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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그늘 아래에서

월간 환경과조경20141309l환경과조경

“그곳을 오래된 공원이라 부를 수 있을까. 대학로라는 이름이 쓰이기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제법 오래된 공원임에는 분명하지만, 지금 그곳은 한창 공사 중이다. 공원의 든든한 울타리이자 더없이 독특한 배경 역할을 해주었던 붉은 벽돌 건물은 예전 모습 그대로겠지만, 과연 공원의 구석구석이 어떻게 달라질지, 염려와 기대가 교차되는 순간이다.”

마로니에공원이 한창 공사 중이었을 때, 어느 대기업 사외보에 실었던 글의 첫머리다. 편집부에서 ‘오래된 공원’을 주제로 써달라는 주문을 했는데, 가장 먼저 마로니에공원이 떠올랐다. 공원이 만들어진 시기가 1975년경이니 탑골공원에 비하면 손자뻘의 젊은 공원이지만, 그곳의 주인공인 마로니에가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시절인 1929년 4월 5일부터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오래된 공원이란 수식이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마로니에공원은 개인적으로 오래된(?)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기억이 깃들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지금 한 이불을 덮고 있는 여인이 새파란 청춘이었던 시절, 그녀의 손을 꼭 쥐고 대학로 곳곳을 쏘다녔다. 바로 마로니에공원을 거점으로. 지금은 아르코예술극장으로 이름이 바뀐 문예회관의 붉은 벽돌 외피를 배경으로, 연두색 사파리를 입은 앳된 얼굴의 그녀가 뻥튀기를 들고 있는 사진은 지금도 가끔씩 들여다보는 다이어리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녀의 수줍음을 머금은 환한 웃음은 우리의 가장 빛나던 시절의 상징이었다. 마로니에공원은 적지 않은 이들에게 그러한 곳이 아니었을까.

남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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