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의 곤충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유칼립투스 먹는 호주 곤충

글_이강운 오피니언리더(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라펜트l기사입력2018-12-14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유칼립투스 먹는 호주 곤충



_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부회장



유칼립투스 나무에 매달려 있는 코알라는 호주를 상징하는 이미지다. 숲과 길에서 보이는 키 큰 나무는 전부 유칼립투스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호주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식물이다. 한 종의 식물이 대륙 전체를 점령하여 득세하다보면 그 식물을 먹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생물들 때문에 잎이 너덜너덜 할 텐데 호주의 유칼립투스는 깨끗하다.


(좌)유칼립투스 먹는 잎벌 애벌레와 (우)자나방과 애벌레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유칼립투스 잎에는 냄새가 강한 휘발성 물질인 방향성 오일(Essential oil)과 응축된 탄닌, 그리고 고농도의 페놀 등 이차 대사물(Secondary compounds)이 널려 있다.하나도 만들기 어려운 2차 대사물을 여러 개 만들어 독소로 무장하였으니 먹고 죽자고 달려드는 생물은 많지 않다. 하지만 멸종위기종 코알라는 역설적이게도 ‘독한 놈’ 유칼립투스만 먹고 사는 스페셜리스트이다.  
 
유칼립투스 먹는 알락나방과 애벌레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유칼립투스 먹는 나방파리과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유칼립투스 먹는 집파리과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코알라는 간에서 유칼립투스 잎에 잔뜩 들어있는 독 덩어리를 분해하여 오히려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코알라처럼 몇몇 벌레들에게도 유칼립투스가 기껏 만들어 낸 방향성 오일이나 탄닌, 페놀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짧은 시간을 살면서 식물에서 먹거리를 해결해야하는 애벌레들에게 나무나 풀의 '숨은 독성'이 낯설지만 그렇게 어려운 대상은 아니다.

애초 곤충저항성(Insect-resistance) 물질이었던 독성을 활용하여 오히려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로 쓰기도 하고, 장내 미생물로 독성을 뺀 셀룰로오스를 분해하여 먹고 사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곤충이 있다. 5시간여 아주 짧은 시간 집중 관찰하면서 유칼립투스를 먹는 곤충 몇 종을 관찰했다.  


검은머리개미black-headed sugar ant (Camponotus nigriceps)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장수황소개미Giant bull ant(Myrmecia sp.)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좌)황소개미 bull ant (Myrmecia sp-horz) 와 (우) 썩은나무둥지개미(Rhytidoponera sp.)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노랑꼬리개미Golden-tailed Spiny Ant(Polyrhachis ammon)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불개미아과(Formicinae)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질병 예방과 치료는 물론, 항생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장내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체대사조절, 인체 면역체계, 대사기능, 신경조절은 물론 암이나 만성질환 등 각종 질병과 성격, 행동까지 좌우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유칼립투스뿐만 아니라 모든 식물의 독성을 분해할 수 있는 곤충 애벌레의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신약 개발과 질병 예방에 관한 연구가 가능성을 넘어 현실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꿀벌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좌)대모벌과, (우)뒤영벌과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맵시벌과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에서 ‘멸종위기종을 함께 지키자’는 주제로 일주일 간 선진화 된 호주 보전 기관들을 둘러보면서 8목 32과 58종의 곤충을 스마트 폰으로 촬영하며 관찰했다. 자연이 가치라는 국민적 공감이 형성되어 있고, 일상에서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호주인들. 그들과 잘 어울려 함께 사는 생물들이 다채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


각다귀과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똥파리과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집파리과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파리매과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점박이키다리파리 Condylostylus nebulosus / 홀소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참조: 국명은 편의상 필자가 영명과 학명을 근거로 이름 붙임)

※참고 문헌
- Fox, Laurel R., and B. J. Macauley. "Insect grazing on Eucalyptus in response to variation in leaf tannins and nitrogen." Oecologia 29.2 (1977): 145-162.
- MACAULEY, BARRY J., and LAUREL R. FOX. "Variation in total phenols and condensed tannins in Eucalyptus: leaf phenology and insect grazing." Australian Journal of Ecology 5.1 (1980): 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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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동아사이언스의 동의를 얻어 발췌한 기사이며, 이강운 소장의 주요 약력은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부회장 /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 국립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겸임교수 / 저서로는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Caterpillars of Moths in Korea)>(2015.11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캐터필러>(2016.11 도서출판 홀로세)가 있다.
이메일 : holoce@hecri.re.kr       


 

글·사진_이강운 소장 ·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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