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가의 다양한 정체성, 아티스트와 코디네이터

한국조경학회, 박경의 소장·안동혁 차장 특강
라펜트l기사입력2019-04-02

 



2019 (사)한국조경학회 춘계학술대회의 세션 중 하나로 ‘학부생을 위한 젊은 조경가 ‘조경이상’과의 모임’이 지난 29일(금) 서울시립대 미래관에서 열렸다.


‘영국에서 온 조경 아티스트와 미국에서 온 조경 코디네이터’를 주제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박경의 LP SCAPE 소장과 안동혁 대림산업 차장이 수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용준 (주)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이 사회를 맡았다.


박경의 소장은 아티스트 성격이 강한 조경가의 프로젝트들을 소개하며 “공간마다 과학적인 분석과 예술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하지만 때로는 과학적인 분석이나 예술적 느낌이 중요하지 않은 공간도 있다”며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예를 들면 사용자로 하여금 직관적으로 감탄을 불러일으켜야하는 곳에서는 스케일을 다르게 한다거나 생각의 전환이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제주도 ‘드림타워 카지노 프로젝트’의 경우 화산섬인 만큼 용암이 특징이기에 수영장을 푸른색이 아닌 붉은색으로 조성했으며, ‘영스트릿 토론토 프로젝트’의 경우 가로등에 와이어를 심어 여름에는 위에서 물을 뿌려 시원한 공간을 연출하고, 겨울에는 추운 날씨를 고려서 물줄기를 따라 얼도록 해 새로운 경관을 만들어냈다.


이용자들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그 나라에서 소재가 의미하는 바도 생각해야 한다. 타이완이나 홍콩에서는 바나나나무는 귀신이 뒤에 숨어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고, 중국의 경우는  파이낸셜 빌딩 앞 수경공간은 물을 밖으로 흐르면 하면 돈이 나간다는 의미가 있어서 안으로 흐르게 하는 등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똑같은 오브제가 있더라도 조명의 연출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설계를 할 때 조명까지도 고려하는 디자인을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안동혁 대림건설 차장은 코디네이터 성격을 띠는 조경가로서의 프로젝트들을 준비했다.


안동혁 차장은 “코디네이터는 조정, 중재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조경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까이는 건축이나 엔지니어, 클라이언트, 민간 공공단체, 더 나아가서는 도시나 국가와 협의해야하는 한다. 조경가는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것만이 아닌 실질적인 공간을 만들면서 공공의 영역,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컨설턴트”라고 설명했다.


뉴욕 ‘하이라인’이나 필라델피아 ‘Race Street Pier’등은 철거될 고가도로나 폐구조를 공원화한 사례로, 시나 민간단체, 시민들을 설득하거나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과정들이 필요했다. 소속된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그 나라의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로컬과의 협업은 필수적이기도 하다.


안동혁 차장은 “디자인이라는 건 단순히 그림이나 도면 그 자체만으로 끝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화될 때까지 수많은 협의, 설득, 타협이 필요하고 일정부분 물러서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이 디자인이라고 본다”며 “좋은 조경공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위치에서 조경설계를 이해하고 서포팅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디자이너가 건설사로 간 이유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박경희 소장과 안동혁 차장, 조용준 소장 모두 해외유학 경험이 있어 유학의 이점이나 진로설정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다. 세 사람은 설계에 대한 갈증이나 다양한 경험을 위해서라면 유학을 추천하지만 디자인적 스킬향상이나 ‘유학파’라는데서 얻어지는 것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했다.


박경의 소장은 미국과 영국, 독일을 경험했으며 실질적인 내용을 공유했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곳은 미국이고 석사과정은 2~3년인 반면, 영국 1~2년으로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과 영국은 언어점수가 필요한 반면, 독일은 언어가 부족해도 일단 합격을 주고, 1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준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취업 후 기술사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최소 2년 이상의 경력과 시험 대신 9가지 단계를 거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소장은 직원을 적어도 9단계를 거치도록 하며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덧붙였다.


조용준 소장은 한국에서 7년 일하다 유학을 간 케이스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이상적이고 실무를 통해 체득한 경험은 현실적이다.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실현가능성을 생각하며 좋은 효과를 얻었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미국 회사에서 일을 할 때 기본적 노하우와 작업속도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국의 실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안동혁 차장은 “펜실베니아 대학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하며 조경 이상의 것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에서 취업을 한 뒤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실무를 하면서 건축 등 타 분야와의 협의과정에 무언가를 배우며 조경영역 밖의 것들을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교생활에 있어서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안동혁 차장은 “전공이든 교양이든 발표를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로 삼고, 주어진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용준 소장은 “인턴과정을 거치며 회사들이 어떤지를 경험해야 설계가 무엇인지, 회사와 자신이 잘 맞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졸전의 결과에 좌지우지 하지 말고 원하는 일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경의 소장은 “공모전에 참여하는 등 개인의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좋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디자인을 잘하고 손을 잘 쓰는 것보다는 통찰력과 남다른 시선이 더 중요한 능력이기에 초반 단계에서 스스로를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사진_서민정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다른기사 보기
tjalswjd0101@naver.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