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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혹은 우리가 만드는 풍경

월간 환경과조경201312308l환경과조경

무엇이 좋은 풍경인가? 혹은 나는 어떤 (조경)공간을 좋아하는가? 조경인에게나 비조경인에게나 난데없이 들리는 이 질문의 출발은 이러하다. 얼마 전 한 조경가는 현상설계공모나 턴키설계를 통한 경쟁때문에 발생하는 과한 조경에 대해 지적했다. 그가 얼마 전 답사한 정원은 주민들의 손으로 몇 년에 걸쳐서 조경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직접 심는 나무는 작고 볼품없지만 그 관련자들은 그러한 풍경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흔히 조경에는 완공이 없다고 한다. 살아있는 소재인 식물을 다루는데 생육조건을 제어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완성보다는 가꾸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시간과 함께 성숙해간다는 편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해진 일정에 맞춰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자면 무리한 이식을 하게 마련이다. 그 결과 준공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나가는 나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어린 나무를 심으면 소위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나무가 죽어나갈 줄 알지만 심을 수밖에 없는 조경가들은 자괴감 속에서도 그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산업의 관행이 그렇 게 형성되어 있고, 준공테이프를 끊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기대 또한 그러하기 때문이다.

조경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보잘것없지만 그 안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만족한다면 그것은 좋은 풍경일까? 최근 개발중심 도시만들기의 대안으로 거버넌스 혹은 커뮤니티 디자인 등이 논의되면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주체적인 활동이란 표현이 상투적으로 느껴질 만큼 여기저기서 도시공간을 만들고 가꾸는데 시민참여를 강조한다. 반면 실제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이론화하고 제도화하기에 충분한 경험이 쌓이지 않았다. 또한 그 결과보다는 과정의 가치에 충분히 공감하지 않는다면 시민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질이나 완성도에 대해서 쉽사리 수긍하기도 어렵다.어떤 풍경에 만족하느냐는 내가 그 경관에 얼마나 관여했는가, 바꾸어 말하면 내가 그 경관에 얼마나 애착을 형성했는가 혹은 내가 어떤 의미부여를 했는가, 와도 관계있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발표한 서울시 푸른도시선언에 따르면 공원은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공동체 회복의 장이다. 공원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그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며, 그 가운데 공동체가 형성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이 지면에서는 시민들이 좀더 많이 개입하여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두 공원혹은 정원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면에서 보면) 전문가의 힘을 빌릴 때보다 더 느리고, 덜 아름답지만 과정의 가치에 주목해 보자.

 

김정은 기자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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