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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시선] 조망의, 조망을 위한, 조망에 의한 경관관리

변재상 논설위원(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9-08-27
조망의, 조망을 위한, 조망에 의한 경관관리




_변재상(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



경관관리를 위한 핵심 키워드라고 한다면 단연코 경관자원 조사와 조망점 선정이다. 이런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지자체 사업이 하나 있다. 바로 충남 당진시가 올해 말 완료를 목표로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경관자원 조사가 그것이다. 시는 경관계획의 재정비에 앞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경관관리와 형성에 기여하고, 각 부서에서 추진 중인 각종 계획과 사업에도 반영할 수 있도록 경관자원 조사를 진행 중이다. 자치단체가 경관계획 수행과정 상의 일부로 해당지역을 대상으로 경관자원 조사를 진행한 사례는 많다. 다만, 대부분의 경관계획보고서에서 경관자원 조사와 조망점 선정이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의 과정으로만 인식되고 실질적인 관리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보고서마다 다른 조망대상과 조망점에 대한 다분히 편의적인 해석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행정구역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단일 사업에서 경관자원을 조사한다는 점이 본 조사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다. 또한, 국토교통부에서 기초, 광역, 국가 차원의 경관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각 자치단체에 경관자원 조사를 하도록 검토 중인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경관자원 조사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경관자원 즉 경관적인 측면에서 조망대상에 대한 조사는 경관계획에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조망대상을 바라보기 위한 조망점은 어떠한가? 그동안 지자체에서 진행해온 경관계획을 살펴보면 아무래도 조망점 보다는 위의 사례처럼 경관자원 조사에 주로 초점을 맞춰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모든 경관관리 시책은 경관자원 위주의 접근으로 조망대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법률 혹은 규제와 중복되어 그 실효성에서 문제 제기가 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예컨대 자연경관에 대해서는 자연공원법에서의 자연공원 관리정책과 중복되고, 문화 및 역사경관에 대해서는 문화재보호법의 보호구역 내 건축행위 제한 규제와 중첩되며, 고건축물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의 한옥지원조례 혹은 향토문화유산 보호 조례 등과 중복되고 있다. 이처럼 경관자원은 경관계획에서뿐만 아니라, 이미 그 자체로 다양한 각도에서 중요성이 인식되어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경관자원 즉 조망대상 위주의 접근과 함께 보는 주체인 조망점 중심의 경관관리라는 경관행정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보여지는 객체 혹은 대상 위주의 경관관리정책은, 우리나라 경관법이 일본에서 유래한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주 등의 선진국에서의 경관관리 시책은 보여지는 대상보다는 보는 시점 중심의 관리에서 출발한다. 영국 런던의 standard view나 미국 오스틴의 view corridor, 캐나다 뱅쿠우버의 viewcone, 뉴질랜드 웰링턴의 view shaft 등 우수한 경관관리를 실천하고 있는 선진국의 도시들은 각 시마다 법적 조망점들을 모두 조례에 포함하여 해당 조망점에서의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은 도시와 국가가 발전해온 철학과 시대적 배경에 그 원인이 있다. 동양의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은 조망대상 즉 모두가 바라보는 대상을 중심으로 경관보존과 관리의 시책이 집중되고 있는 반면, 서양의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은 내가 보고 있는 위치 즉 조망점에서의 경관과 이에 대한 장애요소를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양에서 시작한 산업혁명과 이로 인한 도시화 그리고 자연 및 문화경관의 파괴에 대응하는 조망점 중심의 대처방식은, 대상 자체를 존중하고 보존한다는 동양적인 접근방식보다는 오히려 내가 위치한 곳에서부터 조망권을 확보하고 관리하겠다는 서양의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에서 기인하였다는 것이 필자의 사견이다. 우리나라 역시 개인의 조망권 보호와 이를 통한 풍류의 향유를 중요한 조망의 가치로 삼고 있었다는 것을 오래된 산수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어디든 경치만 좋다면 그곳에는 어김없이 정자와 누각들이 자리하고 있다.


뉴질랜드 웰링턴의 view shaft / 변재상
 

겸재 정선의 압구정 / 네이버 지식백과

당진시의 경관자원 조사라는 획기적인 사업과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 경관관리를 위한 경관조망점 선정 사업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기 바란다. 물론 당진시와 같이 자연경관이 우수한 지자체에서는 경관자원에서 대한 조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서울시와 같은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경관자원의 조사 못지않게, 이를 바라보기 위한 주체적인 관점에서의 조망점 예컨대 공원, 광장, 시청, 교량, 산정상 등의 훌륭한 조망점 발굴이 중요하다. 실제로 도시경관에서는 50m 높이의 나지막한 이름 없는 구릉지도 보이기만 한다면 훌륭한 경관자원이 될 수 있다. 의미 없는 녹지지만, 도심의 삭막한 환경에 조금이라도 녹색을 볼 수 있는 위치라면 파고라와 벤치가 놓일만하다. 그리고 이러한 곳에서의 조망권은 도시개발에 따라 도시의 구조와 형태가 바뀌더라도 우선하여 보전할 가치가 있다. 조망점은 우리 생활권 주변 예컨대 내 집 앞이 될 수도 있고, 동네 골목길 모퉁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조망점 선정에 따른 재산권 피해를 막기 위해 선정과정 자체에서 주관적인 입장을 배제하고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은 필수 사항이다. 경우에 따라 조망점 선정과 이를 통한 경관관리 나아가 규제에 대한 동의를 얻는 과정이 가장 얻기 어려운 과제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직간접적으로 재산권이 얽혀있는 이들에게는 쉽사리 인정하기 어려운 경관정책이고, 경관자원 조사보다 훨씬 더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이를 풀기 위한 법적 조망점 선정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필요조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는 조망점에 대한 섣부른 지정과 발굴을 주저해 왔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관행정이 보다 선진적인 형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모험이 필요하다. 당진시가 경관자원 조사를 최초의 단독 사업으로 발주한 것과 같이, 조망점 발굴 및 선정에 대한 지자체 차원에서의 경관사업 발주도 필요하다. 각 지자체는 재산권의 유불리 없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도시의 핵심 조망점을 발굴하고 이를 통한 경관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또 하나의 선진적 경관행정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모든 도시에서 사전에 설정된 조망점은 경관관리를 위한 열쇠이며, 나아가 도시 마케팅과 홍보를 위한 중요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잊지 않기를 바란다.
_ 변재상 교수  ·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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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byeon@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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