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도시경관에 있어서 관계미(關係美)란

글_정태열 논설위원(경북대 조경학과 부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9-06-02

 

도시경관에 있어서 관계미(關係美)




_정태열(경북대학교 조경학과 부교수)




도시경관에 있어서 아름다운 풍경이란 어떤 것일까? 조금은 난해한 주제를 가지고 생각해 보기로 한다. 왜냐하면 “아름다움”“풍경” 모두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경관법 제정 후 2013년에 전면적으로 개정함으로써 우리국토의 모든 분야에  경관을 고려한 공간 창출의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견해는 각양각색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법이 모든 것은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도시에 있어서 아름다운 경관이란 어떤 것일까?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정의 및 해석들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기가 힘들다고들 한다. 그럼 경관의 정의부터 집고 넘어 가보자. 경관의 정의를 강의에서 처음 접한 것은 대학원 석사과정 경관공학 수업시간에 나까무라 요시오(中村良夫) 교수님께서 “景觀이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바라보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환경에 대한 인간의 평가와 본질적인 관계가 있다고 생각 된다. 이때 환경이란 일반적으로 생활하는 주체 즉 인간과 기능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사물” 이라고 하셨다. 이때 인간은 동일한 사물을 보고도 그것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아름답다, 추하다, 쾌적하다, 불쾌하다 등” 각양각색이라고 한다. 이처럼 동일한 사물을 보고 각자 다르게 느끼는 것은 사물을 보는 주체 즉, 보는 사람의 가치관, 문화적 배경지식, 취향 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하물며 그때의 기분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나까무라 요시오 교수님은 景觀“대지의 시각상과 인간의 정신이 만나는 곳에서 발생하는 수수께끼”라고도 하셨다. 따라서 경관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실체인 사물과 그것을 보는 사람이 필요하며, 사물과 인간이 만났을 때 그 관계(關係) 속에서 비로소 경관이 탄생한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경관”이란 사람과 자연, 자연과 자연, 자연과 사물,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조화롭고 온전한 관계를 구축할 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로 형성된 것이 우리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인상을 준다고 생각되며, 이러한 것이 아름다운 경관이라고 할 수 있다. 

관계(關係)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 사이에서도 관계가 좋은 사람이 친구가 되기 쉽다. 이때 사람들의 관계를 좋게 하는 것은 같은 나라, 지역, 고향, 학교, 직업, 취미, 음식, 관심사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럼 도시경관에 있어서 관계를 좋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도시에 새로운 것을 만들 때 그 환경에 익숙하고 친숙한 관계를 결정하는 첫 번째는 건물 및 구조물의 형태, 특히 지붕의 형태 및 크기가 영향을 크게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색상(풍토색, 환경색)이다. 풍토색의 예로 이탈리아 피렌체는 그 지방의 흙으로 구우면 기와가 적색으로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붕이 적색으로 변하여 피렌체 도시의 이미지를 향상시켰고 그 결과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의 명풍경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환경색의 예로는 그리스의 산토리니의 강열한 햇빛에 대응하기 위해 벽면에 흰색으로 칠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해안가 “언덕위의 하얀 집”의 이미지를 고착화 시킨 해안의 명풍경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재료라고 할 수 있다. 피렌체처럼 지역의 재료(흙)만을 사용하여 의도치 않게 적색 지붕으로 통일감을 주어 도시경관의 매력을 증폭시켰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스케일감이다. 현대 도시공간의 건축물의 초대형화의 해결 방안으로 주변 건축물의 크기와 어울리는 건축물의 수직 및 수평 분절화로 관계미를 높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이나 예술분야처럼 극과 극이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조건은 그 분야의 최고가 만나야만 비로소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도시경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좋은 사례로는 호주의 멜버른이 “전통과 첨단”의 만남으로 도시미 창출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아펜니노 산맥을 배경으로 한 피렌체의 풍경 / ko.wikipedia.org


그리스 이메로비길에서 본 산토리니의 풍경 / ko.wikipedia.org

다음은 도시경관에 있어서 관계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건물의 형태 및 색상의 관계가 좋지 않아 경관의 혼란을 야기 시킨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도시경관의 관계미를 설명하는 자료로 본인이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는 경북대학교의 본관과 그 주변 건물과의 관계미를 보고자 한다. 본관은 1956년 3월에 착공하여 4년 후 1960년 4월에 준공했다. 설계는 조자룡(趙子庸)교수님이 최상층의 돔은 석굴암, 열주(6개의 기둥)는 덕수궁의 기둥, 현관 계단은 불국사의 청운교 및 백운교를 모티브로 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본관은 경북대학의 얼굴(랜드마크)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각종 홍보자료의 표지 및 HP의 메인 컷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본관의 수난이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50년 이상 본교의 얼굴로 사랑을 받다가 새로운 랜드마크인 KNU 글로벌플라자의 개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플라자는 2012년 “제21회 대구시 건축상 대상” 공공부분 은상을 수상한 것으로 건축물 자체를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도시경관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만약 글로벌플라자를 설계한 건축가가 적어도 50년 이상 대학의 얼굴로 살아 준 본관에 대한 배려(지붕 형태나 수직성이 강한 벽면)를 했더라면 본관과 함께 홍보물 및 HP에 등장했을 텐데 불행하게도 최근에는 글로벌플라자가 사라지고 있다. 왜냐하면 경관에 있어서 관계미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여 본관을 보여주는 얼짱 각도를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경북대학교 홍보물 본관 전통 뷰, 경북대학교 홍보물 본관 최근 뷰

다음은 색상의 사례를 소개 하고자한다. 도시경관에 있어서 건물의 형태보다 더 난해한 것이 색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례로 고속도로 남대구 IC 부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왜냐하면 색상이 대구(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바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본 건축물은 「세계적인 건축그룹이 패브릭(FABRIC, pleating&motion)을 디자인 모티브로 하여 아파트 외관을 특화」(그림1과 인용문은 2차 분양 홍보자료 참조)했다고 한다. 혹자는 “섬유도시”인 대구의 뚜렷한 정체성을 만들어낸 컬러성이 짙은 아름다운 아파트 디자인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홍보자료의 색상과 시공된 색상의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다(그림1, 사진5). 물론 그래픽 작업을 할 때 시판되는 도료를 사용하여 시뮬레이션(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 도 있음)을 하더라도 심의 할 때의 화면이나 출력물과 시공 할 때 시뮬레이션에 사용한 실제 그 번호로 도색을 했을 경우의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경관 심의의 색채부분은 그 지역의 중요한 건축물 혹은 대규모의 건축물 경우 현장심사를 추가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경관심의용 색채계획은 그래픽 작업의 결과물로만 심의를 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으므로 실제 건물 전체를 도색을 하기 전에 부분적으로 도색하여 심의위원들이 현장에서 주변건물 색상과의 조화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 된다.


색상사례 아파트 조감도(홍보물 인용), 색상사례 아파트 고속도로에서 조망

도시경관에 있어서 관계미(關係美)를 좋게 하는 것은 “내가 제일 잘 나가”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에 대한 배려(좋은 관계)가 우선된다면 시간이 지나며 점점 우리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인상을 부여하여 아름다운 도시경관이 창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사진_정태열 부교수 ·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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