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그린 유토피아를 그린다

임승빈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이사장
라펜트l기사입력2015-06-14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Series No.1

 

그린 유토피아(Green Utopia)를 그린다

 



임승빈 이사장((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서울대 명예교수)

 

그린유토피아는 녹색이 충만한 이상적 도시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갈수록 개발밀도가 높아져 삭막한 콘크리트 사막으로 바뀌며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탈 자연이 아닌, 친 자연의 삶터를 그린유토피아라 할 수 있다.

 

유토피아는 그리스어의 ou(없다)와 topos(장소)의 합성어로서 No Place (Nowhere), 즉 아무 곳에도 없는 나라(도시)라는 뜻을 지니는데, 현세적 어려움이 사라진 모두가 행복한 이상도시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1516년 토마스 모어가 저술한 ‘유토피아’는 당시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파생된 노동자계층의 빈곤과 불평등, 그리고 영국의 정치, 경제 모순을 풍자하고 비판하면서 상상속의 섬에 위치한 이상적 도시사회(국가)를 그려낸 책이다. 이후 유토피아는 책 이름이라기보다는 이상적 도시 혹은 삶터의 대명사로 쓰여져왔다.

 

동양에서는 유토피아가 출간되기 훨씬 이전 AD400년경 도연명이 저술한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무릉도원(武陵桃源)에 관한 기술이 나온다. 무릉도원은 당시의 전란과 폭정에 시달리는 백성이 그리는 복숭아꽃이 핀 평화로운 마을로 묘사되고 있다. 이후 1600년경 조선에서는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에 율도국(栗島國)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적서(嫡庶)의 차별이나 탐관오리의 횡포가 없는 이상사회로 그려지고 있다.

 

구릉 녹지는 도시그린인프라 구축의 핵심이 된다:
석파정이 위치한 부암동 서울미술관 옥상정원에서 배경으로 보이는 북악산

 
이와 같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상사회에 대한 열망이 이어지고 있는데, 시대와 지역이 지닌 고유의 정치·사회적 문제를 극복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는 절대 불변의 영원한 유토피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부합되는 유토피아를 찾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우리나라 도시의 문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고밀도 개발이 불가피하며, 고밀도 도시에서는 환경문제 해결이 급선무이다.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로 인해 우면산 산사태와 같은 돌발적 기상재해가 발생하고, 황사와 미세먼지 등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지구적(地球的) 문제에 대응함과 더불어 한정된 지구자원과 국토자원을 후속세대와 함께 평등하게 나누어 쓸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행복한 이상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소득을 높이고 녹색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층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즉 위화감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그린유토피아란 시민 모두가 평등하게 건강하고 쾌적한 자연 및 녹색환경을 향유할 수 있는, 소외계층을 위한 녹색나눔이 활발한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녹시율 100% 그린생활환경 만들기:
일본 후쿠오까 아크로스퀘어 건물 전체가 작은 산처럼 보이는 옥상정원(상)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보봉 주거단지 골목길 녹화(좌)
서울시 신청사의 국내 최대 규모 실내 벽면녹화(우)

 

그린유토피아 구현을 위해서는 거시적 관점에서 도시녹지의 뼈대 구축을 위한 그린인프라(green infrastructure) 체계의 확립, 그리고 미시적 관점에서 보행자 눈높이로 지각되는 녹시율 100%의 그린생활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녹시율 높은 도시는 도시인의 녹화 본능에 부응하며 자연성의 향상, 도시인의 정서함양 등에 기여함으로써 녹색이상도시인 그린유토피아 달성을 위한 필수적 사항이다.

 

현재의 도시개발은 도로, 교량 등 그레이 인프라(grey infrastructure), 그리고 단기적 경제 효율성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그린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갖추는 장기적 안목의 도시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그린인프라 구축은 도시의 기본을 충실히 갖추는 작업이다. 그린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면 도시환경 개선뿐 아니라 화재, 산사태 등 대형 도시재난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도시형 세월호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우면산 산사태에서 이를 경험한바 있다.

 

통일된 한반도에서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 국가그린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녹시율 100%의 그린생활환경 조성을 통하여 그린유토피아를 구현하고 남북한 주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라펜트는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과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를 매달 1회씩 게재하고자 합니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경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논의의 장으로서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함께 연재가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7월 필자는 이유직 교수(부산대) 입니다.

글·사진_임승빈 이사장 · 환경조경나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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