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세계속의 한국정원

신현돈 논설위원(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8-02-27

 

세계속의 한국정원




_신현돈(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

 
                                                                  
방탄소년단의 활약은 실로 대단하다. 미국에서 가장 큰 새해행사인 뉴욕 타임스퀘어 카운트다운 행사에 그들이 등장했다. 빌보드 200차트에서 7위를 기록하고,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는 등 K-POP의 불모지라고 불리던 미국시장을 개척하며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수많은 팬덤들을 거느리고 유튜브 조회수 2억5천만 뷰를 기록하며 한류문화 전도사로서 뛰고 있는 방탄소년의 활약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필자가 프로젝트 때문에 방문한 지중해 안탈리아에서 만난 현지인들도 핸드폰으로 한류 유튜브를 틀어놓고 연신 “코렐리 최고”를 외쳐 댔다. 한류(韓流)는 한국의 대중문화, 즉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 방송, 음악, 패션 등이 해외에서 인기리에 소비되는 문화적 현상으로 한국 문화콘텐츠의 해외소비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넓은 의미로는 의·식·주 등 한국 문화 전체를 말하는데 해외 한국정원은 대한민국의 주거문화의 상징성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의 한국정원은 동양의 다른 나라와 달리 궁원, 별서, 정사, 읍성, 민가정원 등의 경관적 다양성과 사상적 특성도 풍부하고 정원요소로써도 농음대(弄吟臺), 허백정(虛白庭), 취경루(聚景樓), 소요정(逍遙亭), 동천경(洞天景)등 해외 현지에 대상지와 여건에 따라 독특한 정원문화 연출이 가능한 것이다. K-POP과 같은 한류 콘텐츠와 소프트웨어가 구축된 현시점이 그동한 부진했던 해외 한국정원 조성에 박차를 가할 시점라고 감히 제안한다.

일본은 이미 1853년 개항이후 일본정원을 예술의 한 형태로써 진화시켜 해외 일본정원 조성을 국가적 정책으로 정하고 1873년 오스트리아 빈 만국박람회 일본정원, 1894년 샌프란시스코에 임천회유식(林泉回遊式) 정원을 조성하여 일본의 대표적 양식으로 세계인에 인식시키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53개국 400여 곳에 일본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들은 이러한 정원이라는 풍부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일본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일류(日流)의 세계화를 추진했던 것이다. 중국은 이보다 더 앞서 18세기부터 유럽에서 중국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당시에 이미 유럽 풍경식 정원에 중국정원이 영향을 주었다. 일본보다 앞서 화류(華流)의 세계화를 성공시켜 이방인들에게 동양정원하면 중국정원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사실 ‘~류(流)’라는 단어가 대만이나 일본식 용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제대로 된 해외 한국정원 만들기는 일본보다 약 130여년 뒤처진 1990년대 초부터 해외 한국정원 사업이 시작되어 전세계 고작 30여 곳에 불과하다. 이는 국격이나 한국의 문화수준을 고려해 봤을 때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그나마도 정부차원의 유지관리와 후속지원이 안되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세계 각 나라는 외국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도시들의 단지 명목상의 협력관계가 아닌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강구하여 단발성의 행사보다는 해당 도시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문화 사업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비용이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대한민국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한국정원을 세계 여러 도시에 조성하는 것이다. 해외에 조성되는 한국정원은 하나의 단순한 조경공간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 외국도시에 조성한 한국정원을 통하여 우리나라 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일은 대한민국의 가치를 높이는 주요한 현안이기에 현 시점에서 그 시급함을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한국이 그동안 한 번도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할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유가 “자력으로 창조적 계층을 키우거나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듯이 우리의 한국정원도 K-WAVE의 창조적 계층과 토양이 될 수 있다고 사료된다. 해외 한국정원 만들기는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과 지역화를 뜻하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이 합쳐진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창출하기위한 조경문화로써 지역적인 것의 세계적 생산과 세계적인 것의 지역화를 구현 할 수 있을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로 세계130여개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 “세계 평화, 화해의 전당”에 전시되어 각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전통의복 전시물. 제대로 된 우리의 복식문화를 못 보여주는 것 같아 마치 현재의 해외 한국정원의 실상을 보는 듯 해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신현돈, 2017년 9월. 


타슈켄트 서울공원 개장식에 몰려든 카레이스키 2, 3세대. 실크로드를 따라 강제이주 당한 그들의 슬픈 삶과 애환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한국공원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신현돈, 2014년 9월. 


한류문화의 확산·보급에 첨병으로 공감각의 공간이 되는 해외 한국정원 사업의 시급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정원은 K-POP,드라마와는 달리 영구시설로써 K-WAVE의 토양이 될 수 있다. ⓒ신현돈, 2014년 9월.
글·사진_신현돈 대표이사 ·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디자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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