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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시작

월간 환경과조경201310306l환경과조경

메마른 감성을 적셔줄 애니메이션이 얼마 전에 나왔다. 올 여름 개봉한 <언어의 정원>이다.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를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때문에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언어의 정원>은 15세의 다카오와 27세의 유키노가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알게 되고, 소통하면서 겪는 내면의 치유와 성장을 다룬 감성멜로이다. 이 작품이 이채로운 점은 ‘공원’과 ‘날씨’의 묘사이다. 주인공의 내면상태와 심리적 변화를 공원모습에 투영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여기에 빗줄기와 바람, 햇살이 곁들여지는 공원의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소통의 매개체, 공원

<언어의 정원>은 러닝타임의 반은 인물을, 나머지 반은 공원모습을 묘사하는데 쓰고 있다. 영화의 메시지를 공원의 모습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원의 풍경묘사에 무게를 둔 것이다. 등장인물의 내면이나 관계에 따라 가지각색의 공원 모습들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거나 늘어진 나뭇가지, 빗물이 물 위로 떨어지는 장면 등을 반복해서 노출시킨다. 공원의 모습만으로도 두 남녀가 얼마나 마음을 나누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영화는 마치 풍경사진이나 회화작품처럼 화면 자체로도 매우 아름답고 우아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줌아웃을 통해 공원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앵글은 인물에 고정한 상태에서 그 주변으로 시야를 확장시키며 최종적으로 인물이 있는 장소를 보여주는데, 마치 공원을 찍은 풍경사진의 한 점을 응시하다 점점 멀어지면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때 영화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구두디자이너를 꿈꾸는 고등학생 다카오는 비가 오는 날 오전에는 학교 수업을 빼먹고 도심에 있는 공원에서 구두 스케치를 한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유키노라는 여인을 공원에 서 알게 된다.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듯한 연상의 그녀와 다카오의 만남은 공원에서 계속 이어진다.

두 사람은 공원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처음 만났고 지속적으로 만남을 유지한다. 요즘, 만남의 장소로 애용하는 곳이 카페이다. 그러나 카페는 아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찾는 장소이다. 한 잔의 커피 값만 낸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각 테이블은 잠깐 동안 개인의 영역이 된다. 개인적 공간 내에 있는 이들끼리만 상호작용을 한다. 대부분의 다른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_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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