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함께 향유하는 삶의 아름다움″

한국조경학회, ‘정원, 삶을 바꾸다’ 주제로 컨퍼런스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19-10-06

 


정정수 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원장, 조연숙 음악인, 김미화 방송인, 이상석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미술, 음악, 방송분야의 사람들이 삶과 밀착된 정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새로운 변화의 가치를 함께 생각해보기 위한 시간이 마련됐다.

2019 서울정원박람회 컨퍼런스가 ‘정원, 삶을 바꾸다’를 주제로 지난 4일(금) 서울스퀘어 3층 중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상석 (사)한국조경학회 회장은 “3년 전 아파트를 나와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후회도 많이 하고 불편했으나 요즘은 세상을 사는 중심이 바뀌는 느낌이. 정원이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때에 ‘정원’과 ‘삶’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편안하게 이야기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미술분야에서는 정정수 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원장이 ‘아름다움은 자기다움이다’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정정수 원장은 “자연은 가식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이 자기답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며, 자기다운 것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며 “자기 것을 잊어버리고 남의 것을 흉내 내거나 남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아름다움에 해가 될 뿐”이라며 자기다움과 공생의 아름다움을 설명했다.

그는 자연 속에 인위적으로 만든 시설물을 조성할 때도 자연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리나 난간을 나무로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수공간’을 조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연못을 만든다면, 몇 년 사이 연꽃이 못 전체로 번식하지 않도록 연못 바닥면을 처리하고, 물에 비친 하늘과 건너편을 담는 거울로서 공간의 조화를 이룬다.

정 원장은 나무 본연의 모습을 해치고 동그랗게 전정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인간중심적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 지적하며, “정원을 만들고 가꿀 때는 사람의 손이 닿지만 인위적이되 작위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디자인에 있어서 ‘기능’은 ‘형태’에 우선한다며 기능이 충실하면 디자인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무를 기하학적인 형태로 전정한다 하더라도 생울타리나 기둥의 역할을 하기 위해 사각형으로 전정한 유럽식 조경은 동그랗게 전정해버리는 일본식 조경과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파고라도 마찬가지다. 본래 파고라의 기능은 식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나, 지금은 사람이 이용하기 위해 식물이 절대 닿을 수 없도록 시멘트 바닥에 파고라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정수 원장은 파고라를 설치할 때, 그 기능을 유지하되 공간에 맞게 직접 디자인하면서 이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아이들 놀이시설이 20~30%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하기만 한 것은 교육적이지 못하다. 위험성이 있어야 아이들이 조심도 해야한다는 교육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정 원장이 디자인한 어린이 놀이집은 4개의 입구마다 위험도가 달라 스스로 선택해 모험할 수 있도록 하고, 집 바닥의 기울기도 달라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은 탐구적이다. 모든 사물을 살펴보고 놀이감으로 만들기에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외형보다 본질에서 찾아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으며 대상을 이해하게 된다”고 전했다.



음악분야에서는 조연숙 음악인이 ‘19세기 독일정원에서 들리던 문화의 소리’를 주제로 ‘정원음악’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19세기 독일의 산업화된 도시는 일자리를 찾는 인구들이 몰려들어 대도시화되고, 그 여파로 시민들의 샹활공간은 갈수록 좁아졌다. 전원풍경을 접하기 어려워진 도시민들은 이전 시대 귀족들이 개방한 정원을 찾으며 그곳에서 문화를 향유했다.

19세기 독일의 풍경식 정원은 ‘소통’의 장소로 활용된다. 시민들은 정원을 생활공간의 확장된 일부로 인식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문화적 활동 중 하나인 음악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 ‘문화적 소리’는 개인의 생활정서음악이자 타인과 즐길 수 있는 오락음악이며, 동시에 정원의 기능성을 높이며 시민의 높은 삶의 질을 유도하는 ‘정원음악’이라고 설명했다.

풍경식 정원의 자연적 분위기는 사람들, 특히 작곡가들로 하여금 즉흥적 표현으로 음악을 하도록 했다. 뻐꾸기 소리를 노래로 부른다거나 바람이 연주하는 악기를 들으며 감정을 건강하게 소비하도록 한 것이다. 심포니, 접속곡, 춤곡, 합창 등이 유행했으며, 귀족들만이 향유하던 어려운 음악들도 쉽고 단순한 선율로 바뀌어 불렸다. 춤을 추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자연물을 노래하는 음악들도 많았다. 괴테의 시 ‘들장미’는 40여명의 작곡가가 각기 다른 분위기로 작곡해 사람들은 그때그때 자신의 정서에 맞는 ‘들장미’를 선택해 듣는 것이다.

조연숙 음악인은 “자연은 시각적 환경을 제공하고, 새소리,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청각적 환경을 제공해준다. 환경은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준다. 19세기 독일의 풍경식 정원은 감성을 소통하는 음악을 하도록 했다”며 “정원을 생활공간의 연장으로 인식하면서 문화적 활동, 문화적 소리의 영향으로 건강한 정서를 다지기 시작한 19세기 독일의 정원음악처럼 각박한 도시에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자연, 공원이 들어섰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미화 방송인은 ‘가드니스타 김미화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본인의 삶을 공유했다.

시골에 집을 짓고 산지 15년차인 그녀는 자연속에서의 삶이 처음부터 녹록치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씨를 뿌리고 충분히 기다려서 싹을 틔우고 열매를 수확해 나누는 농부의 삶에서 조급하고 치열했던 이전의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러한 농부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8년 전 논밭 한 가운데 ‘호미’라는 카페를 차렸고, 카페를 찾는 이들을 위해 동네 사람들과 나눈 꽃씨를 심은 것이 정원의 시작이다. 동네사람들의 나눔으로 조성된 터라 대부분 자생식물로 이루어진 정원에서 각종 문화공연을 유치하면서 동네 문화놀이터로 재탄생했다.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온 동네가 정원이 되는 것’이다. “집 앞에 조성된 꽃밭은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스스로 난 것처럼 보이나 온 동네 사람들이 꽃을 사랑하기 때문에 심고 공유하며 향유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원을 알리는데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권진욱 영남대 교수, 이애란 청주대 교수,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각계의 전문가들에게서 정원과 삶의 이야기를 들은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은 “‘정원’을 소재로 ‘시민’들이 ‘공감’한다는 것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정원은 혼자 가꾸고 혼자 치유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에서 정원을 어떻게 향유하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애란 청주대 교수는 “정원은 책에서 보고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교육’차원이 아닌, 학교 밖을 넘어 직접 손으로 흙을 만지고 만들어보는 ‘학습’이 돼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 학습은 과거의 기억, 우리 것을 찾는 본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인위적이고 계산적인 정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권진욱 영남대 교수는 “정원을 학문으로 먼저 대했으며 아름다움을 보는 눈 또한 감성미학보다는 형식미학으로 접근해왔는데, 인문학적 사고를 통한 정원설계를 한다면 시각적 전달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정원과는 다른 정원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태경 강릉원주대 교수는 “하루를 정원 가꾸는 일에 할애했던 날, 대부분의 시간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에 사용하던 전과 달리 스스로가 마음을 둔 일에 온전히 사용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정원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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