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경조사나 큰일을 치를 때 일반적으로 마을의 어른, 대표나 부녀회장 그리고 이분들과 친한 이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시며 일의 마무리까지 책임지시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상시의 친한 관계는 옛 부터 인지상정이라 하여 기쁨과 슬픈 일들을 나눔으로 같이 하게 만드는 힘이 되어왔다. 주민들이 자주 모이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마을은 처음 가보더라도 마을입구부터 깨끗하고 자연스레 따뜻한 느낌이 든다. 수년간 진행된 도시재생사업과 마을만들기사업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들을 보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마을에 보조금을 주며 행정위주로 진행된 사업은 자금이 끊기면 바로 후퇴된 옛 모습으로 돌아간다. 반면 평소 관계가 돈독한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의 개선사업들은 사업기간이 끝나더라도 계속 유지된다. 혹은 주민들 스스로 유사한 지원 사업 정보를 얻고 요청하여 마을환경과 주거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오늘은 함께 걷기의 두 번째 이야기는 함께 만들기의 방법인 ‘사회적 자본 형성하기’이다. 우선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생성 배경과 전개를 알아본 후 다섯 가지 구성요소들에 대해 살펴본다.

초기자본주의 경제 성장은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 투입위주로 조성된 국가주도의 하향식 사업들이었다. 이는 일반 국민들에게 소통과 협력을 구할 틈이 없었다. 결국 다음과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되었다. 예산과 세금 낭비, 소득 불평등, 삶의 질 하락, 사회적 개선 붕의, 사회적 갈등, 안전과 사회적 범죄 문제, 환경에 대한 악영향 등이 있다. ‘사회적 자본’은 신자본주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경제 성장의 한 축인 사람들 간의 관계라는 형태를 자본으로 정의하면서 출발하였다. 현대 도시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 문화의 병폐를 치유하고, 도시 공동체의 사회적 상호 작용을 해석한 이론이다. Homans(1961)와 Jacobs(1961)는 미국 대도시 사회의 죽음과 삶에 대한 비판을 통해 사회적 네트워크의 가치와 보존에 대해 주장하였으며, 사회적 자본의 개념적 주제를 논하기 시작하였다. Putnam(1993)은 공공영역에서 사회적 자본 연구의 대중화에 기여하였다. 그는 물리적 자본은 물리적 대상을 가리키고, 인적 자본은 개인의 속성, 사회적 자본은 개인 간의 연결을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 간의 연결, 즉 사회적인 네트워크와 그들로부터 발생하는 호혜와 신뢰의 규범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도시재생과 주민참여 환경개선 사례분석을 통해 추진동기, 참여주체, 공공지원 및 성과별로 구분하여 진단하고 있다. 주거지환경개선을 위해 활용 가능한 주민참여형 마을 만들기 방법론으로 사회적 자본의 형성과 지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의 요소는 크게 신뢰, 참여, 네트워크, 규범 그리고 호혜성으로 대표되며, 개념과 활성화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뢰(truth)로 사회적 자본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 Fukuyama(1995)는  ‘어떤 공동체 내에서 그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이 보편적인 규범에 기초하여 규칙적이고 정직하며 협동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로 정의하였다. 또한 협력적 행위를 촉진시켜 사회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조직 속성 중 하나로 정의하기도 한다(Putnam, 1993). 신뢰는 마을의 공동체 참여자들과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협력을 바탕으로 의견이나 정보교환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둘째, 참여(partnership)이다.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선택에 기반한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 선행되는 다양한 유형의 동기들에 기인한다. 또한 참여자들은 장소에 기반한 거주민들 뿐 아니라 사업진행과 지역의 담당공무원이 행정으로 참여하며, 전문가와 봉사자들이 사업의 목적을 실현하기위한 촉진자와 협력자로 함께 한다. 이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의 정도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이나 능력 등을 통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반대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무엇을 위한 주민 간 빈번한 접촉을 통해 발생시킨다. 또한 참여구성원은 리더에 의해 의견을 개진하거나 일의 방향, 전개가 좌우되므로 리더는 지역에서의 신뢰, 리더쉽에 대한 능력, 친화력을 자질의 중요한 요건으로 본다. 

셋째, 네트워크(network)는 개인이나 집단 등 행위자들 간의 전체적인 연결 형태를 의미하며, 네트워크의 형태와 양은 개인의 행동을 제한하거나 상승시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도시재생이나 마을경관개선사업에 있어서도 적정한 밀도와 크기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로서 성공하며 사회적 자본을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기존의 공공 편중적이거나 전문가나 이익집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긍정적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규범(norms)이다. Coleman(1990)은 행위자 간 규범적인 연대를 통해 타인의 부정적인 행동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사회구조의 폐쇄성은 효과적인 규범의 존재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사회 자본인 사회구조의 신뢰성의 형성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나 기타의 다른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어 공동체로부터 이탈을 의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호혜성 또는 이타주의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본인들과 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할 때 언젠가는 보답을 받을 것이라는 일반적 기대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친사회적 행태인 호혜(互惠)주의적 특성을 가진다. 또한 이기적 동기에 의해 시작되었더라도 공동체의 활동을 통해 이타주의로 혼화되기도 한다.

사회참여형 사업들은 위와 같은 사회적 자본의 요소들의 형성 노력이나 과정 속에 있을 때 활성화와 지속성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가을에는 장소의 주인인 주민과 동반자인 외부참여자의 인식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