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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대학교 앰블러 수목원

월간 환경과조경20129293l환경과조경

Ambler Arboretum of Temple University

 

펜실베이니아 여성원예학교에서 시작된 조경·원예 교육의 메카
템플대학교 앰블러 수목원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템플대학교 본교에서 40분가량 떨어진 앰블러에 위치하고 있다. 원예와 조경디자인에서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템플대학교 앰블러 캠퍼스는 1910년 펜실베이니아 여성원예학교(Pennsylvania School of Horticulture for Women)로 처음 설립되었고, 1958년 템플대학교의 일부가 되었다. 그 후 1988년에는 조경설계 및 원예학부가 마련되었으며, 2000년에 공식적으로 수목원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템플대학교 앰블러 수목원은 75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면적에 자연 지역과 조경디자인 지역이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공공 정원으로서 대학교와 지역 공동체를 위한 영감의 원천이자 살아있는 교육을 위한 옥외실험실로서 기능하고 있다. 앰블러 수목원의 미션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정원의 건강한 이익들, 원예, 농업, 그리고 디자인에 있어 여성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캠퍼스 자체가 곧 수목원인 이곳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들은 다른 여느 식물원 못지않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캠퍼스 부지의 짜임새 있는 공간 분할을 통해 다양한 분위기의 정원들을 색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원예와 조경디자인에 있어서 여성의 역사
제인 보웬 헤인즈(Jane Bowne haines)와 브린 마(Bryn Mawr)에 의해 설립된 펜실베이니아 여성원예학교의 첫 번째 학생들이 이곳 앰블러 지역에 모인 것은 1911년 2월이었다. 이는 원예와 농업에 있어서 새로운 경력을 갖추고 직업에 대한 기회를 넓히길 원했던 젊은 여성들에 대한 교육을 목표로 한 선구적인 아이디어였다. 특히 이 학교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기보다 직업을 갖고 활동적으로 일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크게 부각되었다.

 

우리의 비전은 신실한 여성들이 살며 꿈꿀 수 있는 곳, 다시 말해 여성들이 가사를 하도록 기대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모든 시간을 유능한 스승들 밑에서 배우는 데 바쳐 유능한 직업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_ 제인 보웬 헤인즈(Jane Bowne Haines), 1910

 

제인은 학생들이 단지 교실에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식을 학교 정원과 농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캠퍼스에 살며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여기에는 꽃과 과일, 관상용 식물, 관엽, 채소류의 생산과 이용에 대한 수업뿐 아니라 양봉, 통조림 제조, 목공, 농장 경영, 토양학, 가축사육, 그리고 1차 세계대전 후에는 경영학과 조경설계까지 포함되었다. 작은 규모와 제한된 기금으로 인해 이 여성학교를 졸업한 여성들은 수백 명에 불과했지만 그 영향력과 파급력은 실로 대단했다. 1914년에는 가든 클럽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전미여성농장가든협회(Woman’s National Farm & Garden Association)를 설립하기에 이르렀고, 1920년대에는 교수와 학생들이 『파머스 다이제스트(Farmer’s Digest)』라는 월간 저널을 창간하기도 하였다. 펜실베이니아 여성원예학교는 전 미 지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1929년에는 도쿄의 외곽지역에 이 여성학교를 모델로 한 케이시엔(Keisien) 학교가 설립되기도 하였다.

 

미국에서 여성들의 활동적인 역사와 영향력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템플대학교 앰블러 캠퍼스에는 오늘날 조경설계 및 원예학부를 비롯한 다양한 학위과정이 개설되어 있으며 3,50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앰블러 캠퍼스 내에는 영국풍의 숙근초원이 있는가 하면, 자생식물을 이용한 정원, 허브원, 지피식물원, 우드랜드, 습지원 등이 있다. 또한 침엽수원을 비롯한 캠퍼스 곳곳의 다양한 수목류는 흔치 않은 컬렉션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래된 나지막한 건물들 역시 너무나 자연스럽게 캠퍼스의 조경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에 걸맞은 고즈넉함이 있고, 이름 높은 조경디자이너들이 정원의 설계에 참여하였으며, 거기에 조경설계 및 원예학부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지속가능하고 현대적인 정원디자인으로 수목원의 전시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조경설계의 생태학적인 접근은 지속가능한 공동체센터(Center for Sustainable Communities)를 중심으로 꾸준히 관심이 늘어가고 있는데, 앰블러 수목원의 정원들은 현대적인 생태학 원리에 근거한 전통적인 조경설계 디자인의 예시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박원순  ·  미국 델라웨어대 롱우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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