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가로수, 도시 생물다양성의 녹색혈관

최진우 논설위원(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라펜트l기사입력2022-11-03

 

가로수, 도시 생물다양성의 녹색혈관





_최진우 박사(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기후위기는 인권 문제, 생물다양성과 공동 해법 필요 
▸녹지불균형과 사회불평등으로 인해 기후위기 피해도 불평등
▸가로수는 도시기후를 완화하고 시민의 적응에 도움을 주고, 단절된 생물서식처를 연결하는 도시의 녹색혈관
▸가로수는 사회생태적 관점에서 도시생물다양성의 기본 토대
▸가로수를 살아있는 생명으로 대하는 도시의 자세, 나무권(tree rights)을 배려하는 시민의 인식과 행동이 중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개조(champs-élysées revamp)”계획: 2030년 목표로 차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도로를 보행자 전용 녹지로 변경, 4열 가로수 숲 터널, 거리정원 조성 / 출처 PCA-stream

기후위기 시대, 가로수는 도시에 쾌적하고 시원한 녹음을 주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줄여주고, 탄소를 흡수하고 맑은 공기를 제공하고,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가로수는 녹지가 부족한 도시에 야생동물 서식지를 제공하고 단절된 도시녹지를 연결하여 도시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이바지한다. 도시의 외곽산림과 잔존 산림, 공원, 하천 등을 도로변 가로수가 연계하여 도시 생태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가로수는 도시환경 및 시민건강의 녹색혈관 역할을 한다.

도시숲과 가로수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도 기여한다. 도시숲은 서식지를 만들고 개선하고, 생물다양성의 풀을 구성하며, 토양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고, 토지 복구에 기여한다(15번 목표: 육상 생태계 보전). 도시와 주변의 나무와 숲은 탄소를 격리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임으로써 직접적으로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고 에너지절약, 도시 열섬효과 감소, 홍수 완화 등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13번 목표: 기후변화와 대응).

도시개발의 양극화와 사회불평등으로 지역 간 환경불균형이 확대되고 있어 가로수의 녹음량과 생육상태에도 불평등한 양상을 보인다. 녹지결핍 문제는 반인권적 환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녹지불균형 피해는 저소득층, 노약자, 아동, 만성 질환자 등에게 차별적으로 발생한다. 아파트 내 외부에 공원·가로수 많아 기온이 높아도 체감온도는 낮지만, 골목 빽빽한 단독·다가구주택지역은 바람이 적고 바닥 열로 더 뜨거워진다. 도시녹지는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현대 시민은 녹음이 우거진 도시에서 살 권리가 있다. 사회불평등을 증대하는 녹지 불균형 격차를 줄여야 한다. 높은 땅값, 부족한 예산으로 녹지면적 확대가 어려운데, 가로수는 도시 생물다양성 보전과 녹지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기오염과 폭염도 막고 탄소도 흡수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건강해야 하고 나뭇가지와 잎이 많이 달려있어야 한다. 그런데 가로수는 가혹할 정도로 과도하게 잘리고 베어지고 있다. 도시 생물다양성 보전에 가로수의 역할은 온전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서식지를 연결하는 것이다. 나무를 함부로 자르지 않고 잘 관리한다면 시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훨씬 더 많다. 큰나무를 무분별하게 베는 것은 나무의 바이오매스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나무와 함께 어우러진 도시경관, 다양한 생물과 사람과의 상호관계, 아이들의 생태감수성도 사라지게 만든다. 

좁은 보도에 심어진 가로수가 잦은 강전정과 뿌리 훼손 등 잘못된 관리로 인해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광주광역시 화정동과 성남시 분당구에서 민간개발사업 한다며 아름드리 가로수들이 통째로 사라졌다. 인천광역시 계양구에서 바람길숲 사업을 한다며 멀쩡한 백합나무 가로수가 베어졌다. 울산시는 은행나무 열매 냄새 민원이 많아 이식한다며 나뭇가지를 전부 잘라버렸다. 제주시는 도로 확장을 위해 주민들이 아끼는 왕벚나무를 상의도 없이 잘라버려 원성을 사고 있다. 원주종합운동장의 우람한 양버즘나무는 청소가 힘들다며 무자비하게 가지가 잘렸고, 서울시 서대문구 스타벅스 앞의 가로수는 잔인하게 독살되었다. 간혹 가로수가 쓰러져 인명과 재산피해를 일으키기에, 이런 나무들이 위험한 나무로 지목되어 베어질 상황에 있다. 문제가 되는 나무를 사전에 제거하는 땜질 처방이 아닌 위험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여 근본적인 예방적 관리가 필요하다. 

전국의 가로수들이 수난을 겪고 있고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로수를 비롯한 공공수목은 시설물이고, 사유지의 나무는 재물로 처리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나무와 공존하고 자연과 연대하는 생태적 사고가 필요하다. 동물들이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법적 지위를 가져 보호받는 것처럼 도시의 나무를 살아있는 생명으로 존중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 가로수가 도시 생물다양성의 안정적인 연결망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자비한 가지치기 등 잘못된 수목관리 관행을 타파하고, 나무가 안정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뿌리를 보호하고 토양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숲은 생명의 원천이며 각 구성원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통해 조화되는 체계이다. 나무는 숲이 되고 숲은 지구가 된다.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인간과 나무는 함께 살아가야 하며 서로를 아끼고 또 존중해야 한다. 가로수는 우리가 집 문밖을 나가서 가장 첫 번째로 마주치는 자연물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는 동네 주변 가로수를 아끼고 보살피려는 시민의 마음과 행동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무의 존엄성을 보장해주고 고유의 성장방식과 특색을 배려해줘야 한다. 

나무숫자, 1인당공원면적, 생활권 도시숲면적 등과 같은 단순한 양적 지표로서는 도시숲을 통한 탄소저감과 생태계서비스 수준을 파악할 수 없다. 해외 선진 대도시처럼 도시 전체 공간을 대상으로 탄소중립과 생태계서비스를 위한 통합적인 관리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UTC(Urban Tree Canopy)에 기반한 가로수·도시숲의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나무를 심었느냐에 머무르지 않고 얼마나 풍요로운 나무로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향으로 관리목표가 전환되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심은 나무를 건강하게 잘 자라게 관리해서 나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높이기 위해 UTC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도시숲 정책은 이 지표를 현재 21.9%에서 30%로 높이는 목표를 세웠다. 잎을 달고 있는 나무의 총량이 절대적으로 많아야 하고 수관의 면적과 부피를 최대한 늘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뉴욕 트리맵 같은 시민참여형 온라인 나무지도를 제작하여 도시숲과 개별 수목의 탄소흡수, 대기오염 완화, 에너지 절감, 생물다양성 등 생태계서비스 가치를 분석해야 한다. 도시 전체 공간의 수목 바이오매스(biomass) 총량을 산정하고 UTC 기준선을 확립하고 순손실 방지 및 순증대 방향으로 도시숲의 목표를 세우고 이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가로수 인벤토리 조사 활동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에 자연과 공생하며 살아갈 수 있는 마을 공동체의 생태민주주의적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

탄소흡수원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가로수의 바이오매스 총량이 증대되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크게 자란 가로수를 특별히 관리하고, 가로수 제거·바꿔심기·신규조성 승인과 심의를 강화하고, 무자비하고 과도한 가지치기의 금지가 필요하다. 나무가 잘 생육할 수 있도록 뿌리 생육공간을 보호하고, 적정한 토양을 제공하고, 빗물저장 및 관수 시스템을 확충하는 등 생육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가지치기 부산물 및 낙엽 재활용을 위한 퇴비·연료 실용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 도로를 줄이고 숲을 늘려가는 혁신이 필요하다. 도로의 차량 통행량과 차선을 줄여 가로수가 생육할 수 있는 식재기반을 폭넓게 하고 중앙분리대 녹지를 만드는 등 도로 공간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기후위기 적응 대책으로서 도시 폭염·열섬현상·대기오염을 저감하고, 쾌적한 생활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가로수와 도시숲 관련 민관거버넌스의 소통 및 기능을 활성화하고 공동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주변의 30~40년 된 나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정되고 편향된 거버넌스로는 여러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공론장과 민관협치 거버넌스를 민주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나무가 도시라는 복잡한 공간에서 친구 동료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려면 시민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나무를 조사하고 모니터링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지도를 만들고, 일상에서 가로수를 아끼고 돌보는 시민의 활동이 확대되어야 한다. 
글_최진우 박사 ·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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