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거듭제곱 융합시대의 조경

조세환 논설위원(한양대 도시대학원)
라펜트l기사입력2017-10-24

 

거듭제곱 융합시대의 조경



_조세환(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경관생태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조경학회고문/ (사)한국조경사회 고문)



재력이 없는 보통사람들이 미술작품을 즐기면서 동시에 투자 가치도 올리는 방법에 대해 얘기를 들은 바 있다. 그건 미술 작품의 가치를 매기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 값이 비싼 작품을 사서 더 비싸지기를 기다리는 방법은 노멀한 것이다. 그보다는 현재는 비싸지 않지만 20~30년 뒤의 가치를 보고 작품에 투자하라는 것은 진보적이다. 문제는 후일의 작품 가치를 현재에 알아보는 혜안의 존재 여부다. 

대학들의 미술 졸업작품전시회는 미래의 투자 가치를 찾아내는 좋은 기회의 장이다. 거기서 졸업예정의 아마추어 작가들은 대게 자기의 이름을 내건 첫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 작품의 투자 기회는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 작품들에서 무언가 기존의 트랜드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낌새의 작품을 찾으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그 작가의 싹수를 본다는 말이다. 일반인들이 보는 미술작품의 가치는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은 것에 의해 판가름 난다. 그러나 전문가적 기준으로 보면 단순한 아름다움을 떠나 작품이 새로운 차원으로의 창조적 변화성을 보여주고 있느냐가 더 크리틱컬한 것이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파, 낭만파, 인상파, 후기인상파, 추상파 등의 얘기는 이와 같은 창조적 변화의 흐름을 이끄는 크리티컬한 양식적 분류 이상 다름아니다. 이런 창조적 변화의 징조를 보이는 작품을 선정해 적은 비용으로 구입하고 후일을 기약하며 강태공처럼 시간을 낚으며 즐기라는 것이다. 

창조적이라는 것은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차원의 질서와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룰을 깨트리는 트러블 메이커의 얘기가 결코 아니다. 근데, 창조적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창조적이 될 수 있을까? 결코 만만치 않은 담론일 수 있다. 고전적이며 원론적인 창조의 개념은 콜럼버스가 계란을 깨는 것처럼 전기에 감전되는 듯한, 번쩍하는 아이디어를 꺼집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배를 타고 생명을 건 모험을 떠나 신대륙을 발견하는 행위와 계란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계란과 모험, 계란과 신대륙의 발견, 우리가 주시해야 할 점은 바로 전혀 상이한 이항들을 엮어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마법의 수, 융합이다. 오늘날 우리가 얘기하는 융합(Convergence)과 통섭(Consilience)이 바로 창조의 수다. 

작년에 인공지능(AI)의 알파고가 이세돌을 꺽고 바둑의 왕, 알파 리(α-Lee)로 진화하더니만 1년 만인 올해는 중국의 커제를 꺽으며 마침내 알파 제로(α-Zero)로 진화했다. 알파 제로는 바둑의 왕(王)을 넘어 신(神)으로 호칭된다. 인간의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연구하는 100년 역사의 ‘강화학습’ 이론을 기계지능 알파 리에 적용해 마침내 자기 자신을 제외한 어떤 존재에게도 지지않는 신적 존재로 진화시킨 것이다. 불과 1년만이다. 초스피드다. 기술발전의 정도도 파격적이다.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전개로 단순한 융합을 넘어 거듭제곱의 융합시대로 접어들었다.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 각 분야에서 융합을 통해 초고속의 기술발전이 일어나고 그것들 간에 거듭 융합되면 그 결과는 파격적이 된다.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예축할 수 없지만, 유기체적 알고리즘의 존재인 호모 사피엔스가 비유기체적 알고리즘으로 진화하여 영원불멸의 신적 존재가 된다는 논리적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Homo Deus) 얘기다. 

조경에 대한 얘기로 돌아와 보자. 한국조경은 45년을 지나며 얼마만큼 창조적으로 진화를 해왔는가? 또 이 파격적 변화의 시대에 앞으로 어떻게 창조적으로 학문·기술을 진화해 갈 것인가? 거기에 대한 키는 타분야와의 이종 융합과 거듭 융합의 법칙에 있다. 근대화가 전개되며 마차가 다니는 도로에 자동차가 출현하였다. 전근대적 마차를 모는 기득권자들은 자동차의 속도를 규제하고, 기계를 부수며(러다이트 운동) 변화에 저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에서 마차는 사라졌다. 자동차 대세의 도로시대가 막을 올렸고, 300여 년이 지금도 자동차와 도로는 여전히 지배적 교통 노멀(Nomal)로 군림하고 있다.   

그 철옹성의 도로시대에 지금 새로운 창조적 변화의 담론과 실천이 일어나고 있다. 제4차산업의 풍운아로 기대되는 자율주행자동차 이야기가 아니다, 도시, 교통, 조경, 생태, 정보 등의 과학·기술과 인문학 분야가 통섭하여 기존의 도심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부를 공원으로 조성하여 도시를 재자연화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와 (사)한국조경학회가 공동으로 10.25(수)일, 여기에 대해 학술발표회를 개최한다. ‘서울 도심 세종대로의 공원화 담론-자연이 도시에게 전하는 언어’라는 주제로 기존의 서울 도심의 공간구조와 공원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과 혁신적 재자연화의 질서를 구축해보자는 시도다. 도시와 인간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교통, 토목 등 관련 녹색 SOC 건설산업과 조경분야의 먹거리, 일거리 창출의 콜럼버스 계란으로 자리매김 되길 애써 기대해본다.

글_조세환 · 한양대 도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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