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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조경을 넘어

월간 환경과조경20143311l환경과조경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조경 동네 거주자들이 체감하는 기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겨울이나 추위라고 은유하기보다는 불안감 또는 피로감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진단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의 문화적 수준은 이제야 비로소 조경을 초대하고 있는데, 정작 조경‘업’계는 위기를 겪고 있는 역설의 풍경! 제도권 조경은 경계를 지키느라 불안하고, 동시에 경계를 넓히느라 피로하다. 배타성을 전제로 한 경계 지키기와 넓히기는 밥그릇 싸움으로 흐른다.

landscape+. 『환경과조경』을 리뉴얼하면서 마지막까지 검토한 영문 제호였다. 랜드스케이프 플러스, 조경을 넘어! 유연한 포용과 자유로운 경계가 전제될 때, 조경의 사회적 가치가 성립할 수 있고 조경과 문화의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landscape+는 영역이나 업역의 경계보다는 가치의 경계가 중요함을 전하고자 하는 『환경과조경』의 비전이다. landscape+의 맥락 속에서 이번 호에는 “아시아 디자인 리포트: 프놈펜과 다낭”을 싣는다. 편집위원 김세훈 교수가 진행한 이 기획물은 “사회적 어바니즘social urbanism”의 시선으로 동남아시아의 도시들에 접근한다. 여기에 담긴 실천적 담론과 도전적 디자인은 아시아라는 지역성의 이슈뿐만 아니라 분야 간의 유연한 경계를 지향하는 융합적 가치

를 품고 있다. 이 기획은 또한 ‘해외 시장 개척’이나‘도시 수출’이라는 미명 하에 아시아의 도시들을 여전히 식민지로 여겨 온 도시·조경·건축 전문가들에 대한 일종의 비평으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작품과 비평”란에 담은 자리아드예Zaryadye 파크 공모전은 지난 연말 세계 조경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초대형 이벤트다. 1958년 이후 모스크바에 처음 조성될 도시 공원을 두고 지역적 정체성과 세계적 보편성이 경합한 양상을 흥미롭게 관전할 만하다. 이 공모전의 출품작들이 제기하고 있는 landscape+의 이슈는 비단 러시아의 도시 공원 설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모스크바의 상황에 서울의 현실을 어렵지 않게 투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배정한  ·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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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annpa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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