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오래된 공원의 미래: 그린인프라에서 멀티인프라로

변재상 신구대학교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7-04-18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Series No.23



오래된 공원의 미래: 그린인프라에서 멀티인프라로




변재상 신구대학교 교수

 


자원과 유저를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 공유경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는 한번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수가 이용하는 협력적인 새로운 소비 형태를 설명하며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단어를 처음 개념화하였다. 공유경제는 특정 재화나 서비스를 개인적으로 소유하지 않고, 서로 대여해 주거나 빌려서 함께 쓰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소유경제가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개인들의 소유를 바탕으로 구매와 교환이 이루어졌다면, 공유경제는 소유가 아닌 공유에 의해 재화나 서비스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공유경제의 대상은 기존 소유경제의 객체 즉, 책, 옷, 휴대폰, 공간 등 모든 형태의 재화와 서비스가 대상이 된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이러한 공유경제의 객체 중 ‘공간(space)’을 공유하여 크게 성공한 사례이다. 우버는 교통수단을 매개로 한 공유경제 서비스 기업이고, 내가 원하는 지역에서 필요한 시간만큼만 차량을 빌려 사용하는 쏘카, 모바일을 통해 주차공간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모두의 주차장, 넓은 공간을 빌려서 소규모 사무실로 나누고 공유하는 마이워크스페이스 등 굉장히 다양한 공유경제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공유경제 비즈니스는 사용빈도가 낮은 자원과 유저를 연결하는, 경계없는 플랫폼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으로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성장이 가능했다.

도시 내 공유경제의 시작, 도시공원

18세기 영국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도시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어 노동자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이시기(1833~1843)에 영국의회에서는 상하수도와 공공공원을 조성하는 것에 세금 이용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킨다.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 따라 1843년 버큰헤드 공원(Birkenhead Park)이 조성되었다. 귀족 중심의 소유형 정원에서, 도시민들이 점유하고 공유하는 공공의 공원으로 발전한 것이다. 공원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공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 및 서비스들이 공유되어, 의미 있는 도시공간의 생활 플랫폼이 탄생했다. 도시 노동자들이 처한 위기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탄생한 도시공원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등장한 공유경제의 시작과 유사한 태생적 기원을 지닌다.


도시 내 공유경제의 시작, 버큰헤드 공원 설계안과 현황 ⓒGoogle

도시민과 도시공간의 연결 플랫폼, 도시공원

잠시 휴식공간으로만 사용되던 공원이 도시인들과 공유플랫폼으로 연결되는 순간 공원이 가지는 잠재력은 폭발한다. 마치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수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과 같이 공유 플랫폼으로서의 공원 역시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을 제공해 줄 것이다. 공유경제는 소유가 아닌 나눔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공원의 단순한‘점유’가 아닌 공원이라는 물리적 재화와 공원의 잠재적 서비스 프로그램의 합리적 ‘공유’를 통해 혜택은 구체화되고 실현 가능해진다.


경의선숲길공원/경계가 사라진 경의선 숲길 공원은 공유경제의 새로운 생활 플랫폼이 되고 있다. Ⓒ변재상

도시 공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도시공원

센트럴파크는 공원이 조성된 이래로 150여 년동안 기업의 각종 이벤트 및 다양한 활동의 장으로 활용되어 2007년 기점으로 3억9,50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내었으며, 3,78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였다. 도시 공간 내 또 다른 경제 플랫폼이 되고 있다. 뉴욕 재정관리부(New York City Department of Finance)는 센트럴 파크 북부의 경우 부동산 가치 상승률은 1997년에서 2007년사이 맨해튼 전체 부동산 가치 상승률의 2배가 넘는 115%를 기록했다고 전한다. 경제 플랫폼인 공원이 만들어낸 효과이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세계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뉴욕경제개발공사(New York City Economic Development Corporation)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11년 사이하이라인에 인접한 부동산 가치는 103% 상승하였으며, 당시의 극심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하이라인 주변에는 부동산 개발과 관련하여 20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서울에서도 청계천 복원 공사 후 새롭게 조성된 선형 공원을 중심으로 보행의 흐름이 집중되어 청계천과 인근 지역의 활성화와 함께 지가 상승이 이어졌다. 2003년 4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청계천 조성 이후 주변상권의 임대료는 평균 13%, 주변 지가의 경우 35~80% 상승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경제적 가치는 없을까? 공원에서의 원활한 활동이 보장되어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건강증진을 통한 보험료나 기타 의료비 지출이 줄어든다. 또한 도시의 열섬 현상을 막아주고 지구온난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냉난방비 등에 소모되는 에너지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공원주변 경관가치의 향상은 많은 방문객들을 불러 모아 지역의 관광수익 증대에도 기여한다. 지역 주민들은 동네의 공원을 소비함으로써,경치 좋은 곳을 번거롭게 찾아가는 불필요한 이동이나 경비지출을 줄일 수 있다.

그린인프라에서 경계가 없는 멀티인프라로

삶의 질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공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한 Green Infrastructure로 머물러서는 지금처럼 행정적 우선순위에서 언제나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적극적인 공원의 역할 부여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경제적인 구조도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면 삼성공원, LG공원, 현대공원과 같이 기업 홍보를 위한 마케팅 플랫폼이 되어 기업의 이미지 개선 등 시민들과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나아가 건강을 위한 플랫폼(Health Infrastructure)이고, 도시생태계 보전을 위한 플랫폼(Eco. Infrastructure)이고, 교육적 가치가 실현되는 플랫폼(Edu. Infrastructure)이고, 지역 경관을 주도하는 플랫폼(Landscape Infrastructure)이고, 도시 기후 조절을 위한 플랫폼(Climate Infrastructure)이고, 도시 내 문화창조의 플랫폼(Culture Infrastructure)이어야 한다. 도시 생활의 시작과 끝이 공원이 될 수 있다. 모든 연령층의 공유공간이 된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파크(kids park), 청소년들을 위한 플레이파크(play park), 젊은 청년들을 위한 어드벤쳐파크(adventure park), 중년들을 위한 커뮤니티파크(community park), 노인들을 위한 헬스파크(health park) 등등..... 활용은 다양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보다 재미있는 멀티플렉스 파크가 된다. 공원은 시간이 나서 찾아오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곳이 된다. 산책만 하는 곳이 아니라, 일도 하고, 교육도 받고, 건강을 관리하고, 음악도 듣고, 만남도 가지고, 식사도 하고..... 여가를 보내기 위한 노인들이 워킹맘의 아이와 놀아주기도 하는 공유 공간, 미래의 도시공원이 그려진다. 스트레스에 대한 처방전으로 “3일간 점심 식후에 공원 산책 30분씩”이라는 처방으로 공원은 도시생활의 필수공간이 된다. 어쩌면 옴스테드가 오래전부터 그린 공원의 모습은 도시 활동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공유 플랫폼이 아니었을까? 자의적으로 해석된 기존 공원의 물리적, 그리고 사회적, 형식적, 개념적 경계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이다.


라펜트는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과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를 매달 1회씩 게재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경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논의의 장으로서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함께 연재가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5월 필자는 조영철 GS건설 부장입니다.

글_변재상 · 신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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