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정원’이야기

서울문예마당·환경조경나눔연구원·라펜트 주최 영상토크쇼
라펜트l기사입력2019-02-19

 


(왼쪽부터) 한승호 (사)서울문예마당 이사장, 조경진 서울대 교수, 최신현 (주)씨토포스 대표, 이주은 팀펄리가든 대표, 안계동 (주)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강철기 경상대 교수

당신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인가?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정원’에 대한 의미와 이야기가 있다.

(사)서울문예마당과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라펜트가 주최하는 영상토크쇼가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 이야기’을 주제로 지난 15일(금) 스페이스락에서 열렸다.

이날 상영된 영화 ‘타샤 튜더 Tasha Tudor : A Still Water Story(2018)’은 세계에서 사랑받는 『비밀의 화원』, 『소공녀』 등 명작을 남긴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0만 평 대지를 천상의 화원으로 일구며 꿈꾸는 대로 살았던 자연주의자이자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을 들여다볼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살아요. 그래서 놓치는 게 많죠. 사람들이 행복의 비결이 뭐냐고 물어요. 저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삶을 살라고 답하죠. 나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일도 많고요. 이렇게 앉아서 음미할 수 있어 정말 좋아요. 꽃, 수련, 석양, 구름, 자연에 모든 것이 있어요. 인생은 너무 짧아요. 즐겨야죠. 그렇지 않나요? - 타샤 튜더
조은영 전주대 영미언어문화학과 교수는 “비전을 가진 사람은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추구한다. 사람들이 ‘수제’에 열광하는 것은 효율성과 합리성만을 추구하는 ‘인위적인’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타샤의 정원 또한 효율적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아티피셜’한 정원이 아닌 자연에 의미를 두고 가꾸며 삶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정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샤튜더는 ‘비저너리’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영화를 감상한 다섯 명의 토론자는 저마다의 정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경진 서울대 교수는 “타샤의 삶이 지향하는 가치는 세상과 다르다. 내면을 되돌아보고 소유하지 않는 것임을 느꼈다”며 “그동안 자연에 대한 감수성, 알고자 하는 욕망이 취약했으나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정원을 자주 가꾸기 위해서는 식물원을 자주 가야한다. 외국도시에는 두세 개씩 있는 식물원이 서울에도 생겼다. 개발과 발전의 시각을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최신현 (주)씨토포스 대표는 정원에 대해 ‘내면에서 나오는 기쁨’이라 정의했다. “성경의 에덴동산이 결국 기쁨을 나타내듯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의 기쁨을 표현하는 장소가 정원이기에 내면이 죽어있다면 아무리 예쁜 정원도 죽은 정원”이라며 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원을 가꾸는 과정 자체를 ‘관계맺기’라고 표현했다. “정원은 그 땅에 적합한 식물들을 알아가고 조화롭게 관계를 맺으며 식물들이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식물의 이름을 알고 색깔이 뭔지 아는 것을 넘어 그 식물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원은 자연이 아닌 사람이 만드는 경관이다. 식물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걸면 그들이 춤추는 게 느껴진다. 한여름 식재시 가지하나 안 자르고 심었는데도 죽지 않았다. 사랑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경진 서울대 교수, 최신현 (주)씨토포스 대표, 이주은 팀펄리가든 대표, 안계동 (주)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강철기 경상대 교수, 조은영 전주대 교수

이주은 팀펄리가든 대표는 봄부터 다시 봄에 이르기까지 같은 식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눈여겨봤다고 한다. “경력단절 이후 다시 정원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난 후, 하나의 식물원을 10개월 동안 매주 찾으며 계절의 변화를 몸소 체득했다. 설계에 많은 도움을 주더라”라고 소회했다. 이주은 대표는 하나의 식물을 세 곳에 심어본 뒤 가장 잘 자라는 곳에 더 식재한다고 한다. “정원을 디자인한다기보다 식물들이 잘 살 수 있는 장소에 심어주는 것이 진정한 정원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원을 통해서 스스로가 완성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가드닝을 하는 모든 분들도 이를 느끼며 정원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원은 육체가 움직이는 것을 원하는 본능을 채워주며 미를 추구하게 한다. 그래서 정원이 계속 발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안계동 (주)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는 직업으로서의 정원과 삶을 담는 정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직업으로서 조성하는 정원은 아름답지만 삶을 담을 수가 없다. 반면 타샤의 정원은 기술적 아름다움은 덜하지만 아름답다 느끼는 것은 삶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독주택에 3평 텃밭과 15평 정원을 만들었다. 비싼 나무 대신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것으로 꾸렸다. 비싸고 아름다운 정원보다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정원이다. 그런 정원을 가꿔보시길 바란다”고 권했다.

강철기 경상대 교수는 ‘불행을 느끼기에 인생을 짧다’는 대목이 가장 감명 깊었다 말했다. 타샤 튜더와 비슷한 사람으로 신사임당을 꼽았다. “우리나라 화폐에는 초충도, 월매도, 풍죽도, 포도, 소나무, 매화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식물그림이 많다”며 식물과 가까이 하는 삶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한승호 (사)서울문예마당 이사장(한설그린 대표)은 “정원은 주인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 남이 가꿔주는 것은 진정으로 정원을 가꾸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원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편 (사)서울문예마당은 3월 15일(금)에는 영화 ‘플라워쇼’ 상영과 함께 토크쇼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승호 (사)서울문예마당 이사장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