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시대, 일상 속 정원의 역할은?

산림청 국립수목원, ‘2022 국제정원심포지엄’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22-10-19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022 국제정원심포지엄’을 7일(금)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정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관심을 유지하려면 정원 역시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진화해야 하며,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정원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022 국제정원심포지엄’을 7일(금)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세종시가 주최하는 ‘2022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의 일환으로 열렸다.

올해로 7번째를 맞이하는 국제정원심포지엄은 ‘우리 일상 속에 정원의 역할’를 주제로, 국외 정원 선진국들의 정원문화 발전 사례를 나누고, 정원산업 기반을 다지는 밑거름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요람에서 새로운 요람으로, 정원은 ‘반복형 생애주기’


권진욱 영남대 교수

권진욱 영남대 교수는 ‘정원에 대항한 정원의 생애주기’ 발제를 통해 정원의 생애주기 유형을 알아보고, 정원의 생애주기를 늘릴 수 있는 방안과 기존 정원의 관습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생애주기의 세 가지 유형을 소개했다. ▲잠복-발생-상승-절정-쇠퇴의 과정을 거치는 ‘일반형 생애주기’ ▲이슈가 발생함과 동시에 절정에 달했다가 쇠퇴 및 소멸기에 접어드는 ‘속보형 생애주기’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발생-증가-절정-쇠퇴를 거쳤다가 소멸하지 않고 다시 증가-절정-쇠퇴의 주기를 반복하는 ‘반복형 생애주기’가 그것이다.

정원은 인간이 바라는 유토피아의 모습과 흡사하며, 늘 디스토피아적인 도시와 대조되며 언급돼 왔다. 미국 최초의 도시계획이 실현된 조지아주의 서베나는 일정 면적이 공공정원으로 조성됐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 같은 일은 여러 도시에서 일어났으며 그렇게 정원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러나 오늘날 다시 정원이 회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시 인프라가 공공정원의 모습으로 등장했고, 도시재생의 방법으로 정원이 채택되고 있다. 권 교수는 “이러한 사실에서 정원은 ‘반복형 생애주기’를 가지며 살아감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다시 부활하는 정원의 생애주기를 늘리는 방법은 현대 도시 물성으로부터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 도시공간을 이분법적이거나 기호학적인 모델이 아니라 환경 진화에 따른 생물학적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도시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수용하는 공공정원의 형태가 요구된다. 이는 지구 자원에 대한 생태적 유한성, 종 다양성 확보를 위한 지구환경의 혼합, 그리고 정원이 인류를 위한 보호지대라는 것을 의식을 가졌을 때 탄생할 수 있다.

정원의 의미와 가치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으며, 문화적 양상이 혼합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정원은 즐거움의 공간이자 기후변화나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공간이고, 작업 공간이자 생산 환경이며, 문화적, 생태적, 사회적 역할을 실행해야 한다. 또한 전통, 문화, 생태 등의 개념도 복합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주거, 직장, 그리고 공동체 생활영역에서 정원을 도시 인프라로서 마주하며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좋은 정원문화는 정원의 수명을 늘리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기존 정원의 관습에 대응하는 주요 전략으로 ▲공간 운영 프로그램으로서 서로 다른 성격이 공존하고 하나의 균질적 단위로 환원되지 않는 이질적인 것들을 배열하는 ‘모자이크 문화’와 ▲정원 공간에 대한 관점으로서 도시공간에 자연과 인공, 공적 가치와 사적 이용, 세계 시장과 지역적 장소 사이로 스며 들어 결합하는 ‘역공간(리미널 스페이스)’을 제안했다. 즉,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을 교체하는 지역에 어떻게 하면 공공정원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찾는 일환이다.

또한 ▲환경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가치나 기능적 특성으로, 환경과 인간과 의도된 관계를 설정하도록 하는 ‘어포던스 디자인’을 통해서 이용자들의 목적에 따른 이용 특성을 고려해 정원을 조성한다면 거대한 정원의 생애주기 안에서 작게 분화된 공간의 생애주기를 설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고령화시대, 노인에게 정원생활 독려는 ‘책임’


미셸 고티에(Michel Gauthier) 캐나다 정원위원회 이사

미셸 고티에(Michel Gauthier) 캐나다 정원위원회 이사는 ‘고령화시대의 정원의 역할’ 발제를 통해 “고령화 시대에 정원은 노인들의 삶의 질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노인들에게 ‘정원생활을 하라’고 독려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원위원회(Canadian Gaeden Council)는 캐나다인들의 웰빙과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 정원이 제공하는 기쁨과 혜택을 위해 정원체험의 발전과 성장을 촉진하고 캐나다인을 정원생활에 참여시키는 것을 미션으로 한다.

특히 캐나다는 올해를 ‘정원의 해’로 선포하고, 대대적으로 ‘Live the Garden Life’ 캠페인을 펼쳤다. 공공정원 방문을 독려하고, 정원 가꾸기의 이점을 알리는 등 정원의 다양한 이점을 알렸는데, 그는 그중에서 원예치료와 치유적 원예의 중요성이 노인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의 19%가 65세 이상인 캐나다는 고령화 사회가 현실화되면서 사회적으로 치매, 지적 신체적 장애, 자폐 스펙트럼, 불안, 스트레스, 우울증, 공포증 등의 문제와 직면하고 있다. 그중 재미있는 것은 노인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 취미가 ‘정원가꾸기’라는 것이다. 정원가꾸기가 주는 인지적/지적,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정신적, 창의적 효과는 다양한 연구로 증명돼 있다.

미셸 박사는 그중에서도 ‘사회적 역할’이 가장 크다고 강조하며 “정원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긍정적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취미와 열정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정원의 해’가 선포된 올해부터 캐나다 원예치료협회는 매주 곳곳에서 강연을 열고, 정원가꾸기에 참여하고 그것이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각 지방정부에서는 자연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한 ‘치료적 정원 테이블’을 마련해 실내에서도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정원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해 노인들이 정원이나 수목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원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동력


리온 클루지(Leon Kluge) 남아공 정원디자이너

리온 클루지(Leon Kluge) 남아공 정원디자이너는 ‘지역사회 발전 및 개선을 위한 가드닝의 역할 및 사례’ 발제를 통해 첼시 플라워쇼를 비롯한 다양한 가든쇼에 참여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이 과정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와 농장, 예술가, 시민, 학생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정원문화에 대해 소개했다.

많은 잠재력을 가진 아프리카. 그중 최남단에 위치한 남아공은 인도양,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에 있으며 기후 역시 다양해 식생과 동물상이 풍부하다. 야생동물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아공에는 2만 여 종의 식물이 살고 있으며 전세계 식물 종의 10%가 있을 정도로 식물의 왕국이다. 리온 정원디자이너는 다양한 식물과 역동적이고 화려한 남아공 문화를 정원에 담아 세계에 남아공과 아프리카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

특히 “가드너는 많은 젊은이들이 아파트에서 자라기 때문에 정원을 접하기가 어렵다. 이들에게 정원이 보다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과학적이고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정원과 식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기후변화시대에 중요한 정원의 요소


애나 아니스코(Anna Anisko) 폴란드 아니스코 조경 건축스튜디오 이사

애나 아니스코(Anna Anisko) 폴란드 아니스코 조경 건축스튜디오 이사는 ‘리빙가든’을 주제로 기후변화시대에 변화돼야 할 공원과 정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원과 정원도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폭염, 물부족 등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시에는 더 이상 새로운 공원을 조성할 공간이 없고, 사람들의 녹지에 대한 수요는 높아져 가고 있기때문에 버려진 땅을 공원과 정원으로 바꾸기 위한 고민들이 시작됐다. 특히 폐철도는 선형공원, 정원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다. 

그녀는 “지역의 자생종을 유지해야 한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손실된 생물다양성에 기여하고 있으며, 생태학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물들은 서로 의존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환경조건에 적응하고 있으며 거기서 자연의 참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물뿐만 아니라 죽은 나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죽은 나무를 치우지 않고 그 자리에 둔다면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가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식물교류의 중요성

윌리엄 프리드먼(William Friedman) 하버드대학교 부속 아놀드수목원 원장은 ‘우리의 인생 정원’ 영상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과의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2019년 국립수목원과 아놀드수목원이 산림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따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자”고 전했다.

아놀드수목원에서 야생채집한 식물의 85%가 해외에서 들여온 것이며, 그중 한국의 식물종은 네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식물탐사는 1905년에 시작돼 1906년, 1917년부터 1919년에 이루어졌다. 그는 당시 한국에서 찍은 사진과 아직까지 식물원에서 잘 자라고 있는 나무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교류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아놀드수목원은 옴스테드가 설계한 곳으로 보스턴에 소재하고 있다. 매일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팬데믹 기간에도 공공보건기관이라는 생각으로 개방을 하기도 했다. 도시녹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의 긍정적 효과들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주지하고 있듯 아놀드수목원은 도심지역의 생물다양성 핫스팟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한편, 김태경 강릉원주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에서 배준규 국립수목원 연구관은 “한국에서는 젊으 세대부터 고령층까지 정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생활밀착형 정원을 조성하고 ▲정원의 인문, 사회 등 다면적 가치를 발굴하며 ▲정원의 산업화와 경제적 가치에 대한 통계를 정리하고 ▲한국정원의 우수성과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며 ▲자생식물을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영태 국립수목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요즘 한국은 ‘정원’이라는 키워드로 전국이 하나가 됐다고 할 정도로 정원에 물들어있다. 올해 크고작은 정원박람회가 10여 차례 열렸으며, 전국에 정원이 많이 조성되고 있다. 최근 정원과 관련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만이 아니라 심신의 문제를 완화하고, 감염병, 대기질, 도시재생과 관련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정원의 공공적 가치를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며 “정책적으로 정원의 저변을 확대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해 모든 시민이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최영태 국립수목원장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