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폭염 완화를 위한 도시녹지의 역할

김수봉 논설위원(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8-08-30

 

폭염 완화를 위한 도시녹지의 역할



_김수봉(계명대학교 공과대학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여름철 핵심 이슈는 이상기상, 특히 폭염의 영향 및 대응이다. 기후변화와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0년간 온난화추세(0.13℃/10년)는 지난 100년간의 추세(0.74℃/100년)에 비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기상 연구소의 온실가스 시나리오 RCP 8.5 및 RCP 4.5에 의하면 21세기 말(2070~99)의 한반도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각각 6.0℃ 및 3.4℃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50년 폭염은 현재보다 약 3배, 열대야는 약 6배 증가할 전망이다. 폭염이란 일 최고기온 33℃ 이상인 날을 일컫는다. 이러한 폭염일수의 증가로 인해 건강피해 및 사회·경제적인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2003년 유럽 폭염 사망자는 3만 5천여 명, 2010년 러시아 폭염 사망자는 5만 6천여 명이 발생했다. 또한 미국에서의 폭염으로 연간 사망자는 한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국내의 경우, 2016년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사망자 17명 포함 총 2,125명으로 2015년 대비 약 2배가 증가하였다. 그리고 2011년 9월 폭염으로 발생한 일시적인 정전의 피해신고 접수는 9,000여건 있었고, 610억여 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이처럼 폭염은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특히 2018년 올여름 폭염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8월 15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48명이었는데 이는 연평균 폭염 사망자 수의 4.5배였다고 한다. 온열 질환자 수는 4,300명이 넘었다. 대구와 아프리카의 합성어였던 ‘대프리카’가 대한민국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로 확산되었고 폭서를 자연재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것은 폭염이 정부는 물론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감당해야 할 자연 재난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로 더 이상 개인에게 맡겨둬야 할 자연 현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구의 백화점 앞에 설치된 대프리카 상징 조형물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이는 곧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으로 시민들의 폭염에 대한 인식에 대한 조사는 폭염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초자료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까지 도시녹지의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에 대한 이야기는 조경계 내에서 많이 주장되었지만 실제 주민을 대상으로 도시녹지가 폭염완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진했다. 특히 대구시는 여름철 폭염을 완화시키기 위해 식재캠페인, 클린로드, 쿨링포그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폭염에 관한 인식을 조사하였다. 특히 그 연구 중에서 폭염완화를 위한 매개로서 도시녹지에 대한 인식에 대한 결과를 여기에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폭염을 완화하는 대구의 가로수

첫째, 폭염에 대한 인식을 확인한 결과, 약 93.3%의 응답자가 폭염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있었다. 폭염일수의 증가 원인으로는 ‘에너지 사용량 증가’ 때문이라는 응답이 34.9%로 가장 많았으며, ‘무분별한 개발’(24.9%), ‘자동차·교통량 증가’(17.9%), ‘녹지 감소’(12.6%)가 원인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둘째, 폭염완화를 위한 매개로서 도시녹지의 효과에 대해서 87.1%의 응답자가 완화효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체감하는 도시녹지의 폭염완화효과에 대해서는 26.7%의 응답자가 ‘매우 효과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이를 포함한 95.1%가 ‘보통’ 이상으로 응답하여 폭염완화를 위한 매개로서 도시녹지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거주지에 따른 도시녹지의 폭염완화효과에 대한 체감 정도를 분석한 결과, 1인당 도시공원면적이 가장 많은 달성군(31.40㎡)의 경우 43.9% 응답자가 ‘매우 효과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두 번째로 많은 남구(17.68㎡)의 경우 응답자의 10.4%만이 ‘매우 효과 있다’는 반응을 보여 타 기초자치단체와 비교하여 가장 낮은 긍정적 체감 효과를 보였다. 이는 도시공원 면적의 대부분이 산지인 앞산에 위치함으로써 접근성이 낮아 체감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단ㆍ장기적 차원의 폭염관련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단기적 차원에서는 ‘전기요금현실화’에 대한 응답(37.5%)이 가장 높았는데, 이는 폭염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에어컨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단기적 차원과는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폭염완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도시녹지조성확대’(50.7%)가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는 폭염완화를 위한 매개로서 도시녹지의 효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대구시민의 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결과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폭염완화를 위한 ‘도시녹지 유형’에 대한 중요도와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중요도와 만족도 모두 높은 현상유지영역에 속하는 도시녹지 유형은 ‘공원’(중요도 4.19점, 만족도 3.45점), ‘가로수’(중요도 4.1점, 만족도 3.4점)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대구시가 1996년 이후 푸른대구가꾸기사업 등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녹화사업(2,000만 그루가 넘는 수목을 식재)의 영향으로 판단되며, 만족도를 유지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또한, 중요도는 높지만 만족도가 낮은 집중개선영역의 도시녹지 유형으로는 ‘쌈지공원’(중요도 3.93점, 만족도 3.22점)으로 조사되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정책과제로 나타났다. 폭염을 피해 근린공원 등을 찾기 보다는 보행동선 상에서 잠깐씩 쉬어갈 수 있는 매력을 감안한다면 주민들의 요구에 맞춰 쌈지공원 조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구시민들의 인식을 통해 폭염완화를 위한 도시녹지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되었다고 판단되며,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향후 대구시 폭염 및 도시녹지정책이 수립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태풍 솔릭은 현재 제주도에 근접한 서쪽 바다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태풍 솔릭이 부디 이 더위를 제발 멀리 데리고 갔으면 한다. 오늘이 처서, 태풍이 지나고 나면 부디 가을의 바람결을 느꼈으면 좋겠다.
글·사진_김수봉 교수 ·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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