가꾸었다는 기록이 있다. 수년 후 무성하게 자라 해마다 비단을 짤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당시의 이용은 낙안읍성의 성내외 텃밭 모습에서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림과 문헌만으로 온전히 확인할 수는 없겠으나 이미 오래 전부터 도성내 백성에게 텃밭은 작물을 생산하여 먹기도, 팔기도 하는 중요한 경제적 수단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경우 전통적인 도심 텃밭의 기능이 심미성과 경제성의 측면에서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생태적 연결성이라든가 도시적 열섬화 방지와 같은 현대 도시의 필요는 당연히 당시에 고려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연이 풍부하고 토지가 여유로웠던 전통 도심의 텃밭도 오늘날과 비슷한 역사와 기능을 가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텃밭에 대한 이러한 이용은 오늘날에도 유효한데 특히 물자의 교류가 쉽지 않은 시기에 도심 텃밭은 요긴하게 쓰인다. 가까운 예로 영국의 얼롯트먼트와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은 세계대전 당시 중요한 도시민의 식량 공급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현대에도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는 도시민의 식량 공급지로 도시농업이 장려되기도 한다. 세계 도시농업 연합기구인 RAUF(Resource Centres on Urban Agriculture & Food Security, www.rauf.org)는 도시농업을 도심 또는 도시 주변에서 작물을 키우고 가축을 기르는 일로 간단하게 정의하면서 지역농업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점으로 도시의 경제적 시스템과 생태적 시스템을 통합하는데 있다고 지적한다.

 

안명준  ·  서울대 통합설계, 미학연구실, 조경학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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