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혁신, 일본의 사례에서 취할 점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일본 건설산업 생산시스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 발간
라펜트l기사입력2018-07-17

 

지난 28일 정부가 건설업 업역·업종 체계 개편을 골자로 하는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원장 서명교)은 국내 건설 산업 생산체계 혁신에 참고할 만한 「일본 건설산업 생산시스템 분석 및 시사점 -건설업 허가 제도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1958년 건설업법의 제정과 함께 도입된 우리나라의 건설업 허가 제도는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5가지 종합건설업과 25가지 전문건설업으로 체계가 잡혀있다.

보고서는 세계 건설 시장의 변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원인으로 수평과 수직적으로 배타적이고 경직된 업역 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 현업에서는 종합건설사가 원도급을, 전문건설사가 하도급을 담당한다는 인식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어 수주경쟁이 심해질 때마다 업역과 관련된 분쟁이 끊이지 않아 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정책적 시사점으로 일본의 수평적인 건설업 구조 및 허가제도에 주목했다.

일본의 건설업 허가제도는 ‘일식공사’와 ‘전문공사’ 허가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종합건설과 전문건설로 나뉘어 있고 공사에서는 원·하도급의 수직적인 구조를 갖는데 비해 일본은 일식과 전문으로 나뉘어 있지만 일식도 허가의 일종으로써 수평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모든 건설업 허가는 수평적이며, 건설업 허가는 기업 자신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취득하고 있다. 일식허가는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 허가로서 이를 하나의 공사 개념(일식공사)으로 도입하고 있다. 일식허가는 다른 전문허가에 비해 우월하거나 유리한 점이 있는 것이 아닌 하나의 건설업 허가로 위치하며, 필요하다면 조건을 갖추어 언제든지 취득할 수 있다.



일식공사허가의 하도급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부대공사에서의 건설업 허가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일본의 건설업 허가는 ① 수주 지역(국토교통성 장관허가, 도도부현(지자체) 지사 허가), ② 희망 공사(29공사 분류), ③ 하도급 규모(특정건설업, 일반건설업)의 3가지 항목으로 분류되어 있다. 건설업 허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① 경영업무의 관리책임자, ②전임기술자, ③ 성실성, ④ 재산적 기초를 만족하고 있어야 하며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일본 건설현장에서 시공을 진행하는 모든 건설업 허가 업체는 도급금액에 관계없이 현장에 업체 당 1명의 주임기술자를 배치해야 한다. 특별히 원도급자에 한해 하도급총액이 4,000만 엔이 넘는 경우에는 주임기술자 대신에 더 높은 자격 요건을 요구하는 감리기술자를 배치해야 한다.

기능자로 독립했으나 아직 다른 기능인을 고용하지 못한 히토리 오야카타도 개인사업자로서 조건을 만족하면 건설업 허가를 취득할 수 있으며, 건설업법에서는 건설현장의 모든 업체의 허가 상태와 보험 가입상태, 그리고 주임기술자 등의 상태를 명확하게 정리한 시공체제대장과 시공체계도 작성이 의무이다.

일본의 건설 허가업자 수는 약 46.5만 업체가 있으며, 일반건설업 허가를 획득한 업체가 특정건설업 허가를 획득한 업체의 약 10배에 이르고 있다. 특정건설업 허가를 획득한 업체가 일반건설업 허가를 획득한 업체보다 국토교통성 장관 허가 취득 비율이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토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겸업업체가 1,400개 업체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 이유는 새로운 면허를 취득하는데 비용이 발생하며, 실적 인정의 불리함 등을 들었다.

보고서는 “비용이나 실적 인정의 문제가 해결되고 자유롭게 종합과 전문 허가를 수평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건설업 허가와 업역을 둘러싼 분쟁은 제도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판단과 전략 문제가 되기 때문에 해결이 용이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둘째로는 단순하고 낮은 건설업 허가 기준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건설업종에 따라 등록 기준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종합건설업종은 업종별로 자본금(건축공사업:5억 원, 토목공사업/조경공사업:7억원, 토목건축공사업, 산업·환경설비공사업:12억 원), 건설기술자(건축공사업:5명, 토목공사업/조경공사업:6명, 토목건축공사업:11명, 산업·환경설비공사업:12명) 등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전문건설업종은 업종마다 다르며 일반적으로는 2억 원 이상의 자본금과 기술자 2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모든 업종의 등록기준이 동일하게 적용하는 단순화를 지향하고 있다. 일식공사 허가와 전문공사 허가의 조건 사이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기술 자격만 확보한다면 언제든지 수평적으로 확대, 축소할 수 있다. 구조를 통해 건설업에 기능자로 진입한 사람도 언제이후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언젠가 건설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단, 낮은 건설업 허가 기준은 페이퍼 컴퍼니 또는 불량, 부적격 업체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에 수많은 검증 단계를 통해 우수하고 적절한 기술력을 가진 건설업체가 선별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국토교통성과 도도부현에서 건설업 허가취득을 통해 건설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자격을 인정받아야 하며, 5년에 한 번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두 번째로 국토교통성 등록기관을 통해 공공공사를 수주하고자 하는 건설업체의 경영에 관한 객관적 사항에 대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유효기간은 1년 7개월로 되어 있으나, 지속적으로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매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세 번째로 건설업 허가와 경영사항심사제도의 결과를 가지고 각 발주기관 별로 과거 공사 결과 점수(주관적 사항에 대한 심사)에 기초한 경쟁참가자격 심사를 받고, 발주기관의 명부에 업종별로 등록하고 등급을 부여받는다. 이 과정에서 실제 수주할 수 있는 시장의 영역은 건설업 허가 상황과 다소 차이가 발생하게 되며, 건설업체의 전략에 따라 명부 등록 업종은 달라진다. 명부 등록 주기도 일반적으로 2년에 1회 새로이 등록해야 한다. 네 번째로 각 발주기관에서 프로젝트 별로 지명경쟁입찰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발주기관의 발주담당자가 해당 건설업체의 상황을 확인하고 후보로 선정한다. 마지막으로 지명된 건설업체 후보들끼리 경쟁을 통해 낙찰자가 선정된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일본 건설업 허가의 획득은 우리나라보다 쉽더라도, 실제 공공공사의 수주로 이어지기는 매우 어렵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도 신뢰할 수 있는 검증단계를 확보함으로서 페이퍼컴퍼니를 배제하고, 경쟁력 있는 건설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조달 시스템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건설업 성장 루트와 성장 가능한 생태계 확보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일본은 건설업에 진입한 한 사람의 기능자(히토리 오야카타)가, 경험과 기술을 습득해 점차 소형건설업체로, 중대형 건설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 루트를 확보하고 있다.

초대형 건설업체라도 한 번에 모든 공공발주 공사의 입찰 자격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이다. 도쿄도 등 초대형 건설시장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를 제외한 도도부현에서는 지명경쟁입찰을 통해 자신들의 도도부현에 등록한 지역업체만을 입찰에 참가시키거나 일반경쟁입찰을 실시하는 경우 본사가 해당 지자체에 위치하고 있을 것을 조건으로 두어 전국건설업체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국토교통성 장관허가를 가지고 있는 중·대형, 초대형 건설업체가 각 도도부현의 시장에 참가하면 도도부현 지사 허가를 가지고 있는 소형 건설업체들은 낮은 경쟁력과 지명도로 인해 수주경쟁에서 밀리고 시장을 잃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중소업체 생존 및 성장 할 수 있는 건설시장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실질적으로 한 사람의 기능자가 건설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루트가 단절되어 있으며, 또한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건설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루트도 단절되어 있다. 우리나라 건설업에서도 개인으로 시작해 경험을 축적하며 대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건설 산업의 성장루트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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