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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포필리아 땅으로의 귀환

월간 환경과조경20141309l환경과조경

『Topophilia』의 저자인 이푸 투안(Yi-Fu Tuan) 교수는 1930년생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대학교(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부를 끝내고 처음에는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교 등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으나, 1968년 미네소타 대학교로 옮겨와 본격적 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17여년 동안 교수 생활을 한 뒤, 1985년 위스콘신 대학교(메디슨)로 옮겨 지금까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Topophilia』는 투안 교수가 미네소타대학교 재직 시절인 1974년 출판됐다. 저자의 같은 책 재판 서문에서도 언급되지만, 이 책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저자를 스타 교수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저자의 또 다른 역작으로 알려져 있는 『공간과 장소Space and Place』(1977)―이 책이 더 잘 쓰였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는『Topophilia』의 성공에 힘입어 입소문을 타고 같이 유명해진 책이다. 『Topophilia』와 『공간과 장소』, 이 두 권이 저자의 여러 저작 중 가장 잘 알려진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나는 이 책을 1982년 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황기원 교수의 수업에서 처음 접했다. 수업의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경관론 같은 내용이었을 것이다. 수업시간에 참고문헌으로 소개되었던 책이고, 몇몇 페이지가 꼭 읽어야 할 문헌목록에 있었다. 당시에는 1974년 출판된 초판의 복사본으로 공부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책은 1990년에 두 번째로 출간된 모닝사이드 출판본이다. 책의 제목인 ‘Topophilia’는 ‘topo’라는 단어와 ‘philia’라는 단어의 합성어이고, 투안 교수가 만든 조어다. 사전적 의미로 볼 때 그리스어인 ‘토포스topos’는 장소나 땅을 뜻하고 ‘필리아philia’는 역시 그리스어로 우정 또는 (수평적) 사랑을 의미한다. 합성된 두 단어의 어원적 의미만 본다면 토포

필리아는 장소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니 줄여 표현한다면 아마도 장소애(場所愛)라 번역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책 『건축의 바깥』을 쓸 때이 책을 소개하면서 토지애(土地愛)라는 번역을 택했다. 명확하게 명하기는 어렵지만 투안 교수가 책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전반적인 내용이 뭔가 더 큰 실체(entity)에 대한 것 같았다. 즉 장소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좀 더 넓고 깊은 영역의 공간, 즉 대지와 땅을 통칭할 수 있는 토지라는 어휘가 더 걸맞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진양교  ·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CA조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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