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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밥 흙에 이끼 이불, 새끼 금개구리 겨울나기 채비

[애니멀피플] 이강운의 홀로세 곤충기
라펜트l기사입력2021-11-23
톱밥 흙에 이끼 이불, 새끼 금개구리 겨울나기 채비


_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부회장




새끼 금개구리가 귀뚜라미를 노린다. 이미 겨울잠에 들어갈 때이지만 인공증식 때 어려움으로 미처 못 자랐다. 이들이 어떻게 무사히 겨울을 나도록 할까.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눈보라로 바뀌며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며칠 전 갑자기 떨어진 온도로 나뭇잎이 고운 잎으로 바뀌기도 전에 말라 비틀어졌는데,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울긋불긋했던 높은 산마루의 단풍이 눈보라에 속절없이 떨어진다.

바짝 말라버려 서걱거리는 낙엽들 사이로 왕침노린재가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어렵게 자리를 잡는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온도와 엄동의 한겨울을 편안하게 버틸 안전 가옥에 들어가야 하므로 신중하게 장소를 고른다.


낙엽 속에서 겨울을 보낼 자리를 찾는 왕침노린재.

소나무하늘소는 나무껍질을 방패막이로 소나무 껍질 속으로 들어가 자기 몸에 맞는 맞춤형 원형 집을 만들어 아예 터를 잡았다.


소나무 껍질을 파고들어 월동하는 소나무하늘소.

홀쭉해진 북방산개구리는 계곡의 빠른 물살에 쓸려내려 가지 않도록 돌 밑으로 파고들어 겨울 날 준비를 마쳤고, 참개구리는 땅속 깊숙한 월동 장소로 들어갔다.


땅속 깊숙이 파고들어 월동 중인 참개구리.

온대지역 생물에게 가장 가혹한 계절인 겨울이지만 모든 생물은 비록 배우지 않았어도 대를 이어 내려오는 기억을 더듬어 각자 제 몸에 맞는 휴면 방법으로 이미 겨우살이에 들어갔다.

하지만 개체 수가 적고 한 개체, 한 개체를 모니터링하면서 보살펴야 할 멸종위기 생물은 특별히 인위적인 월동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그중에서도 2년 전부터 증식을 시작한 금개구리는 특별 관리 대상 종이다.

경기도 광주시의 복원 의뢰로 2020년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포획 허가를 받아 붙잡은 개체를 증식 중이나 정보도 충분하지 않고, 곤충학자가 양서류를 연구·증식하는 일이 만만치는 않다.


짝짓기 중인 금개구리. 멸종위기종 2급으로 한국 고유종이다.

금개구리는 2005년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한 한국에서만 사는 고유종이다. 고유종이란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만 살아온 생물 종이므로 우리가 꼭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큰 생물자원’이란 뜻이다. 줄무늬와 고막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금빛이고, 다소곳이 앉아 껌뻑거리는 눈을 마주하면 마치 말을 할 것처럼 교감을 느낄 수 있어 생물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친구를 대하듯 대화할 수 있는 금개구리이다. 아마 집안에 두면 복이 들어온다는 금개구리가 이 종류일 것이다.


월동 중인 금개구리. 보통 금개구리는 이맘때면 땅속에 들어가 있다.

다 자란 어른 금개구리는 온전히 혼자 힘으로 월동지를 찾아 이미 땅속으로 들어갔지만 뒤늦게 나온 어린 금개구리들은 크기가 작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월동 준비 작업이 힘들다.

올 초 증식을 시작했지만 서식 조건을 충분히 맞추지 못해 산란 시기를 놓쳤다.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탈바꿈하는 때가 늦었고 그래서 어린 개구리들이 제대로 크지 못했는데 벌써 월동에 들어가야 할 시기가 되어버렸다.


증식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바람에 어린 금개구리가 아직 자라지 못했는데 월동 시기가 닥쳤다. 이들이 무사히 겨울을 나기 위한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어린 금개구리가 땅을 쉽게 파고 땅속에서도 몸에 물기가 마르지 않게 찰지고, 축축한 흙을 골라 체로 걸러 곱게 만들고, 그 고운 흙과 발효 톱밥을 섞어 부드러우며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 토양 속뿐만 아니라 겉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 흙 위에 물이끼를 올려 어린 금개구리들에게 겨울 호텔을 만들어주었다.

밤이 16시간 낮이 8시간인 광주기와 온도가 6℃로 유지되는 인큐베이터에 최적의 월동 케이지를 넣으니, 때를 맞추지 못해 제대로 키우지 못했던 어린 금개구리들의 월동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부드러운 흙과 폭신한 톱밥 위에 물이끼를 깐 월동 케이지에서 금개구리들이 겨울을 날 예정이다.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는 물과 뭍을 오가며 사는 종이라 다른 생물에 비해 생존 요구 조건이 많아 척추동물 중 가장 취약한 분류군이다. 특히 금개구리는 작은 웅덩이나 수로 등 협소한 지역에서 살며 행동반경도 몇 미터일 정도로 서식 범위가 매우 좁고 행동도 굼떠 먹는 것도 피하는 속도도 느리니 생존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 자신들이 무리 지어 살던 곳이 훼손되면 바로 죽을 수밖에 없는 종이다.

‘왜 금개구리가 철창 속에?‘ 홀로세곤충방송국 힙(HIB) 동영상

금개구리의 관련 검색어는 ‘대체서식지’이다. 훼손이 불가피한 개발 지역의 멸종위기종은 대체서식지에 이식하면 된다고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지만, 이제껏 대체서식지로 옮겨진 생물은 안녕하지 못하다.

단 한 차례도 성공한 예가 없는 대체서식지를 계속 만들어내면서 개발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면죄부로 활용하고 합법적으로 멸종위기종을 천천히 없애겠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대체서식지'는 원래의 서식지와 같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새롭게 조성해 주는 것‘을 말하지만 생물학적 조건을 맞춰 정확히 재현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재현했더라도 멸종위기종이 잘 살아낼 것이라는 근거도 없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면서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멸종위기종을 보전할 수는 없다. 생물다양성을 재료로 신약도 개발하고 먹거리도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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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겨레의 동의를 얻어 발췌한 기사이며, 이강운 소장의 주요 약력은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부회장 /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 국립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겸임교수 / 저서로는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Caterpillars of Moths in Korea)>(2015.11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캐터필러>(2016.11 도서출판 홀로세)가 있다.
이메일 : holoce@hecri.re.kr       
블로그 : http://m.blog.naver.com/holoce58

_ 이강운 소장  ·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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