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광화문광장과 매장 문화재

신현돈 논설위원(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8-06-28

 

광화문광장과 매장 문화재




_신현돈(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


           
최근 모 방송 ‘차이나는 클라스’ 프로그램에서 동대문 DDP 조성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한 바 있다. 동대문 운동장을 철거한 후, DDP를 조성하기 위해 공사를 하던 중 동대문과 연결되는 한양성곽, 이간수문, 오간수문 등 중요한 유적, 유구가 발굴되었지만, 공사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폼페이 못지않은’ 유적의 일부를 덮어버린 매우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또한 2009년 광화문 광장 조성시에도 동대문 DDP와 마찬가지로 매장문화재 때문에 수많은 난제가 있었다. 비단 광화문 광장, 동대문 DDP뿐만 아니라 피맛골 재개발 사업에도 많은 유물들이 발견되어 공사가 여러 차례 중단 된 바 있다. 이 모두 627년 역사 고도인 서울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며, 우리가 특히 4대문 안을 개발할 시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사직‧율곡로 일부를 10차로에서 6차로로 축소해 지금은 도로로 덮여있는 공간을 말뿐인 ‘역사광장’으로 만든다고 되어있다. 차선축소로 인한 수도권 시민 광역교통망의 혼란과 불편 이에 따른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광화문 앞을 지나는 사직‧율곡로를 새문안로 5길을 확장‧활용해서 우회시키는 방안과 함께 지상 차로를 아예 없애버리고 지하차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되었다. 무조건 도로를 지하화하고 파헤친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과거 강남 개발시 상업중심은 삼성역이었다. 하지만 시민은 삼성역보다 강남역을 선택했다. 도심에 지하에 사람이 많은 것과 위에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은 도시중 어떤 것이 바람직한지는 뻔한 질문일 것이다. 사직, 율곡로 우회도로 조성시 통과하는 한양의 관아거리로써 수많은 매장 문화재가 존재한다. 더욱이 광화문광장 주변 지하에는 육조거리주변 매장유물이 존재한다. 과연 서울시에서 수립한 4대문 안 문화재 보존 방안을 준수하며, 광화문 광장 재조성 공사에서 유물발굴공사를 제대로 진행할 지는 미지수이다. 유럽의 여러 고도(古都)를 보더라도 도심지에 매장 문화재를 파헤친 적이 없으며 광화문광장 주변에 지하에 묻혀있는 수많은 매장 문화재는 동시대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세대로부터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이미 DDP와 피맛골, 광화문 광장 조성을 겪으면서 우리는 이 지하차도화를 위한 매장 문화재 발굴을 ‘어떻게’ 이루어질 지 지레짐작 할 수 있다. 서울은 이제 세계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서울 시청에 한참이나 걸려있던 이 문구를 우리는 이제 역으로 생각해 볼 때이다.

더불어 이러한 개발을 추진한다고 주변 건물에 접근하는 차량 동선이 해결되기는 어렵다. 이면도로가 2차선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배면 진입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기존 도로에 대한 도로의 위계가 결정되어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국가 중심축이 남산 신사로 향한 것을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면서 관악산 연주대로 바로 잡은 것이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10년이 지나지 않아서 400여억 원을 들여서 이런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역사고도(古都) 서울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광장의 면적이 시민들 활용에 영향을 끼치고, 이로 인해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활동을 원칙으로 한다면, 비일상적인 활동에 대비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촛불 집회 같은 경우는 계획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광장의 역할을 하게 된다. 촛불 집회를 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을 모두 비워놓은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촛불 집회를 하면 자동차도로, 이면 도로, 잔디 광장 등 모든 것이 촛불 집회 장소가 된다. 공간의 확장과 설계를 통한 종합계획(Master Plan)적 접근보다는 ‘전술적 도시론 (Tactical Urbanism)’적 접근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시대이다. 서구 여러 도시에서 팝업 스토어, 팝업 카페, 거리축제, 게릴라 가드닝 등의 성공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공간 조성과 활용은 바텀업(Bottom-Up), 탑다운(Top-Down) 등의 과정의 일방적 방향성에 성공과 실패가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어느 쪽에서 시작하든 시민과 정책결정자, 많은 관련 단체들간의 균형 있는 의견조율과 후속조치가 어떻게 뒷받침 하느냐에 따른다. 이미 2006년과 2014년 서울시는 민의를 수렴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이 여론조사에 따른 후속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이다. 도시를 이해하는 방법을 바꾸어 과거 경제 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은 개발이 아니라 연습해보고 지속적으로 보완 해 가는 유연한 서울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광화문광장 주변과 한양 관아거리 지하에 묻혀있는 수많은 매장 문화재는 동시대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세대로부터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동대문 DDP와 피맛골 등 서울의 유물, 유적을 파헤쳐서 훼손하는 개발정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손석범.2009년8월
글_신현돈 대표이사 ·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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