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간 협의없는 ‘세월호 추모공원’ 이대로 괜찮은가?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17-06-04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반대 시위와 거센 몸싸움이 오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안산에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공원조성이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간의 찬반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안산의제21 주관으로 지난 2일 경기도미술관 대강당에서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심포지엄은 416안전공원을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양상을 진단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416안전공원의 발향을 설정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416안전공원 조성을 반대하는 대책위 주민들로 인해 시작부터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행사장 안에는 '안산시민은 화랑유원지 추모공원을 반대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설치되는가 하면, '납골당은 안산시청 시장실로'라고 적힌 펼침막을 든 주민들이 단상 위로 올라가 거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고성이 오가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반대위 주민들의 입장을 들어보니, "안산시청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전했는데도 불구하고, 안산시는 주민들과 협의 없이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늘 행사가 열린다는 것도 사전에 들은 바가 없다"며, "행사장에 와보니 정작 주최측은 안산시도 아니고 타 지역 사람들이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또한, "처음 416안전공원이 들어선다고 했을 땐 여기 주민들도 다들 찬성하는 입장이였다. 그런데 실상 속내를 까보니 납골당 조성이었고, 이름만 번지르한 허울 뿐인 안전공원이었다."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한 주민은 "가뜩이나 미술관 옆에 분향소가 설치된 것도 말이 많은데, 주거지에 납골당을 만들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세월호 유가족들한테도 두 번 죽이는 일이다."라며, 반대위 주민들은 집값과는 무관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은 "일반법에서 납골당은 주거지역에서 500m 이상 떨어져 지어야 한다. 납골당을 시 외곽에 짓거나 아니면 세월호 특별법에 명시된 추모사업이 문제가 있다고 파악된다면 지금에서라도 바꿔야 하지 않겠냐"라고 주장했다.

결국 심포지엄은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1시간여 만에 전문가들만 모여 다과 형식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제서야 반대위 주민들은 단상에 내려와 반대 서명을 받으며 행사장 밖으로 나갔다.


'납골당은 안산시청 시장실로'라고 적힌 펼침막을 든  주민들이 몰려와 반대를 외치고 있다.

416안전공원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서명을 벌이고 있다.

예정돼 있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은 자리를 옮겨 예정보다 늦은 오후 3시 대강당 뒷편에 위치한 좁은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416 안전공원은 세월호 특별법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추모공원과 연계한 트라우마센터 등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은 바 있다.

추진경과를 살펴보면, 금년 상반기 세월호추모사업 기본계획용역 완료 후 국조실 지원추모위원회에서 안산시 안을 참고하여 의결했다. 이후 주무부처인 해수부와 협의를 통해 기본계획 수립, 기본·실시설계 후 '19년 하반기에 착공될 예정이다.

'16년 7월 추모사업협의회가 구성·운영 됐으며, 현재까지 본회 및 소위원회 10여 차례, 주민경청회 5회, 시민토론회 2회 등을 개최해 5개 후보지 중심 주민의견을 수렴했다. '17년 하반기 중 추모시설 위치·규모 등 안산시 안을 국조실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 수석연구원은 "416안전공원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또 다른 참사가 되풀이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회피하는 측면에서 선택가치와 존재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치유와 소통, 화합과 공동체라는 사회적 가치를 제고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적이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상징적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내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로에 대해 ▲시설투자에 따른 산업 전후방 연쇄효과(고용, 부가가치 유발효과 등), ▲역세권 형성에 의한 상권형성 및 지역내 거래 활성화로 인한 부가가치 창출편익 등, ▲회복력있는 도시(resilient city)로서의 지역정체성 강화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대욱 연구원은 "사용가치의 제고를 위해 416 안전공원 내 복합기능화를 추진하되, 소수의 주도가 아닌 주민의 고른 참여와 수의에 의한 추진이 필요하다"며, "긍정적 효과를 높이고, 부정적인 효과를 줄일 수 있도록 안산시민의 고른 참여와 집단지성의 시민역량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정석 소셜디자인랩 대표(도시연대커뮤니티센터장)는 "지역사회와 꾸준한 교감을 통해 점진적 추모공간을 조성하고자 고민해야 하며, 생명의 귀중함에 대한 사회통합의 가치가 구현된 장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추모공간 명소화 방안을 제시했다.

문 대표는 추모공원이 우리사회에 주는 가치와 의미에 대해선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문화적 방식을 제시한다, ▲그 문화를 통해 공동체와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주민들의 의지와 참여로 더 좋은 마을과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분열된 우리 사회에 지켜야 하는 공통의 가치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10년이 지나도 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으면 토론을 해봤자 쉽게 풀리지 않는다. 대립되는 일을 조금씩 작게 추진하는 '사회 실험'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안한 '사회 실험'은 논리만으로 풀리지 않는 찬반대 갈등 구조에서 서로가 합의할 만한 가장 좋은 것들을 찾아내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득해 나가는 방식이다.

예컨대 진행하려는 일의 목표에서 가장 갈등이 없는 것부터 시작하여 만족도나 방문객이 느는지, 상점 매출이 느는지 계속해서 연구자들이 모니터링을 한다. 이렇게 취합된 데이터로 설득하면서 조금씩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윤주선 부연구위원은 "안전공원을 조성하는 것보다 인근 도시까지 같이 관리될 수 있는 거점이 마련돼야 한다. 사업성에 있는 부분을 통해서 공공성을 연계시킬 수 있어야 하며, 토론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 실험을 해보면서 서로의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는 지역 주민들의 납골당에 대한 입장과 문제 상황에 대해 지적됐다.

한 안산시민은 "추모공원 조성에는 찬성하지만, 납골당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리는 무덤이라는 '장묘문화'가 정서에 있다. 예로부터 무덤은 가까이에 만드는 것이 아니고 저 멀리 산에 만들었다. 일상에서 슬픈 기억을 잃어버리고 싶다는 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정서적인 그런 부분들을 잘 어루만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안산시민은 "주민들은 공원이 조성되는 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세월호와 연계해서 미래지향적으로 안산시가 어떻게 좋아지는지, 추모시설이 들어오더라도 환경이 좋아질 수 있는지 설득 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보여줄 수 있는 안이 빠져있다."라고 제안했다.

또한, 전문가들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과정상의 문제를 지목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재호 416안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진행되는 모든 과정에서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내용도 부족했다. 조금씩 각 지역 구성원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옥희 안산탁틴내일 대표는 "처음부터 특별법에 의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어야 하는데, 시에서 절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주민들과 자주 만나고 광범위하게 협의해 나가야 하는데 공식적인 자리는 두 차례 정도만 있었다. 이런 프레임으로 진행되니깐 주민간의 갈등은 더욱 번질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정석대로 가는 게 가장 빠른 과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대욱 연구원은 "입지선정에 대해 많은 주장들이 제기돼 왔다. 현재 유력한 선정지는 화랑유원지이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대로 시 외곽을 선정하면 오히려 레크레이션 기능은 상당수 줄고, 추모기능만 남을 수 있다. 입지선정에 대해선 실제로 이 지역에 어떤 부분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잘 따져보고 주민과 직접적인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범 교수는 "서로를 설득하기 보다는 대화의 채널을 통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조금씩 누그러뜨리는 방법이 있다.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화랑유원지에 생기를 넣어줄 수 있는 부분과 도시 재생으로 풀어갈 수 있는 방식을 얘기해 추모공원을 조성하겠다가 아니라 먼저 조금씩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혜자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는 "문화적으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통합하거나 바라볼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사회적 실험을 할 수 있고, 커뮤니티를 새롭게 구축하여 합의할 수 있는 공동성을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문정석 소셜디자인랩 대표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 수석연구원

최혜자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


글·사진_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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