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원조성, 시대가 요구한다

[대학조경학과 연구실 탐방⑥] 동아대 김승환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0-06-11

"백(100)교수!"
부산지역 민주화운동의 대부이자 노무현 전대통령의 '정신적 지도자'로 통하는 송기인 신부가 동아대 김승환 교수를 부르는 말이다.
100만평공원조성을 위해 10년간 끊임없이 지자체와 부딪히고 시민들과 힘을 모아온 그다. 꽃과 나무, 식물에 대한 엉뚱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시작해 좀 더 인간적이고 사람다운 조경을 하고 싶다는 김 교수는 이젠 너무나도 유명한 시민운동가이자, 조경가고, 교육자다.
무엇보다 한 우물을 10년간 파온 그에게 듣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던 6월 어느날, 동아대 김승환 교수를 만나고 왔다.

▲ 김승환 교수

연구실 및 근황을 소개 해달라
우리 연구실은 공원녹지계획을 중심으로 연구한다. 그동안에 부산의 공원녹지 마스터플랜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99년도에는 부산공원녹지 마스터플랜도 수립했다. 어메니티에 관련된 연구나 낙동강 하구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낙동강 하구 연구에 있어서는 시민단체와 전문가 집단이 함께 참여해 "시민판 낙동강 하구 마스터플랜"도 조성했다. 이 보고서에 대해 부산일보에서는 1면 톱기사, 사설란, 3면 전면 기사를 할애하면서 시민운동의 큰 성과로 평가해 주기도 했다.
 
현재는 100만평공원조성 운동과 함께 민간이 함께하는 부산그린트러스트도 설립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중심사업으로 "커뮤니티 가든"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요즘 "도시농업"이 조경계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커뮤니티 가든"은 보다 조경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기 위한 모델이다. 작년에 관련 모델을 제시했고, 올해 해운대 나루공원 내에 직접 조성을 해서 운영하고 있다. 작년 농촌진흥청과 작업을 하면서 "커뮤니티 가든"이라는 개념을 새로운 도시재생 방법으로 제시했다.

‘커뮤니티 가든’이 궁금하다
그전에는 텃밭이 주말농장의 의미가 강했다. 커뮤니티 가든은 좀 더 공공적인 성향을 가진 텃밭을 가꾸는 것이다. 공원 내에 시민이 텃밭을 가꾸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커뮤니티 가든은 도시재생수단으로서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 할 수 있는 장이자, 공한지를 활용할 수 있는 도시의 녹지 확보방안이다. 녹지와 복지, 그리고 커뮤니티를 한 번에 해결하는, 복합적인 개념이다. 만약 이 커뮤니티 가든을 대대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하나의 녹지개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공원에 나무만 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심고 가꾸는 형태의 공원, 아마 이런 형태가 다음 세대의 공원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는지
1회 조경대상을 받은 제자가 있다. 현재 컨설턴트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중국에 지사도 만들고 일본과도 협력 사업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석사 과정을 거쳐 한국에서 박사과정에 있으며, 현재 동아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강의와 졸업작품 지도를 함께 하고 있다. 적극적이었던 그 제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조경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
원예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원예학에 관심이 상당했는데 당시 조원학이라는 과목을 3학년 때 들으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 학생봉사자 그룹인 GPM과 함께 잔디가 있는 푸른 광복로 봉사활동 중

▲ 야외수업 중 학생들과 함께

조경을 하는데 있어 영향을 끼친 사람이 있다면
오휘영 선생님을 꼽을 수 있다. 이 분을 무척 좋아한다. 인연이 깊다. 오휘영 선생님이 청와대에 계실 때 나는 조경공사에 근무했었다. 당시 설악산에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사업과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가 일주일에 한번씩 있었다. 자주만나면서 자상한 모습을 봐왔다. 이후 일본에서 개최한 IFLA 총회 때 일본 안내를 한 적이 있다. 사실상 조경 분야에서 기둥 역할을 해주신 분이다. 조경에 대한 집념이나 사랑이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100만평공원하면 김승환 교수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이런 시민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지

일본에서 공부를 했을 때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나 시민참여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 사례들을 공부했고, 논문역시 "한국과 일본의 자연환경보전에 관한 비교연구"를 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했던 것 같다.

100만평공원조성을 위한 운동을 하기 전, 부산시 센텀시티 강변에 고속도로가 들어서기로 돼있었다. 당시에 그 계획이 신도시가 가진 성격과 다르다고 생각해 도로가 지하로 지나가는 대안을 제시했다. 시의 반대가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5년에 걸쳐 하부에 지하도로가, 상부에는 공원이 조성되었다.
그런 전례가 있다보니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도시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란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 대안제시를 계속 해오면서 100만평공원을 만나게 되었다.

부산공원녹지 마스터플랜을 만들면서 아시안게임 기념공원으로 100만평 정도의 대형공원을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시에서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왔다.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후 본격적인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아시안게임 시민행동연합 <100만평 시민문화공원추진본부>를 결성했고, 2001년 범 시민단체인 <100만평문화공원조성 범시민협의회>를 창립했다. 이제 단체를 설립한지 딱 10년이 된다. 현재 100만평협의회의 회원이 무료회원포함 만 명 정도가 된다.

▲ "부산시 강서국제물류도시 현상공모" 1등안

100만평문화공원 조성, 해답은 있는지
그동안 조직을 만들고, 기금을 모으고, 그 기금으로 땅을 사서 시에 기부도 하고, 자연환경국민신탁에도 땅을 기부했다. 그래도 해답이 없어 실시설계안까지 시에 전달하기 이른다. 2007년 부산 100만평문화공원 1단계 조성사업 설계공모전 겸 신진조경가대상 설계공모전을 통해 수상한 1등안을 발전시켜 시에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이후 이 일대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면서 개발압력이 높아졌다. 지속적으로 공원조성에 대해 강도높은 주문을 했다. 이에 대한 종합적인 방향설정 차원에서 시에서는 "부산시 강서국제물류도시 현상공모"를 개최했는데 1등안이 둔치도(100만평공원 제안지역)에 대한 생태마을 및 생태공원 조성안이었다. 그동안 시가 원하는 개발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이후 100만평공원조성을 위한 대상지를 자연환경국민신탁에서 보전재산 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현재 부산시와 아직도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지 인근의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토지매입비와 공원 조성비 포함 6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지자체에서 공원조성에 6천억원을 투자하기란 쉽지않은 결정일 것이다. 때문에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국가공원을 생각하게 되었다. 다행히 서울의 용산공원의 사례가 생겨, 국가공원을 제도화하고 국가적 아젠다로 삼는 방안을 제시하게 되었다. 일본에 국영공원이라는 제도가 있듯 말이다.

▲ 김 교수의 차 뒷유리에 부착된 100만평공원 조성을 기원하는 스티커

▲ 100만명서명 범시민운동본부의 직원들과 함께

끝이 보이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올해 내에 대통령에게 직접 100만평국가공원 100만명 서명결과를 가지고 이와 관련한 사업내용 등을 청원할 예정이란다. 현 정부의 기치인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부합될 뿐만 아니라 도시에 대규모 공원이 들어서면서 가져올 녹색성장, 지역발전, 주민의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성장을 지켜봐달라고 김 교수는 성토한다. 지난 6월 8일 개최한 100만명 서명운동도 범시민적으로 의견을 모으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100만평공원 운동을 하면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시와의 관계에 있어 많이 힘이 들었다. 많은 의견차이로 인해 점점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우리 단체가 더 단단해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어려운 일도 많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사업일 수도 있다. 이걸 내가 어떻게 시작했나란 생각이 든적도 있다. 그러나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고 또 같이 걸어와 준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부산에 연고도 없는 나와 함께 동참해준 분들게 감사의 마음이 한도 없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국가공원 100만명서명운동을 완료하는 것이다. 100만평공원조성에 조경관련인의 깊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이 사업은 한 두 사람이 앞장서서 되는 것이 아니다. 조경분야가 앞장설 때 성공이 가능하다. 100만평서명이 완료되면 국가공원조성을 위한 정책적 제안과 조경의 사회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제안도 할 생각이다.

조경계를 위한 제언
결국 조경의 영역이라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조경분야에는 앞으로 어려운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때를 기회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 조경분야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한다. "지속적"인 부분은 진정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결국은 "나눔"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거버넌스 활동을 통해서 서로 나눌 수 있고 얻어지는 것도 나누는 것이다. 조경의 발전도 나눔 속에서 생각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 교수가 주례를 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단다. 사랑을 해서 주위가 밝아진다면 그 밝음을 또 나누라고. 나눔으로써 사랑도 깊어진다고. 결국 삶은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승환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면 편하죠. '어차피 나눌 꺼 욕심가질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요' ".

연구생
박사 3명(강현우, 윤성융, 차민준)
석사 3명(유해진, 박종운, 손용욱)

<100만평공원 서명운동 참여하기>

강진솔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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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gjw@naver.com
관련키워드l조경지식의 산실, 연구실탐방, 연구실탐방, 김승환, 동아대, 조경연구실, 100만평문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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