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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재구성

월간 환경과조경20142310l환경과조경

2012년 11월, 방글라데시의 한 의류 공장 내부에서 불이 나 112명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곧이어 발생한 건물 붕괴 사고에서는 무려 9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확히 100년 전,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리니치빌리지에 위치한 애쉬Asch 빌딩은 1911년 트라이앵글 여성 셔츠 공장 화재로 인해, 146명의 유태계, 이탈리아계의 소녀 노동자들이 희생된 곳이다. 대부분 갓 이민 온 십대로, 영어에 능숙하지 못했고, 악명 높은 근로 조건에 시달리고 있었다. 애쉬 빌딩은 현재 뉴욕 대학교 캠퍼스의 일부인 브라운 빌딩Brown Building으로 계속 사용되고 있는데, 8층의 공장에서 화염을 이기지 못하고 투신하던 여성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히 남아있는 곳이다.

트라이앵글 화재 추모사업회The Remember the Triangle Fire Coalition는 희생자 유족의 자손들과 노동조합, 예술단체, 교육기관, 노동인권단체, 역사 보존 관련 학회, 학자, 시민 등이 힘을 합쳐 조직한 시민단체다. 추모사업회는 트라이앵글 화재를 알리고 교육하는 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의류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 탄압과 산업 안전사고에 대항한 연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추모사업회는 이 사건의 100주년을 기념하고, 현대 산재 방지 정책의 효시가 된 참사를 기리기 위해 공모전을 개최했다. 2단계에 걸친 국제 공모전을 통해, 30개국 176개 안 중에서 리처드 준 유Richard Joon Yoo와 어리 웨그먼Uri Wegman 팀의 작품 “하늘의 재구성Reframing the Sky”이 최종 선정되었다. 이번 공모전은 건물 입면을 통한 메모리얼 조성이라는 독특하고 난해한 과제를 제시하였는데, 당선작은 반사 소재를 통해 8층에서 질식해 산화한 어린 여공들이 염원했던 푸른 하늘을 담으려 했다. 본지에서는 현재 아티스트 사라 오펜하이머SarahOppenheimer 스튜디오에서 건축가로 일하고 있는 리처드 준 유를 만나보았다.


Q 개인적인 배경에 대해

A 한국인 부모님 슬하에서 태어나, 메릴랜드 주에서 자랐다. 아트인스티튜트 시카고에서 조각, 비디오, 문예창작을 공부한 후, Sci-Arc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고 뉴욕으로 왔다. 나의 가족은 내가 무엇을 하든 무조건 적극적으로 독려해주었다. 지금도 무척 감사해하는 부분이다. 사실 난 중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적도 있고, 고등학교도 중간에 그만두었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갔는데, 고등학교 때 배운 것을 반복하는 것 같아 금방 싫증이 났다. 두 번째 학기부터는 필수 과목이 아니라 듣고 싶은 수업만 듣다보니 예술과 이론 쪽 수업을 많이 수강하게 됐다. 지금도 그 질풍노도의 시기와 관련해서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Sci-Arc는 무척 재밌는 학교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것을 만들어내던 시기였다. 첫 번째 학기의 수업이 기억난다. 교수님이 나에게 가르치기 불가능한unteachable 학생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최이규  ·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뉴욕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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