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시율 100% 도시를 보고 싶다

[조경명사특강] 임승빈 교수의 도시사용설명서_16회
라펜트l기사입력2014-04-03

 

도시의 과밀화, 인공화는 녹지의 감소 및 부족을 초래하여 현대도시는 ‘철과 유리, 그리고 콘크리트의 정글’로 불리워지고 있다. 나무 심을 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대도시에서는 도시녹화 최후의 수단으로 건물자체를 녹화하는 방법이 활성화되고 있다.


현대도시에서 공원, 하천 등 녹화 가능한 자연지반은 이미 대부분 녹화되었고 이제 남은 곳은 건물과 도로뿐이다. 꽃과 나무를 더 심을 곳이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으나 건물의 옥상과 벽면, 그리고 도로변, 고가도로 아래 등 녹화가능한 곳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중에 건물 옥상은 일조가 양호하여 식물생장에 유리하며, 건물입주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녹지 활용도가 높아 도시에서 녹지 증가를 위한 잠재력이 매우 높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옥상녹화는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는 기존 주택가에서 옥상을 텃밭으로 이용하거나 혹은 화분을 놓아 녹화하고 있는 것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녹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옥상녹화는 도시인들의 녹화본능을 최대한 만족시켜주며 동시에 주거환경을 친환경적으로 가꾸는 방법이다.




방배동 주택가 _ 주택가 옥상의 화분(좌) 혹은 텃밭(좌)은 도시인의 녹화본능을 말해주고 있다.


이에 더하여 옥상녹화는 불투수면을 녹화함으로써 빗물이 일정기간 토양과 식물에 머무르게 하여 홍수위험을 완화하며, 미기후를 조절하고 실내 냉난방 에너지비용을 줄이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능력을 높여준다. 따라서 옥상녹화는 먹거리생산-빗물활용-에너지보존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일석삼조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녹화를 통해 다양한 인간활동이 쾌적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점이다.


사무용 건물에서는 옥상이 직장인들의 휴식과 명상, 담소공간으로 이용된다. 여기에는 녹화와 함께 벤치와 파고라, 경우에 따라서는 가벼운 운동기구도 배치한다. 옥상은 주변 건물의 그림자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밝은 공간이 조성되며, 무엇보다도 시야가 개방되어 주변 산과 구릉지경관을 막힘이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즉 옥상 바깥의 경치를 빌려오는 차경효과를 최대한 도입할 수 있다. 또한 저층부 옥상을 녹화하면 인근 고층 거주자들이 내려다보며 녹색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업무능율 향상에도 기여하게 된다.
  
강원 도청건물 옥상(좌) _ 직원들의 휴게를 위한 벤치와 파고라가 있으며 주변 구릉지 경치를 끌어들이는 차경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부암동 서울미술관 옥상(우) _ 석파정이 위치한 인왕산 자락에서 원경으로 보이는 북악산을 옥상정원의 배경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_ 대학 캠퍼스로서는 최초의 옥상녹화 시도였으며, 두 개의 고층 연구동을 저층부에서 옥상녹화로 연결하여 미기후를 조절하고 대학구성원들이 연구실에서 내려다보며 푸르름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상업용 대형 건물의 경우는 옥상을 녹화하고 다양한 기능을 수용하여 고객들을 위한 야외 복합문화공간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백화점은 많은 고객을 동시에 수용하지만 상품진열을 주로 하는 건물의 특성상 오픈스페이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넓은 옥상을 녹화하여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매출을 늘리는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_ 상품이 진열된 답답한 실내에서 옥상에 오르면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 복합공간을 만나게 된다.



옥상에서 다양한 자연 및 문화체험이 가능하다 _ 시티팜에서 채소 재배와 더불어 꽃과 열매를 감상할 수 있으며, 생태연못에서 오리를 관찰하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다.


최근에 지어지는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 대부분은 지하에 주차장을 두고 지상은 녹화하여 주민들의 휴게 및 커뮤니티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상에서 차량이 사라지고 보행자 전용의 녹지공간이 만들어져 아파트공간이 한 단계 진화되고 쾌적성이 향상되었다. 이때 녹화되는 지상부는 주차장 지붕콘크리트위에 조성되므로 옥상녹화의 새로운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부천 대우 푸르지오(좌) _ 지상부의 넓은 녹지는 지하 주차장위에 조성된 옥상녹화의 새로운 유형이다.
김포 한강 자연&힐스테이트(우) _ 중앙녹지는 지하주차장 상부에 조성되었으며, 모든 주동의 옥상에 녹화를 하였다. 대규모 단지에서 주동 옥상 전체에 녹화를 시도한 최초의 사례이다.



이천 마이다스CC _ 클럽하우스 건물 벽면(좌)과 옥상(우)을 전면적으로 녹화한 최초의 사례이며 골프장주변의 자연경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건물이다.


옥상녹화의 또 다른 유형으로 사면녹화가 있다. 경사지붕이나 계단 옆을 녹화하는 것으로 수평인 곳을 녹화하기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경사진 곳에서는 토양이 흘러내리기 쉽고 급배수도 어려워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저관리형으로 시공하여 주로 잔디, 새덤 등 지피류 위주로 식재하며, 관목과 교목 등은 도입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사면녹화 _ 부천대우 푸르지오(좌), 국립디지털도서관(우)



프랑스 파리의 체육관 건물 녹화 _ 잔디를 외벽 마감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까 아크로스퀘어 옥상정원 _ 옥외계단으로 연결된 각층 테라스를 녹화하여 건물 전체가 마치 작은 산처럼 보인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보봉 주거단지 _ 독일의 환경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건물 지붕, 벽면, 계단 등 모든 곳을 녹화하여 골목길에서 녹시율이 거의 100%에 달하고 있다.


옥상녹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녹화된 옥상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개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로에서는 옥상정원이 있는지 알 수 없어 건물의 거주자들만이 주로 이용하게 되는데 건물 입구에 안내판을 설치하여 외부 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시에서 지원을 받아 조성한 경우, 또는 공공건물인 경우에는 이를 필수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옥상정원 안내판 _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가로에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에서 녹지를 확대할 수 있는 최후의 대상지인 옥상에 대한 녹화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친환경적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 과제이다. 식재 가능한 토지가 고갈된 도시에서 이제는 인공물, 특히 건물의 녹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건물의 옥상뿐 아니라 벽면, 사면을 녹화하면 보행자 시야 전부가 녹색으로 보이는 녹시율 100%의 도시를 만들 수 있다. 녹시율 높은 도시는 도시인의 녹화 본능에 부응하며 자연성의 향상,  도시인의 정서함양 등을 통해 녹색이상도시인 그린유토피아를 달성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온통 녹색으로 뒤덮인 가로를 보고 싶다.
건물녹화를 통하여 녹시율 100%인 그린유토피아를 만들자!

연재필자_임승빈 명예교수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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