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예방의학의 시작: 도시공원

변재상 논설위원(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8-02-20

 

예방의학의 시작: 도시공원




_변재상(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



최근 시청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방송 아이템은 단연 ‘먹방’과 ‘건방’이다. 먹는 방송은 혼밥, 혼술 등과 같은 1인 가구 증가라는 시대적 필요에 따라 방송사에서 전략적으로 많이 노출시키는 측면이 있다. 반면, 건강 방송은 급격히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질병에 대한 두려움 등 자연스러운 시청자들의 수요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수요에 맞게 국가의 의료 정책과 제도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의료비 지출은 국가에서 지출하는 공공부문과 개인이 지출하는 민간부문으로 나뉜다. 민간 의료비 지출 비율이 높은 나라는 멕시코(49.0%), 칠레(36.9%) 등인데 반해, 네덜란드(6.0%), 프랑스(7.5%), 영국(9.9%) 등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은 10% 미만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의료비 중 민간부문 지출은 35.2%로 OECD 평균 19.6%에 비해 약 1.8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민간 지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준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선진국은 민간의 직접적인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공공의 간접적인 의료비 지출을 늘리는 전략을 따르고 있다. 또한 ‘건강투자전략’ 차원에서 질병치료에 대한 직접 의료비 지출보다 예방을 위한 간접 의료비 지출을 통해 국가예산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방에 소요되는 예산이 지난해 3,120억 원으로 치료부문 재정투입(건강보험․의료급여) 총 23조 517억 원의 1.35%에 불과하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17). 건강투자전략에 해당하는 예방차원에서 사용하는 공공비용을 늘림으로써 가계 경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운영할 수 있다. 특히 공공부문의 의료비 지출 중 개인별로 지급하는 직접적인 개별복지 지출보다는 쾌적하고 건강한 삶의 기반을 만들어,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하는 예방차원에서의 간접적인 집단복지 지출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보편적 복지를 위한 예방 차원의 지출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은 무엇일까? 예방의학(豫防醫學, Preventive Medicine)은 ‘개인 또는 특정 인구집단의 건강과 안녕을 보호, 유지, 증진하고, 질병의 발생․경과․평가․성쇠와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연구하여 장애와 조기 사망을 예방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의학의 한 분야’이다.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다만 예방효과에 기인한 경제적 가치를 직접적인 금액으로 환산한 신뢰성 있는 연구가 부족하여, 치료의학과 달리 예방의학은 실질적인 국가예산의 배정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공원의 근간이 되는 숲은 직접적으로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을 정상화시키고, 피톤치드(phyton: 식물 + cide: 살균), 음이온, 산소 등을 내뿜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커다란 치유효과를 제공한다. 혈액을 건강하게 하고, 정상세포의 활성화를 도와 암세포의 상대적 활성 저하, 피로회복,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주는 음이온의 방출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기를 죽이는 산소가 풍부하여, 기관지나 폐질환자는 숲속 산책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은 숲의 이러한 치유 효과를 가장 일찍 활용한 나라이다. 현재 독일은 숲 치유에 의료보험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의사 처방이 있으면 숲 치유 비용이 무료이고, 처방을 받지 않더라도 일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숲뿐만이 아니다. 미국조경가협회는 “People who have been suffering from stress, sickness, or a trauma can spend quiet contemplative time in gardens or taken to the mountains or woods to heal. But nature is not just wilderness. The benefits of nature can also be found in our communities’ parks and green spaces.”라는 명제를 통해 숲에서의 효과들을 도시공원에서도 똑같이 누릴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도시공원이 제공하는 각종 효과들을 수많은 연구논문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의학 분야에서의 탁월한 연구 성과들이 눈에 뜨인다. 유아와 청소년들에게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D/ADHD), 자폐증(Autism Spectrum Disorders), 인지장애(Cognition), 우울증(Depression), 비만(Obesity), 스트레스(Stress), 제2형 당뇨병(Type II Diabetes) 등에 예방과 치유효과가 있음을 알리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아동비만이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Bristol University)와 이스트앵글리아대(University of East Anglia) 연구진은 주거지가 공원으로부터 2km 이상 떨어져 있으면, 그보다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비만이나 과체중이 27%나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신체활동의 감소와 비만인구의 증가 문제는 주로 공중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다루어져 왔으나, 최근 들어 비만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시환경의 특성이 신체활동과 비만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점이 대두되면서 각종 연구사업들이 진행 중에 있다. 미국의 ‘활동친화적 삶 연구사업(Active Living Research)’, 영국의 ‘활동친화적 디자인(Active Design)’, 호주의 ‘건강한 디자인(Healthy-by-Design)’ 등은 모두 자연스러운 활동 유도를 위한 도시환경 조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공원에서의 일상적인 산책은 비만이나 성인병 등 이와 관련된 건강상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데, 특히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높다. 급격히 노령화되면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 및 치매(Alzheimer’s and Dementia),  천식 및 호흡기 질환(Asthma & Respiratory Disorders), 우울증(Depression), 심장 건강(Heart Health), 비만(Obesity),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뇌졸증(Stroke), 제2형 당뇨병(Type II Diabetes) 등의 예방과 치유효과들이 중장년층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공원의 혜택이다. 이외에도 일반적인 신체기능 향상과 인지능력 향상, 스트레스 감소 및 웰빙 생활의 구현 등은 공원이 예방의학의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선진국들의 건강관리 공원프로그램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 본 내용은 2017년 6월 한국경관학회지에 수록된 ‘공원조성을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 논문의 일부를 발췌하여 보완·수정한 글이다.


글_변재상 교수 ·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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