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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 #5 : 춤추는 창문의 착한 곡선

월간 환경과조경20142310l환경과조경

에른스트 크라머가 “시인의 정원”을 조성한 바로 그 이듬해인 1958년, 오스트리아 제카우라는 곳의 한 수도원에서 “건축의 합리성에 대한 곰팡이 성명서”를 발표한 기인이 한 사람 있었다.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1928~2000)라는 인물이었다. 그 역시 화가 출신으로서 1980년대부터 마치 동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건축물을 지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본명은 프리드리히 스토바서인데 빈의 미술대학 재학 시절 “평화가 흘러넘치는 백 개의 강”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개명했다. 미술대학 재학 시절이라고는 하나 단 삼 개월 만에 자퇴하고 긴 여행길에 올랐으니 대학물을 제대로 먹은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대학에서 별로 배울 것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학교를 떠난 그는 여러 해에 걸쳐 이탈리아, 프랑스, 모로코, 시칠리아 등 전 유럽을 여행했고 일본에서도 몇 해를 지냈으며 여행 중 그린 그림을 전시하여 일찌감치 화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1970년대에는 뉴질랜드까지 흘러가 수만 평에 달하는 계곡의 토지를 매입하여 자연 속에서 일하며 살아가겠다던 꿈을 현실화시켰다. 그가 직접 설계하여 지은 자신의 집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한 집광판으로부터 물레방아, 식물 정화조까지 완벽한 생태 건축이었으며 평지붕 위에 벼과식물로만 녹화를 하여 밖에서 보면 마치 움집과 같아 보였다.

“선사시대 이래로 우리 인간들은 자연을 노예로 삼아 갈아엎으며 땅을 죽였다. 이제는 우리가 자연에 진 빚을 갚아야 할 때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집을 지을 때 자연이 우리 머리 위에서 군림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녹색지붕에 대한 그의 해석이었다.

훈데르트바서는 방랑하는 네덜란드인과 같아서 뉴질랜드의 녹색 지붕 밑에 지긋이 정착해 살지는 않았으며 전세계를 누비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실현했다.

고정희  ·  칼 푀르스터 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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