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예방의학의 실천: 도시공원 관리

변재상 논설위원(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8-05-15

 

예방의학의 실천: 도시공원 관리




_변재상(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



지난 번 글에서 예방의학의 시작이 도시공원 조성임을 언급하였다. 오늘은 예방의학의 실천이 도시공원 관리라는 점과 선진국들의 공원 조성과 관리를 통한 예방의학 실천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3월 7일 제15회 조경의 날 기념식이 있었다. 이날 축사를 위해 참석한 한 국회의원은 선진도시와 우리나라 도시를 비교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선진도시에 가보면 10분 정도 걷다보면 공원이 나타난다. 하지만 서울은 약 1시간 정도 걸어야 공원을 찾을 수 있다. 서울은 공원대신에 커피숍이 즐비하게 있다. 아마도 서울에서 커피소비량이 높은 이유가 공원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즐비하게 놓여있는 커피숍의 자리를 공원으로 대신 바꿔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도시는 차가 다니는 길보다 공원을 늘려나가는 게 세계적인 추세이다. 조경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서울의 새로운 미래를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 수 있는 주인공들이 바로 조경인 여러분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의견을 피력했다. 비단 조경인만을 격려하기 위한 축사는 아니다. 도시공원의 양적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양적으로 확보된 도시 내 공원녹지는 예방의학의 초석이다. 실제로 송나경 광운대 ‘SSK 정신건강과 지역사회연구단’ 연구팀은 '지역사회 환경적 요인이 지역 자살률에 미치는 종단적 영향'이라는 최근 연구에서 ‘1인당 공원면적이 10㎡ 증가하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3명 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음을 언급하였다. 충분한 녹지 공간과 공원 면적이 주어지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신체활동·사회적 접촉을 활발하게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 우울증, 나아가 자살률까지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http://www.lak.co.kr/m/news/view.php?id=3713). 이는 곳곳에 조성된 공원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양질의 공원으로 가꾸고 다듬어 나가는 공원관리는 예방의학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세계의 공원녹지 선진국들은 공원의 양적 확충을 위해 도보권 내에 이용할 수 있는 공원조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나아가 공원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파크스코어(Parkscore)나 그린플래그상(Green Flag Award) 등을 통해 공원 프로그램과 공원시설의 질적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양적 확충의 사례로 ‘Greenest City 2020 Action Plan(GCAP)’은 밴쿠버를 세계 최고의 녹색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담고 있다. GCAP에서는 경제, 환경, 교통, 도시공원 및 녹지 등의 분야에서 10가지 목표를 제시하였다. 특히 도시 공원과 관련하여 모든 밴쿠버 거주민들이 걸어서 5분 이내 공원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녹지 소외지역에 우선적으로 공원을 조성하거나, 보행 도로를 공원으로 전환함으로써 환경적 불평등을 최소화 하고자 하였다. 또한 서식지 복원 전문가, 수목관리 전문가, 교육가 등 도시 공원과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중 10%는 일자리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계층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도시 공원 조성을 통한 보편적 복지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였다(City of Vancouver, 2012).

뉴욕시 역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도시기본계획으로 전략적 정책계획인 플랜뉴욕시티(PlaNYC)를 수립하였다. 플랜뉴욕시티는 ‘a greener, greater New York’을 목표로 교통, 공원 및 공공공간, 에너지, 기후변화 등 10가지 세부전략을 제시하였다. 특히 공원 및 공공공간 정책은 수요자 중심의 계획으로 2030년까지 모든 뉴욕 시민들이 걸어서 10분 이내에 공원 접근이 가능하도록 계획을 수립·추진 중에 있다(The City of New York, 2011). ‘10분 내 공원’ 개념은 이후 공원 정책 수립을 위한 세계 여러 도시의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뉴욕의 10분 이내 공원 분포도

질적 관리를 위한 사례로 캘리포니아(California)에 위치한 ‘The Trust for Public Land(TPL)’는 종합적 공원 인증제도인 파크스코어(Park Score)를 개발하였다. 파크스코어는 미국 내 100개 도시에 있는 공원들을 대상으로 면적, 서비스 및 투자, 접근성으로 구성된 소위 ‘공원점수(parksccore)’를 공식화하여 공원의 질적 관리를 위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http://parkscore.tpl.org/). 특히 공원이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품이라는 차원에서 다양한 시설들을 구비한 공원에 가중치를 두어 공원의 질적인 쾌적성 지표를 관리하고 있으며, 결과를 전 세계에 공개하여 도시의 쾌적성 순위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그린플래그어워드(Green Flag Award) 역시 공원의 질적 관리를 위한 제도이다. 1997년부터 영국 내 ‘Civic Trust’라는 단체에서 공원의 접근성, 유지관리 상태, 안전성, 생물다양성, 커뮤니티 기여도, 마케팅 등 8개 분야의 27가지 질적 측면을 검토하여 우수 공원에 ‘Green Flag’라는 녹색깃발을 수여하여 인증하고 있다(http://www.greenflagaward.org.uk/). 이 깃발을 수여받은 공원은 지역주민에게 잘 관리된 공원과 녹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의 자부심 고취를 통해 다양한 기부와 자원봉사를 이끌어 내고 있다. 


파크스코어 산정의 기본 요소


영국의 Green Flag와 인증을 위한 평가자 체크리스트

이처럼 세계 유수의 공원녹지 선진국들은 국민건강을 위해 생활권 내 공원의 양적 확보와 함께, 질적 향상을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도시 내 공원의 양적확충과 질적관리가 수반된다면 예방의학을 위한 시작과 실천의 플랫폼은 조성된 것이다. 이런 공원을 활용하여 건강관리를 위한 자신들만의 효율적인 메뉴얼을 제작하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다. 예컨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을 공원 이용에 대입해 보자. 클라우드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은 “랄프 로렌에서는 옷을 착용한 사람이 흘리는 땀의 양과 심박수, 호흡 등을 측정해 실시간 운동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스포츠 셔츠를 개발했다. 이처럼 대표적인 제4차 산업혁명 도구인 체내 삽입형 혹은 웨어러블 기기들의 도움으로 공원에서의 위치와 행동이 모니터링 된다. 심박조율기와 달팽이관의 삽입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라는 언급을 통해 “공원에서의 일상적인 산책이 건강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나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1), 무선태그(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RFID) 등을 개개인들이 공원 이용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2)

도시공원의 효율적 활용은 지금까지 소모적으로 지출되던 치료 위주의 의료 패러다임을, 예방차원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실질적인 건강지수가 우리의 눈높이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1) 그동안 삼성전자·화웨이·애플·핏비트 등이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는 맥박이나 이동 거리, 운동량을 측정하는 기능이 대부분이었다. 스마트 워치에서 주요 기능도 아니었다. 하지만 생체 정보 진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소형 웨어러블 기기들이 고가의 진단 장비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세계 웨어러블 의료 기기 시장 규모가 2020년 46억달러(약 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2) 실제로 웨어러블 기기 중 하나인 웰니스(Wellness)를 개인이 착용하여 걸음정보, 식습관 등에 대한 데이터 제공에 동의한다면 보험회사에서는 보험료를 낮춰준다는 정책도 제안하고 있다. 오히려 공원을 통한 치료비의 절감이 실현된다면, 보험회사에서는 회사이익의 일부를 공원 조성에 적극 힘써 보다 많은 이익 창출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 본 내용은 2017년 6월 한국경관학회지에 수록된 ‘공원조성을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 논문의 일부를 발췌하여 수정한 글임을 밝힌다.
글_변재상 교수 ·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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