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사회적 도시농업의 필요성과 조경의 역할

글_오충현 논설위원(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9-02-24

 

사회적 도시농업의 필요성과 조경의 역할



_오충현(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2000년대 이후 수도권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된 도시농업 운동은 이후 2011년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세계적으로 도시농업은 그동안 여러 가지 경위로 추진되었다. 대부분 그 출발은 도시내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출발하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구빈원 운동이나 얼롯먼트와 같은 도시농업 운동이 대표적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1차 세계대전 중에 도시지역 저소득층의 원활한 채소 공급 등을 목적으로 진행된 슈레버 가든과 같은 분구원 운동(클라인넨가르텐) 등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유럽이외에도 세계적으로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다. 2차 세게대전 이후 홍콩의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전쟁 미망인 지원을 위한 도시농업운동, 세르비아 내전 이후 전쟁 미망인을 지원하기 위한 도시농업 운동이 대표적이다. 조금 다른 경우이지만  미국이 쿠바 경제봉쇄 이후 진행된 쿠바의 도시농업운동도 이런 움직임과 유사한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도시농업 운동과는 조금 출발을 달리하고 있다. 6.25 이후 우리나라는 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빠른 시간에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도시문제들이 발생하였고, 도시화의 진행이 어느 정도 안정된 1980년대 이후 도시민들의 여가활동 일환으로 주말농장 운동이 진행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농산물 안전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도시민들이 먹을 것을 직접 재배하자는 움직임이 이에 덧붙여지면서 도시농업이 크게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배경으로 인해 우리나라 도시농업에서는 주말농장을 중심으로 채소와 같은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형식의 도시농업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들도 발생하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시농부들이 상추를 수확할 시기가 되면 그 물량이 많아서 상추가격이 하락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급하는 주말농장이 주변 농민들이 운영하는 주말농장에 비해 공급 비용이 저렴하여 주말농장 운영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과 같은  경우들이다. 또한 공급되는 주말텃밭 등이 부족하다보니 주말텃밭 추첨에서 탈락하거나 도시농업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이 지방자체단체에서 시행하는 도시농업이 일부 시민만을 위한 선심성 사업에 해당한다고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도시민들이 도시농업을 통해 텃밭 경작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여가활동 기회 확보, 건강 유지, 이웃과의 교류 등과 같은 다양한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농민들이 피해를 보거나, 도시농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불만을 가지게 된다면 이것은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이 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도시농업이 가지는 이런 문제점을 우리보다 앞서 도시농업이 진행된 유럽 및 일본에서는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여러 가지 대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사회적 도시농업이라고 하는 범위 안에서 살펴보고 우리나라 도시농업의 발전 방향과 이 과정에서 조경 영역에서 지원하거나 참여해야할 분야에 대해 검토해보고자 한다. 

사회적 도시농업이란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도시농업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채소 등 작물 경작위주의 도시농업에서 탈피하여 사회적 취약계층을 고려하고, 도시농업을 통해 도시열섬현상이나 미세먼지 문제 해결, 물이나 물질순환과 같은 도시환경 개선 방안 마련, 도시의 미관 개선, 다양한 시민들의 직간접적인 참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참여와 같은 다양한 가치와 기능을 추구하는 도시농업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위해 광장과 같은 공간에 도시농업장소를 마련하고, 이곳에서는 도시농업활동 외에 다양한 휴식활동이 가능하도록 퍼걸러와 트렐리스, 벤치 등의 편익시설을 제공하는 도심공터정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도시농업이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에게도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도시경관개선, 열섬 저감, 미세먼지 저감효과와 같은 환경개선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농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도시농업 공간에 빗물을 활용할 수 있는 빗물이용 공간, 음식물 쓰레기 등을 비료로 만들 수 있는 순환처리 공간, 목공 등을 할 수 있는 목공방,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주방 공간,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할 수 있는 카페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공간을 조성하여 도시농업 공간이 도시민들의 다양한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 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는 공원이나 정원에 먹을 수 있는 과실나무나 채소 등을 함께 심는 먹거리정원을 조성하여 도시녹지 조성과 관리와 도시농업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분구원의 분양대상을 취약계층으로 한정하여 취약계층의 여가활동 및 채소공급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분구원의 운영을 작물 심는 공간 1/3, 화훼류 심는 공간 1/3, 휴식공간 1/3의 원칙을 마련하여 분구원이 단순히 채소 공급과 같은 농산물 공급 기능 외에 도시경관 개선과 휴식장소 제공 등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농업도 이제는 단순한 농산물 생산에서 벗어나 취약계층 지원, 도시환경과 경관을 개선할 수 있는 도시농업으로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교외지역이나 일시적인 공터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도시농업 공간을 공원, 광장, 가로와 같은 시민들의 일상생활 공간으로 끌어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경작의 즐거움을 느끼고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도 도시농업을 통해 사회적 도시농업이 가지는 다양한 기능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회적 도시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농업에 대한 지식 외에 가드닝이나 옥외시설물 설치 등과 관련된 조경이나 건축분야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도시농업에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낼 수 있는 시민참여와 관련된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 아직은 이와 같은 사회적 도시농업 수요에 대한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관행적인 도시농업이 주로 추진되고 있다. 조경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잘 인식하고 도시재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과 조경가, 도시농업활동가가 함께 연대하여 사회적 도시농업을 활성화하여 도시를 보다 쾌적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노략해야 한다. 
글_오충현 교수 ·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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