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통일시대 관광분야의 블루오션 – 남북 명승유람

이원호 논설위원(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명승·전통조경·천연보호구역 담당)
라펜트l기사입력2018-09-18

 

통일시대 관광분야의 블루오션 – 남북 명승유람




_이원호(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명승·전통조경·천연보호구역 담당)

 

남북을 하나로 잇는 철도건설 사업이 구체적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남북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도로의 연결과 현대화를 골자로 하는 이 사업은 철도와 도로사정이 낙후된 북한으로선 경제발전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과제다. 교통망의 정비를 통한 경제적 효과는 물론 물자수송 외에도 관광분야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유엔의 북한제재와 비핵화 합의이행 등의 문제도 산적해 있는 것도 기정사실이다.

한반도는 예로부터 삼천리금수강산이라 불릴 만큼 다양하고 아름다운 산수경관을 지니고 있다. 옛 지리지만 보더라도 전국팔도에 유명한 명승고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과 북은 평균기온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자연경관의 특색도 지니고 있어 남북이 하나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볼거리를 갖게 된다.

과거 한반도의 경승지는 지금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잘 알려져 있었다. 세상에 보기 드문 명소들과 산, 동굴, 천연바위, 아름다운 폭포와 호수들이 나라 곳곳에 분포되어 있었다.

조선말에 아녀자나 유생들에게 유행했던 말놀이인 청구남승도에 보면 총 120개의 명승지 중 북한지역이 44개소나 분포한다. 앞으로 남북이 하나로 통일되면 옛 청구남승도를 토대로 한반도의 명승지를 둘러보는 관광도 매우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이 말놀이 판에는 남북의 명승지가 총망라되어 있는데 경상도와 황해도의 명승지 수가 다른 곳 보다 조금 상회하며, 평균 13곳 정도의 전국 명승지를 고루 선발한 듯하다. 지역별로 보면 북한지역에는 함경도에 13곳, 평안 12곳, 황해 14곳, 강원 5곳 등이다.


청구남승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함경도에는 단천의 보리판, 안변의 석왕사, 진양의 철령 등이 명승지로 손꼽히고 함흥의 낙민루와 만세루, 덕원의 원산, 경성의 원수대, 귀문관, 명천의 칠보산, 경원의 수강루, 무산의 적지, 장진의 백두산, 경흥의 황성평 등도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백두산


칠보산

평안도에는 안주의 백상루, 성천의 무산, 평양의 선연동, 연광정, 부벽루, 박천의 박천진, 강동의 단군묘, 영변의 묘향산, 삼등의 황학루, 영변의 약산, 의주의 통군정, 성천의 강선루 등이 있다.

황해도에는 송도 만월대, 탁타교, 대흥산성의 박연폭포, 금천의 청석관, 연안의 와룡지와 대련촌, 해영의 부용당, 해주의 수양산, 황주의 만하정, 풍천의 장산곶, 장연의 금사정 등이다.

북쪽의 강원도는 통천의 총석정, 북청의 시중대, 회양의 금강산, 단발령 영흥의 국도 등이다. 지금은 사라진 유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명승이 그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는 내토의 자연과 관광자원을 조사하려는 일본인들로 구성된 현지시찰단들이 한반도를 자주 오갔고 개중에는 조선명승시선을 쓴 나루시마 사기무라와 같은 의인도 있었다. 그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서 1905년부터 약 10년간 조선팔도의 2천여 곳의 명승지를 직접 유람하고 우리선조들이 남긴 900여 편의 옛 시문을 읽고 해석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 책은 비록 일본인에 의해 쓰였지만 우리시각에서 한반도의 명승의 가치를 다룬 매우 의미있는 저서다.


조선명승시선 목차(좌), 조선명승시선, 첫째장(우)

최근 일본의 북한관련 매체인 조선신보는 북한에서 관광객들에게 명승지를 보여주기 위해 민족문화유산의 보호와 천연기념물, 명승지 관리사업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 명승지 같은 자연유산이 중요한 관광자원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북한에서는 교양교육에 예술적 감정과 취미를 발전시켜 교양을 함양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연의 아름다운 것을 느끼고 이해하는데서 찾고 있다.

또 북한의 환경보호법을 보면(1986.4.9. 최고인민회의), 제2장 자연환경의 보존과 조성에 제13조에 기관, 기업소, 단체 및 공민은 도시와 마을, 도로와 철길 주변, 호수가와 강변의 풍치림을 베거나 명승지와 바다기슭의 솔밭, 해수욕장, 기암절벽, 우아하고 기묘한 산세, 풍치좋은 섬을 비롯한 자연풍치를 손상,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14조에는 기관, 기업소, 단체 및 공민은 명승지와 관광지, 휴양지에 탄광, 광산을 개발하거나 환경보호에 지장을 주는 건물, 시설물을 짓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지 말며 동굴, 폭포, 옛 성터를 비롯한 천연기념물과 명승고적을 원상대로 보존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북한 천연기념물의 보호관리에 관한 규정(민주조선 1990.6.30.) 제1조(목적)에 보면 천연기념물들을 잘 보호관리 하고 이용함으로써 나라의 자연풍치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근로자들과 청소년학생들의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높여주며 그들 속에서 사회주의적 애국주의교양을 강화하는데 이바지 하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명승지의 보호관리 및 이용에 관한 규정(민주조선 1990.6.24.) 제1조(목적)에 나라의 명승지를 잘 보호관리 하고 이용함으로써 우리 당의 자연보호정책의 정당성과 우리나라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을 내외에 널리 선전하고, 또한 나라의 자연풍치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근로자들과 청소년학생들의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높여주며 그들의 문화정서생활을 보장하는데 이바지 하도록 한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이 법령을 통해 보면 북한에서 명승지와 천연기념물에 대한 보존과 활용에 대한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의 경우 주체사상 교육의 수단으로 이용되다 보니 자연유산을 훼손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북한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해 천연바위 곳곳에 우상화 글귀를 새겨넣을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금강산, 묘향산 같은 명산 중에서도 경치가 뛰어난 곳들에는 우상화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북한의 ‘글귀 새기기 사업’은 김정일 사망 이후 더 자주 이뤄지고 있어 자연 훼손, 명승지 훼손 논란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 데일리 NK 

긴 분단의 세월동안 남과 북은 많이 변했다. 그러나 우리 국토의 소중한 자연유산인 명승과 천연기념물에 대한 제도와 보존의지는 서로 변한 것이 없다. 또한 자원도 조금만 관리하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남아있다.

이 유산이야말로 남북통일 후 부흥시켜야 할 최대의 관광자원이요, 지속가능한 환경보호의 수단이 될 것이다. 남한은 강력한 문화재보호법과 제도를 가진 것으로 이름나 있다. 북한은 우리보다 비교적 늦게 문화재보호법이 만들어 졌고 주로 중국의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국제보호지역 관련법과 비교해보면 우리보다 더 가까운 체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명승의 보존에 있어 우리가 서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것을 서로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북한의 금강산과 백두산을 남한 사람들도 갈 날이 멀지 않았다.

또 박연폭포, 비선폭포, 구룡폭포, 산주, 선남폭포 등 폭포는 남한에 비해 유명한 곳이 많다. 이 폭포들은 선조들의 화폭에도 신비롭게 담겨있어 실제로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이다.

그동안 우리는 국토의 아름다움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이를 널리 알리는 데에 미흡했다. 통일이 되면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우리 명소를 찾고 가치발굴과 다양한 콘텐츠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남북한 공히 세계문화유산에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경관의 하나인 ‘명승’을 국토의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세계인들이 통일된 우리 국토 곳곳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찾도록 새로운 한반도 관광의 유행을 창조할 때이다.


참고문헌
박상철, 김창규(1995), 북한의 환경보호관계법제, 한국법제연구원
조선천연기념물도감편찬위원회(2007), 조선천연기념물도감(1),(2),(3). 문화재청 자료
데일리 NK
글·사진_이원호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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