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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설계의 뉴패러다임(2)-공원과 정원 그리고 사랑

월간 환경과조경201311307l환경과조경

“예쁜 마음은 꽃가루 같아서 어디든 멀리 날아가 꽃을 피운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굿 닥터>에서 자폐증 의사의 대사다. 꽃을 비유로 하는 대사는 더욱 가슴을 울린다. 어릴 때에는 꽃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꽃을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그 꽃을 보기 위해 다음날이 기다려진다. 최근 정원에 대한 책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순천만에서 개최된 정원박람회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내 어릴 적 김용기 교수에게 배웠던 정원은 심신을 단련하는 구도의 장이었다. 교과서에 설명된 정원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곳에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garden = gan + oden’. 공원과 달리 정원의 성립요건에는 주인이 있다는 것이다. 공원이 공공성에 기인한다면 정원은 매우 사적인 장소이다. 어떻게 보면 공원이 시민시대에 태동된 유산인 반면 정원은 봉건시대의 유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다시 정원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최근 몇 개의 개인정원을 조성했다. 규모가 큰 것도 있었고 작은 것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1년 전쯤 이사한 전주 근처 시골의 내 정원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관계로 아주 소박한 정원을 꾸며야 했다.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제나라의 경공景公이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공자는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고 대답했다. 이는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다. 조경하는 사람이 정원을 조성하면 정원다워야 한다. 옛 정원이 아닌 시대 흐름에 맞는 정원이어야 한다. 공원과 정원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Step 1. 지붕 날리기와 공공선公共善

자연 속에 묻힌 집이었으면 했다.

건축설계를 보니 지붕이 삼각형으로 올라와 있었다. 삼각형 지붕… 대부분 그런 집을 짓는다. 옆 집 건축물도 삼각형이다. 삼각형 지붕이 올라온 집은 여름에 시원하다고 한다. 문제는 산이다. 모든 이웃들이 산을 바라보기를 원했다.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한 내 몸부림이었다. 결국 설계도면을 수정했다. 어디서나 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지붕을 털었다. 그 과정 속에 부모님을 설득하는 숙제가 생겼다. 어르신들은 지붕 없는 집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설득을 위해 기존 사례를 보여 드렸다. 인터넷, 그리고 답사… 결국 내가 생각한 것처럼 지붕은 삭제되었다.

진정한 대지예술은 자연이 지니고 있는 본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제거를 하고 보니 자연의 모습이 내 눈에 다가왔다.

김현욱  ·  (주)디자인그룹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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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h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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