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

감성과 물성 사이

월간 환경과조경20143311l환경과조경

1 쌀 540g, 콩나물 데친 것 100g, 애호박 200g, 고사리 삶은 것 150g. 여기에 사골육수 800ml, 육회 150g, 미나리 데친 것 100g, 도라지 100g, 마른 표고버섯 물에 불린 것 10g, 무 채 썬 것 80g, 오이 채 썬 것 70g, 당근 채 썬 것 70g, 황포묵 150g, 달걀(황, 백지단 채) 400g, 다시마튀각 약간, 잣 약간, 식용유 약간, 찹쌀고추장 70g, 간장 5ml, 청주 5ml, 참기름 5ml, 다진 마늘 약간, 깨 약간, 설탕 약간, 소금 약간, 깨소금 약간, 고춧가루 약간, 다진 생강 약간. 대체로 세어보니 기본이 되는 쌀을 제외하더라도 14가지의 주재료와 14가지의 부재료를 합해서 모두 28가지의 재료를 동원해야 맛있는 육회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물론 레시피는 재료들의 나열 뿐 아니라, 이것들을 어떤 순서에 의해서 어떤 조리 방법으로 요리해야 하는지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맛집 평가는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으로 판가름 난다. 최고점인 별점 3개를 받은 식당은 반드시 찾아가서라도 먹어 보아야 할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라고 한다. 평가는 단순히 음식 맛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격, 분위기, 서비스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그렇더라도 음식 맛이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일 것은 당연지사다. 음식이라 함은 궁극적으로 맛있어야하니까. 그래야 먹는 사람이 감동하니까.


2 맛을 느낀다는 것은 음식을 구성하는 재료들의 물성物性을 신체의 여러 감각을 통해 인지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식감이라고 표현하는 말은 음식을 먹을 때 입에서 느껴지는 감촉을 의미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보면 식재료의 물성이 혀와 치아, 구강 근육의 운동 작용과 맞닿으면서 느껴지는 감촉을 말한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맛을 느끼는 과정은 좀 더 복잡하고 난해하다. 요리를 만드는 소리를 귀로 듣는다. 분주하게 차려지는 식탁의 정겨운 장면을 눈으로 본다. 오늘의 메인 메뉴를 냄새를 통해 미리 감지한다. 세심한 테이블 세팅이 돋보이고, 로맨틱한 음악이 적절한 음량으로 공간을 타고 흐른다. 마침내 식탁에 둘러앉아 알맞은 온도를 유지한 맛있는 음식을 입안으로 이동시킨다. 비로소 식감이 감지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온전히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음식이나 재료에 대한 선험적인 혹은 문화적인 의식들이 최종적으로 맛을 평가할 때 결정적인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의식이 감각을 지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 _ 박승진  ·  
다른기사 보기
관련키워드l그들이 설계하는 법

기획특집·연재기사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환경과조경
  • 조경생태시공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