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

단지화 전략과 도시 주거, 그리고 한국 사회

월간 환경과조경20142310l환경과조경

아파트가 한국 도시 주거의 대명사라는 것은 이제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파트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가 갖는 성격과 의미 역시 당연하고 명확해졌음을 뜻하는 것일까? 전체 국민의 60%가 아파트에 살고 있을 정도니 이제 누구나 아파트에 대해 알만큼은 알고 있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아직도 아파트에 대해서 더 알아야 하고 더 따져야 할 것이 남아 있을까? 하지만 이런 질문은 인간 사회와 생활의 공간적 속성에 관한 몰상식을 드러낼 뿐이다.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생활과 그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 구조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일상생활은 반드시 공간적 실행(spatial practice), 즉 ‘특정한 공간 형식 안에서의 규범화된 행위들’로 채워진다. 따라서 아파트가 늘어난다는 것,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공간적 실행이 변화하고 사회적 관계 구조 역시 변화함을 뜻하는 것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60%를 넘어선다는 것은 한국 사회 구성원들 하루하루 생활의 60% 이상이 아파트라는 공간 형식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얘기이고, 한국 사회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 구조가 아파트 속에서, 혹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개인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아파트가 당연시되는 지금 아파트 담론은 이제 한국 사회의 성격과 향방 조차를 물어야 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와 단지화 전략

우선 ‘아파트가 한국 도시 주거의 대명사’라는 당연해져 버린 명제, 그래서 아파트에 대한 모든 논의를 ‘아파트’라는 건축물 형식에 집중하는 상황을 바로잡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를 둘러싼 모든 현상과 문제의 주인공은 아파트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다. 아파트가 인기를 독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로 개발되었기 때문이고, 그 뒤에는 한국의 도시 공간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사정이 자리 잡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아닌 일반 주거지역의 상황을 생각해 보라. 모든 골목은 주차 전쟁터고 공원이나 놀이터를 찾기란 눈 씻고 덤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에 비한다면 아파트 단지는 별천지다. 주차장은 물론이고 놀이터와 녹지, 휴게 공간, 운동 공간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층 주거동 사이 넓은 외부 공간이 일반 주거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개방적 공간감에 대한 욕구를 달래주고 있다.

박인석  ·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다른기사 보기
관련키워드l아파트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환경과조경
  • 조경생태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