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 조경학과

“친환경적이고 정교한 단지설계를 위한 ‘단지공학’이 차별화”
라펜트l기사입력2015-07-02

 

우창호 학과장(목포대 조경학과)

목포대 조경학과는?

목포대학교 조경학과는 1981년 호남지역에서 최초로 신설되어 2011년 30주년을 맞이했으며, 올해로 34년이 되는, 목포대학교 내에서는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진 학과중의 하나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많은 우수한 동문들을 배출하여 사회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2015년 현재 전임교수 5명(신임교수 1명 공채 진행 중) 시간강사 5명이며, 학부재학생 총 143명이다. 1989년 석사과정이 개설되었고 2015년 현재 일반대학원 7명, 산업기술대학원 4명이 재학 중에 있다. 


학과만의 차별화된 커리큘럼이 있다면?

목포대학교 조경학과는 지방대학으로서 특성화의 목표를 졸업생들의 취업률 향상에 두고, 그 일환으로 한국에서 최고로 표현기법에 능한 조경가를 배출하고자, 2014년 획기적으로 교과과정을 개편하였다.

조경관련 업계에서 졸업생들을 채용할 때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학창시절 Portfolio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조경표현기법(Free Hand), 컴퓨터응용기법1(CAD), 컴퓨터응용기법2(Photoshop, SketchUp), 컴퓨터응용기법3(3ds Max), 판넬제작 등의 교과목을 만들었고, 현재 본 과목들을 전담할 신임교수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 교과과정이 개편 된지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효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래 작품을 보면 동일한 설계안이 표현기법의 차이에 따라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판넬 1은 2014년 6월에 전시한 4학년 졸업 작품이고, 판넬 2는 같은 졸업 작품안을 2014년 10월 호남조경대전에 출품하기 위하여 수정하여 다시 만든 것이다. 수정본은 2014년 목포대학교 공과대학 Capstone Design Festival에 출품된 54개 작품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판넬1, 판넬2

아래 그림은 3학년 단지계획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3ds Max를 사용하여 만든 투시도들이다. 학부 3학년에서 이 정도의 설계와 표현능력을 갖고 있는 학생이라면 취업할 확률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목포대학교 조경학과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커리큘럼이 있다면 단지공학(Site Engineering)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종류의 개발이든지 우선 단지를 계획하고 그것에 따라 진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단지개발이 주로 건축이나 토목분야 전문가들의 주도로 많이 이루어져 왔는데, 인간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여 접근하는 경향을 보였다. 생태환경을 무시한 개발은 환경파괴 등 악영향을 주고, 결국 그 영향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런 까닭으로 20세기 초 미국에서 근대 조경학이라는 학문이 시작되었으며, Ian McHarg는 Design with Nature를 주장하였다. 미국에서는 조경가들을 Landscape Architects 또는 Land Planners라 부르며 실제로 그들은 여러 가지 형태의 단지계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까지 조경가의 주된 영역인 단지계획을 토목이나 건축가들이 주도하여 왔다. 그 이유는 대학에서 조경학의 학문적 시작이 그들보다 늦다는 것과, 실제로 단지를 계획할 때 꼭 필요한 단지공학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한 것도 그 한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우리 조상들은 주위 생활환경을 꾸밀 때 자(30㎝ 단위)로 재어가면서 공간을 조성하였다. 현재의 우리는 어떤 project를 수행할 때 Base Map이 되는 지형도는 등고선 1m 간격의 지형도에다 설계하는 것이 그런대로 정교한 설계를 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단지를 설계할 때 feet(약 30cm)단위의 지형도를 사용하여 우리보다 3배 정도 더 정밀한 지형설계를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보다 정교하고 질 높은 설계를 하기 위하여 더 정밀한 지형도를 사용하여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할 때 대지를 macro하게 다루는 토목가들과 비교하여 더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된다.

친환경적이고 정교한 단지설계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단지공학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대상지역의 지형도를 보고 3차원적으로 감각을 익히는 방법
2. 복잡한 지형도에서 한 지점에 대한 수계(Watershed Line)를 찾는 방법
3. 지형도에다 각종 시설 배치를 위한 노단(Terrace)을 조성하고, 노단 조성에 따른 부지의 지형 변화가 생길 때, 변경되는 지형과 기존 지형의 등고선을 연결 처리하는 방법
        (1) 기존의 지형보다 높게 성토하여 노단을 조성하는 방법
        (2) 기존의 지형보다 낮게 절토하여 노단을 조성하는 방법
        (3) 한 부분은 성토하고 다른 한 부분은 절토하여 노단을 조성하는 방법
        (4) 노단주위의 배수를 위한 도랑을 조성하는 방법
4. 지형도에 동선(Road)을 배치하고 그에 따른 지형변화에 따른 등고선을 처리하는 방법
5. 정지작업시 발생되는 성토량과 절토량을 계산하는 방법
        (1) Parallel Plane Method
        (2) Contour Plane Method
        (3) Cross Section Method
        (4) Grid Method
6. 단지개발시 지형과 지표면 Cover Factor의 변화로 강우시 유수량 증가를 예상할 수 있는데, 그에 따른 단지 내에서의 배수계획이 필요하다
        (1) 배수계획에 필요한 지표면의 첨두유출량을 계산하는 방법
        (2) 표면유수를 처리하기 위한 지상배수로를 설계하는 방법
        (3) 지하 배수관(Culvert)을 설계하는 방법
7. 도로 설계시 설계속도를 고려한 수평노선(Horizontal Curve)과 수직노선(Vertical Curve)을 설정하는 방법

*단지공학에 대한 내용은 환경과조경에서 발행된 에코스케이프(구 조경생태시공)  2005년 7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12차례에 걸쳐 게재되어 있다. 

교직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목포대학교 조경학과 졸업생 중에 사법고시를 합격한 동문이 있다. 1999년에 졸업하여 현재 광주광역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상훈이다. 1997년에 군대에서 복학한 후 학교를 다닐 때 개인적으로 찾아와 “교수님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혹시 수업에 한번 씩 빠지더라도 좀 봐 주십시오”라 말했던 제자다.

사법고시를 패스한다는 것에 큰 신뢰는 가지 않았지만 목표의식이 엿보여 허락을 했다. 그런데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법고시에 합격하였다고 찾아온 것이다. “자네가 사법시험시험 준비한다고 할 때, 수업 빠지려고 일부러 그러는가 의심도 했는데 진짜로 붙어버렸네”하는 말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셨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제부터 造景學科를 造法學科로 명칭 변경을 해야 되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평소에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간혹 하는 말이 있다. 조경학과를 다닌다고 하여 졸업 후 꼭 조경과 관련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성에 안 맞으면 전과를 해도 되고 아니면 졸업 후 다른 분야로 가서 일해도 괜찮다. 그렇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목표의식 없이 아무런 생각이 없으면 안 된다. 목표의식이 뚜렷하다고 판단되면 수업에 간혹 빠지더라도 봐 주는 편이다.


교육자로서 조경학과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얼마 전 스승의 날 행사 때 학과대표가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는 요구에 ‘형식적으로 말할까? 아니면 제대로 말할까?’ 하고 물어보았다. 제대로 말해달라는 부탁에 대학교와 대학원 재학시 은사님이시고 석사과정 지도교수이셨던 정현배 선생님이, 미국 조지아대학교 조경학과 대학원 유학시절 1987년 연초, 몇 년 동안 찾아뵙지 못해 대신 보내드렸던 연하장을 받으시고 직접 쓰서 보내주셨던 學海無邊苦作舟(배움의 바다는 끝이 없지만 쓰라림이 바다를 건널 배를 만든다)라는 글귀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 글을 받았던 30대에는 學의 의미를 단순히 전공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 들였지만, 세월이 흘러 은사님도 돌아가시고 나이가 드니 그 글귀에서 學과 苦가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學은 늙어 죽는 순간까지 배우는 것이고, 苦는 죽을 때까지 나의 本性과의 싸움이라는 것.

인간은 식욕과 성욕의 동물적 본능 이외에 재물, 권력, 명예 등을 추구하는 본능을 누구나 갖고 있다. 앞으로 여러분이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 자기의 본성과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인데, 그 순간 자기의 욕심만을 생각하는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힘들고 자기가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생각하는 편에 설 것인가. 자기를 희생하는 것은 많은 인내와 고통이 따른다.

세상적인 지식 이전에 바른 성품을 가져야 한다. 바른 성품을 갖지 못한 사람의 지식은 때로는 남에게 해가 될 수 있다. 바른 성품을 갖지 못한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큰 권한을 갖게 되면 그것을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행사하기 때문에 남에게 폐가 된다.

나 역시 말은 이렇게 고상하고 쉽게 이야기 하지만 때로는 잘못을 저지른다. 그렇지만 사람에게는 양심이 있기 때문에 잘못을 하면 깨달을 수 있다. 이때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자기 통제가 필요하다. 자기 자신부터 좋은 방향으로 바뀔 때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개혁은 남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대학시절 은사님은 수업시간에 우리가 듣기에는 잔소리 같은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핵심은 바르게 살라는 것이었다. 물론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여 유능한 조경가도 되어야겠지만, 살면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라 생각한다.




조경인들에게 한 마디.

조경학의 근본 배경인 친환경적인 설계란 생태계의 주된 구성요소인 Biosphere, Lithosphere, Hydrosphere, Atmosphere를 고려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동안 조경설계에서 행해왔던 ‘생태조경, 생태체험공간’에 대해 생태전공자나 환경전문가들은 “그것은 아니다”라는 비평을 많이 해왔다. 때로는 그것이 우리 조경가들의 자질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19세기까지 조경학의 주된 대상이 정원이었다면, 이후 근대조경학은 도시화 진전에 따른 개발의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조경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설계는 자연환경적인 요소의 철저한 분석과 그에 따른 기법에 의해 친환경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과연 ‘생태조경설계’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한번 생각하여 볼 문제인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설계해 왔던 것은 생태환경을 무시한 설계였고, 이제 생태환경을 고려한 설계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져 무조건 ‘생태’를 붙이면 상업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특히 대학에서 조경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생태조경’이란 말의 사용은 신중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생태조경설계 용어의 남용은 배우는 학생들이 조경학이라는 학문의 근본배경에 대해 잘못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유학당시 한국에서 조경학을 전공하지 않아 학부와 대학원 과정의 Course Work를 거의 마치고 MLA 논문의 Proposal을 하기 위하여 세미나 과목을 들을 때의 일이다. 미학에 관심이 있어 그 당시 한국 조경학회에서 시작되었던 미의 정량적 분석을 한국 조경학회지에서 보고 그 접근을 세미나 시간에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 유명한 Landscape Journal의 편집장이었던 Darrel Morrison 교수는 “미를 어떻게 몇 가지 요인으로 분석하는가?”라며, 미국인 교수들이 학생들이 발표하면 거의 쓰지 않는 “그 접근은 회의적”이라는 표현을 썼었다.

미에 관한 정성적 접근 논문을 쓰려니 영어실력의 한계를 느껴, 나 같은 외국인이 수학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지공학을 이용한 저류지에 관한 논문을 Bruce K. Ferguson 교수의 지도하에 마쳤다.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한국에서는 미의 정량적 분석을 통한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지만 정량적 접근 같이 많은 논문을 쓰기가 어렵고 힘들지만 미의 정성적 접근을 통하여 열심히 연구한 한국 조경가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분들의 좋은 논문이나 저서들을 나 역시 감사히 잘 봐 왔다. 

조경학이라는 학문이 대학에서 생긴지 40여년이 지나고, 이제 국민소득도 많이 향상되어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삶의 질은 환경의 질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조경학을 제대로 공부하여 그 지식을 실제 적용한다면 조경인의 앞날은 매우 밝다고 생각된다. 현재 건설경기가 다소 위축되어 힘들지만, 최근 들어 느끼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능하고 실력 있는 젊은 조경가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조경을 ‘희망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다.



졸업작품발표


2015 야외교육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관련키워드l우창호, 목포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