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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의 영토를 넓혀나가는 주목할만한 조경가 12인(4)

월간 환경과조경20134300l환경과조경

The Forefront of Landscape Architecture 12 Innovators Opening New Horizons of the Field

 

2011년 여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을 물바다로 만든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시에서도 빗물관리에 대한 중요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경우 10,286km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하수관망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기후변화시대의 예측 불가능한 강우량을 효율적으로 감당하기에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심도 터널, 분산형 빗물관리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대통령령 13514호’를 통해 빗물관리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도록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지시하였고, 상하원 의원들은 주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기타 단체가 유출수 수질 및 수량 관리를 위해 그린인프라 시설을 계획, 설계 및 적용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그린인프라 관련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미국조경가협회(ASLA)는 2011년 7월 그린인프라를 장려하는 이 법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연 물순환 체계를 보전하고 하천 수질을 개선하며,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조경 공간을 창출하고 도시를 만드는 조경가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함과 동시에, 하천 수질 개선 및 수자원 보전, 도시 물관리 분야로 업역을 넓히고자 하는 노력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호에서는 오리건 컨벤션센터의 레인가든을 통해 빗물관리에 있어서 조경의 역할에 대한 선구적인 작품을 남긴 캐롤 메이어리드(Carol Mayer Reed)의 작품세계를 소개하였다. 당초 4월호에는 브라운필드 및 도시생태(Brownfield Design)를 다루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필자는 최근 그린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실제 서울시가 앞으로 해 나가야 할 분산형 빗물관리와 그린인프라 시설들의 모범 사례로서 뉴욕시 공원국에서 그린인프라 부문 디렉터를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네티 컴프턴(Nette Compton)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대규모 도시설계(Large Scale Urban Design) _ Signe Nielsen
2. 해일에 대비한 갯벌 및 해안 생태 공원(Salt Marsh Design) _ Van Atta
3. 좁은 도시면적을 이용한 레인가든(Stormwater Treatment) _ Mayer Reed
4. 도시의 빗물관리를 위한 그린인프라스트럭처Green Infrastructure _ Nette Compton
5. 브라운필드 및 도시생태(Brownfield Design) _ Julie Bargman, Dirt Studio
6. 토착 식물 디자인(Roof top and local planting design) _ Oehem van Sweden
7. 조경 이론(Urban Design and Landscape) _ Witold Rybczinski
8. 시민 참여(Community Design) _ Walter Hood
9. 환경예술(Art & Design) _ Claude Cormier, Canada
10. 탄소제로 및 친환경 소재(Life-cycle Design and low-impact materia) _ Michael McDonough Partners
11. 친환경 주거정원(Sustainable Residential Design) _ David Kelly, Rees Roberts Partners
12. 대규모 도시옥상농업(Urban Rooftop Farming) _ Ben Flanner, Brooklyn Grange
13. 스마트 성장 도시디자인(Smart Growth Design) _ Andres Duany

 

네티 컴프턴(Nette Compton)
뉴욕시 공원국 그린인프라부문 디렉터 NYC Parks Department

 

지속가능한 조경을 향한 열정의 리더
뉴욕시의 블룸버그 시장은 2002년 취임 후, 8년간 약 6조 원의 예산을 하천과 해안의 수질 정화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 뉴욕항의 전체적 수질은 지난 100년을 통틀어 가장 우수해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지천과 수로들의 오염도는 심각하다. 대부분의 자금이 하수관거를 정비하고, 하수처리장을 최신 시설로 개선하는데 주로 사용되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심각한 문제인 우·오수 합류관거(CSO)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0년에 출간된 뉴욕시 그린인프라스트럭처 플랜 보고서(NYC Green Infrastructure Plan)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며,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과거의 집중형 하수처리장의 증설을 대신하는 분산형 빗물집수시설, 즉 그린인프라의 도입이다. 빗물이 하수관거에서 오수와 합류되면, 하수처리장의 처리 용량을 넘어서게 되고, 그 결과 우·오수 합류수는 그대로 하천과 해안으로 방류된다. 이것을 고치기 위해, 하수처리장 용량을 증설하는 것은 천문학적 비용을 동반하며,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타당성을 결여하게 된다. 비가 내릴 때만을 위한 기계적 시설투자보다는,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녹지를 증설함으로써, 하수관으로 유입되는 우수의 양을 줄이고, 토양으로의 침투를 보조하며, 도시와 지역에 사회적, 생태적 혜택을 동반하자는 것이 뉴욕시 그린인프라 프로그램의 주된 아이디어이다.

 

Q. 뉴욕시 공원국에서 일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제가 공원국의 일원이 된 지는 약 6년 반이 되었습니다. 코넬대학교에서 조경학과 식물학을 전공했는데, 조경학과에서는 조경의 과학적 측면을 파는 ‘모범생’ 축에 들었습니다. 이어 대학원에서 도시생태학을 전공했고, 논문의 주제는 뉴욕시의 옥상정원을 빗물 저류에 최적화된 형태로 디자인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도시에서 빗물은 실질적으로 폐기물의 일종으로 분류되고 있고, 또 그 연장선상에서 처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저는 여기에 큰 잠재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 물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거죠.
빗물이 무척 흔하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여지를 간과하기 쉽지만, 그 양 자체가 엄청나다는 사실만으로도 빗물은 제대로 작동하는 도시경관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빗물이란 도시 환경에서 불변하는 하나의 요소이지 않습니까? 관점만 바꾸면 골칫덩이에서 여러가지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결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거지요. 저에게는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로 생각되었고, 이 일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반드시 내가 해내야 할 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빗물에 관련한 아이디어로 관심을 집중했고,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 조경이라는 영역을 탐색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그린스트리트(Green Street)와 그린인프라(Green Infrastructure)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A.
흠…좋은 질문이네요. 벤다이어그램으로 설명하자면, 서로 교집합인 부분도 있지만 아닌 부분도 있어서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포함하는 관계는 아닙니다. 그린스트리트란 기본적으로 공도(公道)에 위치하고, 교통국 관할인데, 지나치게 넓은 보행로나 과도한 폭으로 계획된 차도 또는 도로상에 큰 면적으로 사선이 칠해진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이렇게 제대로 이용되고 있지 못한 포장면 부분을 녹지로 바꾸자는 아이디어입니다. 대개 부정형으로 형성된 도로망에서 꺾이는 부분이나 양방통행이 일방통행으로 바뀌는 지점, 도로가 끝나는 지점 같은 곳에는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죽은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바로 이 공간을 활용하자는 것이 그린스트리트입니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포장면이 녹지로 바뀌었기 때문에, 물론 소극적 형태의 빗물저류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그린인프라의 한 요소로 이해되는 그린스트리트란, 보다 적극적인 빗물 저류 장치로서 일반적 그린스트리트보다 3~10배가량 많은 양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사질토양 지역에서는 특별히 많은 양의 빗물을 처리하도록 고안된 곳들이 있습니다. 빠르게 빗물을 흡수해서 하부로 침투시키고, 쇄석층이 자체 저류를 도와주는 방식입니다.
그린인프라는 또한 단순히 홍수저감을 위한 그린스트리트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타입의 기술들을 의미합니다. 가령 뉴욕시 환경국에서 표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공도 용지상의 생태수로 또한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린스트리트가 도로 상의 과도한 부분을 활용하거나 불합리한 도로 선형을 재정비해서 녹지를 확보하는 것이었다면, 그린인프라에서 말하는 공도 용지상의 생태수로란, 기존과 같은 면적의 가로수 식재구역을 이용하되 도로에 흐르는 빗물을 집수하여 식재면으로 유도함으로써 빗물을 저류하고 정화하는 장치를 말합니다. 이것이 그린인프라 사업의 주된 방식이고요, 다공질 투수 포장면이라든가 인조잔디 스포츠경기장 하부에 거대한 빗물 저류조의 건설 등도 포함됩니다.

 

Q.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경의 흐름이나, 공적공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저는 공적공간을 사용함에 있어 유연한 면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지나가다보면, 어떤 장소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나, 단일한 기능으로만 설계된 곳이 있습니다.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 우리는 이런 공간을 유지할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당신이 광장을 만든다면, 그 광장은 당연히 빗물을 다루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당신이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면, 당연히 방과 후에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곳이 되겠지만 이른 아침에 그곳을 걷는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에게도 역시 좋은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단일한 용도를 가지는 공간이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뉴욕에서 우리는 가진 돈을 쓰는데 보다 영리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엄청난 돈을 한 가지 활용도만을 지니고 있는 곳에 투자한다면, 당신은 그 돈을 낭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명권, 최이규  ·  (주)그룹한 어소시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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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park@group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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