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은, 내 마음대로 말하자면 ‘생명의 이불’과도 같다.

자연은 그냥 원래 그대로도 좋지만, 사람의 손길이 담긴 조경이 되었을 때 진정 우리와 교감하는 존재가 된다. 자연 속에서 평범하게 존재하던 식물들이 조경가의 손길 속에서 특별해지고, 우리가 비로소 이들과 마음으로 연결되는 그 묘한 작용은 언제나 신비롭다. 자연은 조경이 되었을 때 우리 마음을 이불처럼 포근하게 덮어주며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소우주’란 아름다운 단어를 진정 실감하게 되는 것은 언제나 조경 속에서다. 인간이 자연에 시도한 새로운 질서가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면서 새로운 형태를 간직하게 되는 그 과정은 무한과 유한 사이의 무엇을 생각하게 만든다. 자연이 창조한 애초의 영역을 조경가는 어떻게 구획하고, 무엇을 덜어내며, 또 무엇을 더할 것인가. 전체는 어떻게 다양한 부분을 거느리게 되며, 부분은 어떻게 하나의 전체로 어우러질 것인가. 이 즐거운 퍼즐을 풀어내는 존재라는 점에서 조경가는 모두의 꿈이자, 아무 나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늘 변화하고, 그러면서도 항상성을 유지하는 창작물이라니!

그래서 정말 마음에 드는 조경 공간을 만나면 철마다 상쾌하게 바뀌는 이불속에 몸을 파묻는 아늑함을 느낀다. 커다란 조경 작품보다 작은 조경 공간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작고 섬세한 것들은 언제나 매력적이고, 작기에 더 아름답다.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커다란 조경이 완성되는 공간이라면 진정 위대한 조경일 것이다. 살면서 그런 공간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면 진정 행복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는 건축과 자연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그 사이에 조경이 있을 때 자연도, 건축도 진정한 존재감을 얻을 수 있고, 조경은 이 둘을 품으며 스스로 주인공이 된다. 조경 속에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새로운 느낌으로 충만해지고, 안식과 에너지를 함께 얻는다. 그 에너지처럼 우리에게 강하게 주입되는 생명력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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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호수를 깨뜨리는 도끼’같은 풍경

박성태(50), 정림건축문화재단 사무국장

겨울 등산 중에 길을 잃고 점점 으슥한 숲 속으로 들어갔던 적이 있다. 어두워지자 땅에 골을 파고, 텐트를 설치하고, 챙겨간 옷을 모두 껴입고 하룻밤을 지새웠다. 그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뭐가 나타날지 모른 채,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며 위험에 대비하고 있었다.

텐트 안 수은주는 영하 10도를 넘어서고, 밖은 하늘 가득 별들의 잔치 가득한, 그리고 놀라운 동틀 녘의 새벽 풍경. 몇 기의 무덤과 꽁꽁 얼어버린 작은 호수, 멀지 않게 둘러싼 포근하면서도 음산한 산자락… 그동안 내 삶에서는 한 번도 접할 수 없었던, 그래서 내 인식 체계 속 그 어떤 범주에도 들어있지 않던 풍경이었다.

도시에서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혹은 가드닝Gardening이 만드는 풍경은 ‘허파’라 불린다. 거리의 분주함에서 좀 떨어져 있는 평안함과 동일시하며, 도시의 황폐함에 맞서는 자연적 보루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 불현듯 만나는 불안한 풍경은, 오래전에 잊거나 잃어버린 근원적 풍경을 다시 살려낸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실제 존재하거나 혹은 마음속에 있는 풍경을 자신의 삶을 통해 그려왔다. “인왕제색도”를 그린 정선은 물론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등 화가는 물론이고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등의 설치미술가 그리고 소설가, 음악가까지. 이들은 이런 풍경을 통해 우리를 치유하고 영혼을 깨우고, 좀 더 넓은 세계로 안내했다.

컨베이어에서 만들어내는 비슷비슷한 건물과 공원으로 둘러싸인 대도시에서는 너무나 뻔한 일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내 내부에 얼어붙은 호수를 깨뜨리는 도끼” 같은 풍경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